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이상한 장면을 하나 발견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기사 바로 옆에,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을 도와주지 않아 불쾌하다는 기사가 나란히 떠 있더라고요.
같은 사람이, 같은 주에, 한국을 향해 정반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예요. 하나는 선물이고 하나는 청구서였죠.
이 두 장면이 왜 동시에 나왔는지 궁금해서 좀 더 들여다봤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구조적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훈련은 줄이라면서 호르무즈는 왜 화를 낼까
지난 8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한미가 오래전부터 하기로 한 합동군사훈련에 계속 참여하는 게 불만스럽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미 취소하기엔 늦었으니 국방장관에게 훈련 규모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덧붙였죠.
북한은 이 훈련을 침략 전쟁의 예행연습이라 부르며 강하게 반발해온 참이었는데, 정작 미국 대통령이 먼저 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런데 이틀 뒤, 같은 대통령이 전혀 다른 톤으로 말합니다.
한국이 원유 수입의 60%를 실어 나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을 도와달라는 요청, 정확히는 군함 파견 요청을 거절했다면서 “불쾌했다"고 직접 언급한 거예요.
하루는 한국에 선의를 베풀고, 이틀 뒤엔 한국에 빚 독촉을 하는 듯한 태도. 이 두 장면을 따로 보면 그저 변덕처럼 보이지만, 나란히 놓고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두 개의 지렛대를 동시에 당기고 있는 모습이거든요.
이 목적이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걸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된 문제가, 한반도라는 무대를 빌려 해결되고 있는 걸까요.
내가 사는 동네가 협상 카드가 되는 순간
이 질문이 나와 무관한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된다는 건 단순히 외교 뉴스 한 줄이 아니라, 실제로 매년 그 기간 동안 예비군 훈련 통지를 받고 도로가 통제되는 걸 겪어온 사람들에게는 삶의 일부가 바뀐다는 뜻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얘기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이 쓰는 석유의 상당량이 그 좁은 해협을 통과합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생기면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고, 난방비 고지서가 달라지고, 물류비가 오른 만큼 마트 진열대 가격표도 바뀝니다.
이건 워싱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집 가계부의 문제예요.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은 이 게임의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라는 사실이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훈련장에 국민이 살고, 핵잠수함이 우리 항구에 들어오고, 무역과 안보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협상되는 나라.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을 때 그 테이블 위에 놓이는 카드 중 상당수가 한국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카드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자리에는, 한국이 항상 초대받는 건 아니에요.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를 “페이스메이커"라고 표현한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트럼프의 피스메이커, 즉 평화중재자 역할을 촉진하고 보조하겠다는 뜻인데요.
페이스메이커란 원래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를 위해 미리 정해진 속도로 뛰어주는 선수를 말합니다.
레이스에는 참가하지만, 메달은 다른 사람 몫이라는 전제가 깔린 역할이죠.
대통령이 이 단어를 쓴 순간, 한국의 위치를 스스로 규정한 셈이 됐습니다.
출구 없는 주연배우, 새 무대를 세우다
여기서 렌즈를 하나 바꿔볼게요.
지금 벌어지는 일을 외교 안보의 언어가 아니라, 무대와 연출의 언어로 다시 읽어보면 다른 게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하나의 무대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란전쟁이라는 무대예요.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수 주 안에 끝날 거라던 당초 장담과 달리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여론조사마다 응답자의 60퍼센트 안팎이 이 전쟁에 비용을 치를 가치가 없다고 답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재집권 이후 최저치인 33퍼센트까지 떨어졌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 무대는 주연배우에게 계속 나쁜 평을 안겨주는 무대가 돼버린 겁니다.
연극에서 주연배우가 지금 서 있는 무대에서 박수를 받을 방법이 없다면, 배우는 무엇을 할까요.
다른 무대로 옮겨갑니다.
관객이 다른 것에 집중하게 만드는 무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결말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로요.
북한은 트럼프에게 바로 그런 무대입니다.
이란에서는 끝나지 않는 전쟁의 총사령관이지만, 북한에서는 정상 간 담판으로 핵위기를 관리하는 딜메이커가 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들 앞에서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전에는 잘 언급하지 않던 구체적 수치를 직접 꺼내 들었습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래 목표 대신, 핵 동결이나 군비통제 쪽으로 협상의 초점이 옮겨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무대를 옮긴다는 은유가 정확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무대 연출에서 중요한 건 배우의 진심이 아니라 관객이 보는 장면의 순서입니다.
이란에서 벌어지는 실패한 전쟁 다음에, 북한과의 화해 무드라는 성공적인 장면이 이어진다면, 관객, 즉 유권자의 기억에 남는 건 뒤에 나온 장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과의 재회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이란이라는 실패한 1막을 덮을 화려한 2막일 수 있다는 거죠.
지지율 숫자 하나가 말해주는 것
이걸 좀 더 몸으로 느껴지게 옮겨볼게요.
33퍼센트라는 지지율은 추상적인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미국 성인 세 명 중 딱 한 명만 지금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뜻이에요.
식당에 손님이 셋 앉아 있는데 그중 둘이 음식에 컴플레인을 거는 상황이 매달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숫자가 정치인에게 얼마나 절박한 신호인지 감이 옵니다.
호르무즈 봉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막혔다는 표현보다, 세계에서 하루에 팔리는 석유 다섯 병 중 한 병이 아예 배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상상하면 체감이 다릅니다.
그 여파가 미국 주유소 가격표에 찍히고, 그 가격표가 유권자의 표심에 찍히고, 그 표심이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찍힙니다.
숫자 하나가 이렇게 연쇄적으로 다른 숫자로 번역되는 과정, 이게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서 있는 자리입니다.
전쟁이 지속된 기간을 시간 축 위에 그대로 늘어놓아도 같은 이야기가 보입니다.
지난 2월 말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처음엔 몇 주 안에 끝날 거라던 장담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난 7월, 지지율은 37퍼센트로 떨어졌고, 응답자의 3분의 1만이 이 전쟁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8월에는 33퍼센트까지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서서히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뭉뚱그리는 대신 이렇게 시점과 수치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하락이 우연한 등락이 아니라 전쟁이 길어질수록 착실하게 쌓여온 결과라는 게 드러납니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이 전쟁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는, 이 하락세가 반등 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합니다.
이건 트럼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이건 트럼프라는 한 사람의 전술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 오래된 패턴의 최신 버전이라는 게 드러나거든요.
그리고 그 패턴은 다름 아닌 트럼프 자신의 과거 이력 안에 이미 한 번 완결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를 실제로 성사시킨 건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미국에 직접 전달하면서였습니다.
한국이 다리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그 다리 위에서 악수를 한 구도였죠.
이듬해 2월, 두 정상은 하노이에서 다시 마주 앉았지만 이번엔 결과가 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에 동의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장을 그대로 걸어 나왔습니다.
완전한 결렬, 이른바 ‘노딜’이었습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서둘러 3자 회동을 성사시키며 봉합을 시도했지만, 교착 상태 자체를 깨지는 못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한국이 맡았던 역할을 다시 보면 흥미롭습니다.
회담을 성사시킬 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재자였다가, 회담이 결렬되자 뒷수습을 떠맡는 쪽도 한국이었습니다.
주역들이 무대에서 퇴장한 뒤, 무대를 정리하는 건 늘 한국의 몫이었던 셈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나려는 김정은은 그때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독립적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60기가량을 개발했고, 최대 90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일각에서는 이 수치조차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러시아, 중국이라는 뒷배도 그사이 훨씬 든든해졌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는다 해도, 이번엔 하노이 때처럼 쉽게 걸어 나올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무대의 기본 구조, 즉 미국과 북한이 주연을 맡고 한국이 성사와 뒷수습을 동시에 떠안는 구도는 그대로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대국이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릴 때,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대외 무대에서 성과를 만들어 국내 여론을 관리하는 방식은 냉전 시기부터 반복돼 온 전략입니다.
그리고 그 무대로 선택되는 곳은 대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그러나 스스로 협상의 룰을 정할 힘은 크지 않은 나라들이었습니다.
한반도는 정전협정 체결 이래로 그런 무대의 역할을 여러 차례 맡아왔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대치 국면에서 종전선언이 다시 꺼내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의 톤이 리셋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가 다시 얼어붙는 일이 수십 년째 되풀이됐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새로운 이유는 방식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그 반복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 그러니까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북 당사자와 주변 강대국이 함께 풀어가는 대등한 협상이라는 전제 자체가, 실은 협상 테이블의 크기와 순서를 정하는 쪽의 필요에 따라 계속 재배치돼 온 결과라는 걸 이번 국면이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이 구조를 정면으로 인식한 흐름 위에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먼저 요구하는 기존 방식 대신, 남북과 미국,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대화를 통해 종전선언과 북핵 고도화 중단을 먼저 이끌어내고, 이를 발판 삼아 단계적으로 평화체제와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자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선비핵화 원칙을 유예하고 순서를 바꾼 겁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 임기 내인 2027년 안에 평화협정 체결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둘러싼 오랜 정체 상태를 풀 열쇠가 바로 이 평화협정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구상이 성립하려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정전협정의 실제 서명 당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이 이 시점에 이뤄진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왕 부장의 단독 방한은 5년 만이었고, 시점 자체가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과 정확히 겹쳤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구상, 그러니까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핵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을 왕 부장에게 직접 설명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화답했지만, 동시에 신화통신을 통해 한반도 긴장의 근본 해법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는 데 있다는 발언도 재차 내놓았습니다.
협력하겠다는 말과, 문제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말을 같은 방문 안에서 함께 전한 셈입니다.
동시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는 호르무즈 파병 압박을, 북한으로부터는 핵잠수함 도입 등 안보 정책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받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실제로 한미연합훈련 축소 발언이 나온 직후,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을 줄여주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얻어내려 한다는 신호를 한국 정부가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카드를 만지작거린 정황입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런 한국의 태도를 겨냥해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이라고 직접 비판했습니다. 북미 정상 간 관계는 훌륭하다고 추켜세우면서도, 정작 한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에는 날을 세운 겁니다.
한마디로 한국은 지금 미국에도, 북한에도, 중국에도 동시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화해 무드에도 청구서는 계속 온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를, 한국에 대한 압박이 누그러지는 신호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훈련을 줄여주는 카드와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는 카드는 같은 손에서 나온, 같은 협상의 앞면과 뒷면입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논리적으로도 자연스럽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려면, 동맹국인 한국이 다른 영역에서 미국의 부담을 나눠줘야 그림이 완성됩니다.
훈련을 줄여주는 대신 호르무즈에서 군사적 기여를 해달라는 요청이 같은 시기에 나온 것도, 우연한 겹침이 아니라 하나의 청구서로 읽는 게 더 정확합니다.
이란전쟁의 출구를 못 찾은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의 원유 수송로 방어 참여는 국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과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한국 정부가 이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앞으로 몇 달간 실질적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불쾌감 표명이 반복될 것이고, 응하면 이란과의 군사적 갈등에 한국이 직접 발을 담그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대가가 따르는 구조 안에, 한국은 이미 들어와 있는 셈입니다.
부산항에 정박한 잠수함이 말해주지 않는 것
여기서 한 가지, 화면에 잡히지 않아서 오히려 더 크게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했을 때,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현장에서 이 사실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조치가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어긴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습니다.
국방부는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만 밝혔을 뿐입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북한은 동해안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보이지 않는 게 뭘까요.
바로 한국의 **‘결정권’**입니다.
잠수함이 어느 항구에 들어올지, 그것이 어떤 메시지로 읽힐지, 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이 모든 연쇄 반응의 시작점에 한국의 항구가 있었지만, 그 시작을 알린 사람은 한국 관료가 아니라 백악관 관료였습니다.
없어야 할 것이 없어진 자리, 그 결여 자체가 지금 한국이 처한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핵잠수함을 둘러싼 이야기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도입은 미국이 승인하고 연료 조달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한 별도의 협정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계획 자체를, 한국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조치라고 규정하며 반발해 왔습니다.
즉 같은 잠수함 협정을 두고, 미국은 안보 협력 강화로, 북한은 잠재적 핵확산 시도로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국방 정책 하나가 두 개의 전혀 다른 서사 속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고, 그 사이에서 한국이 어느 쪽 서사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끼어 있는 모습이 부산항 기항 장면에서도 그대로 재현됐습니다.
페이스메이커는 결승선을 정하지 못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김정은에게 손을 내민 진짜 이유. 답은 아마 한 가지가 아닐 겁니다.
이란전쟁의 늪, 추락한 지지율, 다가오는 중간선거,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외교적 유산에 대한 욕심까지, 여러 겹이 겹쳐 있는 그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그림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자리가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무대 장치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를 페이스메이커라 부른 건 겸손한 자기 인식일 수도 있고, 현실적인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자대화 제안, 평화협정 시간표, 왕이 방한을 통한 중국과의 조율까지, 한국은 나름의 각본을 쓰려고 애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메이커에게는 결승선을 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결승선은 이미 다른 사람이 그어놓은 자리에 있고, 페이스메이커는 그 자리까지 남들보다 먼저 뛰어줄 뿐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남습니다.
한국이 지금 하고 있는 건 레이스를 함께 뛰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결승선까지 속도를 맞춰주고 있는 것일까요.
이 글을 처음 시작하게 만든 그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같은 주에, 같은 대통령이 한국에게 선물과 청구서를 동시에 내밀었던 장면 말입니다.
이제 와서 보면 그 모순은 사실 모순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협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앞면과 뒷면이었을 뿐이죠.
다만 그 사실을 알아챘다고 해서 한국이 처한 위치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협상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마주해야 하는 자리, 그게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자리이고, 그 답에 따라 우리가 다음 뉴스에서 보게 될 장면이 협상 테이블 위의 대등한 한 자리일지, 아니면 또 한 번 무대 뒤로 밀려나는 조연의 자리일지가 갈릴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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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북핵 57개’언급한 트럼프… “올해 김정은 다시 만날 것””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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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란서 막힌 트럼프, 北 통해 돌파… 강해진 김정은, 대화할까”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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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북한 핵 57개 보유” 트럼프 “한국, 호르무즈 지원 거절해 불쾌해””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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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미 모두 한국에 불만 표출…흔들리는 ‘페이스메이커’”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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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뉴스, “트럼프는 北에 손짓·왕이는 서울로…한반도 대화 시계 빨라지나”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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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 “김정은에게 매달리는 트럼프‥왜 이렇게까지?”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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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 대통령, 종전선언 위한 다자대화 제안…‘선비핵화’ 대신 ‘북핵 고도화 중단’부터”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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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종전 위한 당사자들 논의 시작하자”…이재명 대통령 ‘다자 협의’ 첫 제안”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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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프스(Busan HAPS), “이재명 대통령 광복절 북한 한국전쟁 종전·평화체제 제안 2026”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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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트럼프 지지율 33%로 또 하락…1·2기 통틀어 ‘최저치’”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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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트럼프 지지율 33%로 ‘역대 최저’, 11월 중간선거 ‘빨간불’”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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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중간선거 D-78…‘이란전쟁 수렁’ 트럼프, 지지율 33% ‘임기 최저’”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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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코리아,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이제 북한 문제에 관심 가질 때라고 언급””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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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트럼프, 이제는 北김정은에 관심?…“준비됐다는 것 시사” 측근의 분석”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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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입장이 뭐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세요”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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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트럼프, 김정은과 11월 회담 추진…9월 시진핑 만남이 전초전”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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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트럼프, 올해 가을 ‘북미 정상회담’ 추진 : 북한 김정은 2019년 하노이 회담 ‘노딜’을 기억할 듯”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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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왕이 접견한 李 “中, 한반도 평화 위한 협력을””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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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왕이 “한반도 평화·안정 위해 건설적 역할 계속할 것””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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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靑, 호르무즈 ‘군사적 기여’ 언급… 트럼프 ‘훈련 축소’ 압박에 진화 나서나””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