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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매출 20%인 한화가 16위, 100%인 LIG는 52위인 이유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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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방산 뉴스를 훑다가 숫자 하나가 계속 걸렸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에서 한화가 16위, LIG넥스원이 52위였다. 그 자체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옆에 붙어 있는 숫자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한화는 그룹 전체 매출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밖에 안 된다. 반면 LIG넥스원은 매출의 사실상 전부가 방산이다.

순수하게 무기만 파는 회사가 오히려 순위표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셈이다. 이상하지 않나 싶어서 좀 더 파봤다.

방산 비중 20%인 한화가 왜 순위표 위에 있나

디펜스뉴스 순위는 전년도 총 방산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긴다.

그러니까 그룹 전체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니라 **방산으로 벌어들인 ‘절대 금액’**이 순위를 가른다.

한화는 2025년 기준 방산 매출이 104억 3764만 달러, 우리 돈으로 14조 3천억 원에 달했다. 1년 새 36억 달러 넘게 늘어난 수치다. 방산 비중이 전체의 20%에 불과해도, 그 20%가 워낙 커서 순위표 상단에 올라간다는 얘기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한화가 원래 방산 ‘전문기업’이 아니라 방산을 포함한 종합 산업 그룹이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해도** 항공기 엔진, 자주포·장갑차 같은 지상무기, 조선(한화오션), 우주발사체·위성(쎄트렉아이)**까지 사업 범위가 넓다. 2026년 1분기만 봐도 지상방산 매출은 1조 2211억 원, 수출 비중이 53%를 넘었고 항공우주 부문 수출 비중은 57%에 육박했다.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39조 7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는데, 이 중 74%가 수출 물량이다. 폴란드에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밀어 넣고, 이집트·호주·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까지 파이프라인을 넓히는 그림이 이 회사 실적표 곳곳에 보인다.

반면 LIG넥스원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유도무기·레이더·전자전 장비만 만드는, 말 그대로 전업 방산기업이다. 매출 비중이 100%에 가깝다 보니 개별 무기체계 하나의 성패가 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2025년 방산 매출은 30억 2923만 달러(약 4조 1500억 원)로 전년보다 28% 넘게 늘었는데도 순위는 53위에서 52위로 겨우 한 계단 올랐다. 절대 규모에서 한화와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성장률로는 밀리지 않아도 순위 변동은 크지 않은 것이다.

원래는 역할 분담이었다, 레이더는 한화·유도탄은 LIG

이 지점에서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지금은 한화와 LIG넥스원이 여러 사업에서 부딪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2001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D)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국내 방산 업계의 역할 분담은 명확했다.

레이더는 한화시스템(당시 삼성탈레스), 교전통제시스템은 LIG넥스원, 발사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각자 잘하는 영역만 맡아서 하나의 무기체계를 합작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분업 체제가 최근 몇 년 새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니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지금은 한화시스템이 독일 딜디펜스와 손잡고 다기능레이더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LIG넥스원도 독자적으로 레이더·감시정찰 장비를 개발한다. LIG넥스원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는 UAE에 수출돼 실전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른바 ‘K-패트리엇’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미국 패트리엇(PAC-3) 대비 절반 수준 가격에, 360도 전 방향 대응이 가능한 콜드 론칭 기술이 강점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도 이 부분을 짚었는데,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통계로 한국이 지금 미국 다음으로 나토(NATO) 회원국에 무기를 많이 공급하는 나라라고 하니, 분업이 경쟁으로 바뀔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LIG넥스원은 올해 사명도 ‘LIG D&A’(LIG Defense & Aerospace)로 바꾸며 50주년을 맞았다. 군용 사족보행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를 3149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는데, 인수 대금의 40%는 사모펀드 지원을 받아 조달했다고 한다. 순수 방산 전문기업이라 사업 확장의 여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않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원래 분업 체제에서 레이더를 맡았던 한화시스템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찾아보니 이 회사는 넷 중에서 성격이 좀 애매하다. **방산전자(AESA 레이더, 전투체계), ICT 아웃소싱, 우주항공(위성·발사체) 세 가지 사업을 동시에 하는데, 매출 비중으로는 방산이 가장 크지만 정체성 자체는 ‘기술 허브’**에 가깝다고 한다. *천궁-II용 다기능레이더를 UAE·사우디에 납품하는 동시에 소형 SAR 위성을 쏘아 올리고,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신사업까지 손대는 식이다. *2024년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한화시스템 대표까지 겸임하면서 그룹 방산 사업을 한 사람이 통합 관리하는 체제로 바뀌었다는데, 이 대목에서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방산을 전략적으로 묶어가고 있는지가 짐작이 됐다.

KAI는 왜 KF-21을 만들고도 순위가 밀렸나

네 개 회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을 개발한 상징적인 회사인데, 이번 순위에서는 오히려 62위에서 74위로 12계단 내려갔다. 2025년 영업이익은 2692억 원으로 전년보다 1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5.2%, 현대로템이 120.3%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더디다.

이유를 찾다 보니 KF-21의 개발 일정과 맞물려 있었다.

KF-21은 10년 6개월간의 체계개발을 마치고 이제 막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참이다. 개발 기간 동안에는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2026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데, KAI는 올해 매출 5조 7306억 원, 수주 10조 4383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전년 대비 각각 58%, 63% 늘어난 수치이자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5조 원을 넘기는 규모다. 인도네시아와는 KF-21 48대 도입 협상이 진행 중이고,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첫 수출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KAI에는 다른 세 회사에 없는 변수가 하나 있다.

**최대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이라는 점이다.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다 보니 경영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을 통해 KAI 지분을 빠르게 사들이는 중이다. 올해 5월 7.22%였던 지분율이 7월 12.44%, 8월에는 15.89%까지 늘었고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뀌었다. 지분이 15%를 넘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이 됐는데, 여기서 공정위는 한화가 앞으로 KAI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겸임하면 별도의 기업결합 신고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15.89%는 결승선이자 동시에 경계선인 셈이다.

현대로템은 왜 전차와 지하철을 같이 만드나

현대로템은 좀 독특한 위치에 있다.

국내 방산 4사 중 유일하게 철도차량 사업을 함께 하는 회사다. 지하철·고속철을 만들던 회사가 어쩌다 전차 수출 강자가 됐나 싶었는데,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 실적을 보니 이해가 됐다. 2025년 방산 매출은 3조 2153억 원으로 전년보다 36% 늘었고, 방산 매출의 수출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전체 영업이익은 4556억 원에서 1조 56억 원으로 2배 넘게 뛰면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새로 들어갔다.

폴란드 수출 물량만 봐도 규모가 상당하다. 1차 계약분 180대는 순조롭게 납품 중이고, 2차 계약 180대는 2030년까지 생산이 이어진다. 여기에 3차 계약 210대까지 성사되면 폴란드 한 나라에만 K2 전차 570대가 배치되는 셈이다. 이라크는 250대, 약 9조 원 규모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페루·루마니아·사우디아라비아와도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단순 완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까지 포함하는 방식이라 수익성도 함께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현대차그룹의 대응 방식이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화포·구동계 관련 방산 사업부를 현대로템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차·장갑차에 화력 체계까지 하나로 묶어 지상무기 패키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인데, 이건 한화가 KAI 지분을 밖에서 사들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미 그룹 안에 있는 방산 자산을 한곳으로 모으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내부 재편이다.

왜 하필 지금 재편이 시작됐나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궁금해졌다. 왜 하필 지금 이런 재편 움직임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걸까. 몇 가지 자료를 더 찾아보니 업계에서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었다.

방산 시장의 문법 자체가 ‘개별 무기체계를 파는 시대’에서**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패키지로 파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록히드마틴 같은 세계 1위 기업의 방산 매출이 721억 달러로, 한화(104억 달러)의 7배에 달하는 걸 보면 체급 차이가 확 와닿는다. 개별 회사 단위로는 이 격차를 좁히기 어려우니, 국내 기업들이 서로 몸집을 합쳐서라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는 것 아닐까 싶다.

한화의 확장은 KAI에서 멈추지 않는다. 탄약·동합금 소재 전문기업인 풍산까지 넘본다는 보도도 나왔다. 풍산은 소구경 탄약부터 155밀리 곡사포탄까지 군이 쓰는 거의 모든 탄약을 만드는 회사인데, 만약 이 결합까지 성사되면 한화는 지상(에어로스페이스)·해양(오션)·항공우주(KAI)·탄약(풍산)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종합 방산 그룹이 된다. 실제로 성사되면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거제 한화오션, 사천 KAI를 잇는 이른바 ‘경남권 방산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KAI 노조와 사천 지역 시민단체는 한화의 지분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항공우주산업이 국가안보·기술주권과 직결된 전략산업인 만큼, 특정 기업으로 역량이 집중되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다. 반대로 학계 일각에서는 KAI가 정부 지분과 대표이사 의사결정 제약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다른 방산기업들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시기에 통합 자체를 막을 명분은 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분은 어느 쪽이 맞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이 재편, 어디로 갈까

정리하고 보니 국내 방산기업 네 곳은 생각보다 훨씬 다른 논리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화는 방산을 포함한 종합 그룹의 자본력으로 밖으로 확장하는 쪽이고, **

**LIG넥스원은 전업 방산기업이라 개별 무기체계의 기술력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

**현대차그룹은 이미 가진 자산을 안으로 결집시키는 방식을 택했고, **

KAI는 정부 지분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KF-21이라는 단일 프로젝트의 성패에 회사 미래가 걸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30년까지 세계 4위 방산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도 이런 재편의 배경 중 하나로 읽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통계를 인용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한국은 이미 나토 회원국 기준으로 미국 다음가는 무기 공급국이라고 한다.

유럽의 방공 수요가 급증한 사이 록히드마틴·레이시온 같은 미국 기업들이 최대 생산능력에 가깝게 가동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이 그 빈틈을 파고든 셈이다. 그런 흐름 위에서 지금의 지분 인수전을 보면, 단순히 한화 한 곳의 욕심이라기보다는 산업 전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게 K-방산 전체를 글로벌 톱티어로 밀어 올리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특정 기업으로 산업 구조가 지나치게 쏠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공정위 심사도, KAI 노사 문제도, 정부의 공식 입장도 다 현재 진행형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이 네 회사가 5년쯤 뒤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가 궁금하다. 아마 아닐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K2 전차 등 지상무기가 수출을 위해 항만에 정렬되어 있는 모습
K2 전차 등 지상무기가 수출을 위해 항만에 정렬되어 있는 모습

참고자료
  1. 머니투데이, 39.7조 '역대급 수주' 앞세운 한화에어로…15~20% 성장 이어간다, 2026.04.30
  2. 시사저널, 한화, 글로벌 방산 16위…LIG넥스원·현대로템·KAI도 '톱100', 2026.09
  3. 뉴스스페이스, [랭킹연구소] '한화 16위·LIG넥스원 52위·KAI 74위' K-방산 빅4, 2026.09
  4. 시사저널e, 판 깔린 KF-21 수출···KAI 김종출號, 추가 성과로 답할까, 2026.04.07
  5. 블로터, [K방산 수주 분석] KAI, 'KF-21·FA-50' 매출인식 시동, 2026.02.03
  6. 오피니언뉴스, [전쟁과 방산] ② 한국항공우주, KF-21 양산 출고, 2026.04.10
  7. 데이터뉴스, 현대로템, K2 수출 효과…방산 매출 36%↑·수주잔고 170%↑, 2026.04.28
  8. 파이낸셜뉴스, 현대로템, 폴란드 K2전차 3차계약 윤곽, 2026.07.09
  9. 밀리충전, 이라크, K2 전차 250대 도입 추진, 2026
  10. 다음뉴스, '금성정밀'에서 'LIG D&A'까지…LIG넥스원, 멈추지 않는 50년, 2026.03.27
  11. 나무위키, LIG넥스원 항목, 2026
  12. 경남일보, 한화-KAI 결합, 육·해·공·우주 방산 생태계 완성, 2026.08.10
  13. 1코노미뉴스, [K-방산, 새 국면 ①] '글로벌 톱티어'로…한화-KAI 결속, 2026.09
  14. 뉴데일리, K-방산, 지각변동 온다…한화는 KAI '인수' 현대차는 현대로템 '결집', 2026.05.06
  15. 브런치(NYT 요약), 이란 전쟁에서의 한국 방위 산업 강점, 2026.04
#korea-defense-industry#hanwha-aerospace#lig-nex1#hyundai-rotem#kai-korea-aerospace#k9-self-propelled-howitzer#k2-tank-export#cheongung-missile#defense-news-top100#k-defense-consoli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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