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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 조스, 신문기사 두 장으로 정말 시작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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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MBC 14F 유튜브에서 트레이더 조스 다루는 영상을 하나 봤다.

미국엔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면서 그 에코백은 어디서 본 기억이 있길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창업주가 신문 기사 두 개를 보고 사업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는 이야기, 냉동 김밥이 경북 어느 공장에서 왔다는 이야기까지 — 흥미로운 서사였다.

근데 영상을 다 보고 나서 습관처럼 창업 연도를 검색해봤다가, 어 이거 좀 이상한데 싶었다. 그래서 하나씩 원전을 찾아보기로 했다.

트레이더 조스 창업 연도, 1966년이 아니라 1958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트레이더 조스의 모태인 편의점 ‘프론토 마켓(Pronto Market)‘은 1966년이 아니라 1958년에 문을 열었다.

미국 대형 약국 체인 렉솔(Rexall)의 계열사였던 아울 드럭(Owl Drug)이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세운 사업이었고, 당시 26살이던 조 콜롬이 이 사업을 맡았다. 1958년 로스앤젤레스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2,500제곱피트짜리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4년 만에 6개 점포로 늘었고, 1965년 무렵엔 18개 매장까지 확장했다.

pronto market
pronto market

7-Eleven과의 정면충돌이라는 뼈대는 영상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점이 다르다.

조 콜롬 본인이 밝힌 바로는, 아울의 모기업 렉솔이 1962년 텀블러 사업(터퍼웨어) 쪽으로 방향을 틀며 프론토를 정리하려 했고, 콜롬은 직원 지분 참여까지 동원해가며 이 체인을 인수했다. 그리고 1965년 말, 프론토에 우유를 대주던 아도르 밀크팜(Adohr Milk Farms) 대표와 점심을 먹다가 “우리 회사, 세븐일레븐에 팔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대기업의 습격이 아니라,** 자기 거래처가 경쟁사 손에 넘어가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 순간**이었던 셈이다. 이 결정적 계기가 신문 기사가 아니라 점심 자리 잡담이었다는 점은, 원전을 찾아보기 전엔 나도 몰랐던 부분이다.

신문기사 두 장의 전설, 실제로는 무엇이었나

‘대학 진학률 폭증’과 ‘보잉 747 취항’ 두 개의 뉴스가 만나 사업 방향을 바꿨다는 이야기의 출처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콜롬이 2014년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바로는, 대학 진학률 이야기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서 읽은 통계였다.

**“대학에 갈 자격이 있는 사람 중 60%가 실제로 진학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제 여행 대중화 **쪽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접한 보잉 747 관련 기사였다는 설명이 따로 있다 — 두 매체, 두 기사가 별개로 존재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좀 더 파봐야 할 지점이 있다.

보잉 747은 1969년 2월에야 초도 비행을 했고, 실제 상업 취항은 1970년 1월 팬암 항공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트레이더 조스 1호점은 1967년에 이미 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콜롬은 아직 뜨지도 않은 비행기를 보고 미리 베팅한 셈이다.

실제로 그는 후일 인터뷰에서 **“747이 실제로 취항하면서 해외여행 비용이 뚝 떨어졌고, 그게 사람들의 안목을 넓힐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의 시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이상해진다. 매장 콘셉트를 잡던 시점엔 747은 아직 ‘조만간 나온다더라’는 뉴스거리였을 뿐이고, 콜롬은 그 소문만 믿고 먼저 움직인 사람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예측이 맞아떨어진 뒤에 본인 스스로도 이야기를 매끄럽게 다듬었을 가능성,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이름은 사실 오마주였다 — 트레이더 조스와 트레이더 빅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다. ‘티키 문화가 유행이라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는 정도로 설명하는데, 실제로는 좀 더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는 ‘트레이더 빅스(Trader Vic’s)‘라는 티키 콘셉트 레스토랑이 있었다. 1955년 문을 연 이곳은 폴리네시안 요리와 럼 칵테일로 유명했지만, 가격대는 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콜롬은 이 레스토랑의 이름과 콘셉트를 그대로 패러디해서 ‘트레이더 조스’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 말하자면 **“트레이더 빅스는 부자들 거라면, 트레이더 조스는 우리 동네 버전”**이라는 식의 유머러스한 눈속임이었던 셈이다.

매장 인테리어에 목조 지붕을 얹고 직원들에게 하와이안 셔츠를 입힌 것도, 순수하게 하와이 문화 자체보다는 이 ‘트레이더 빅스 패러디’라는 큰 틀 안에서 나온 디테일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 유행하던 문화를 그대로 베끼는 대신 한 단계 비틀어서 재활용하는 감각은, 뒤에 나올 PB 전략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남들이 이미 검증해놓은 시장 반응을 가져다 쓰되, 가격대와 포지셔닝만 슬쩍 바꾸는 방식이다.

라디오 코너 이야기도 비슷한 결이다.

1976년부터 LA의 한 클래식 음악 채널에서 와인과 음식을 소개하는 1분짜리 코너를 진행했고, 이게 10년 넘게 이어지며 광고비 없이 지역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서사는 여러 소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다만 정확히 몇 년간 방송됐는지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어서, 정확한 햇수보다는** ‘광고 없이 목소리 하나로 브랜드를 각인시켰다’**는 방향성 자체에 무게를 두는 편이 안전할 것 같다.

트레이더 조스를 인수한 알디, 그런데 미국의 알디는 남남이다

“1979년 알디 노르트에 매각했다"는 사실 한 줄로 넘어가는데, 이 대목이야말로 독자 입장에선 가장 낯설고 재밌는 구조일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법한 독일 할인점 ‘알디(ALDI)‘는 사실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1946년 알브레히트(Albrecht) 형제, 카를과 테오가 어머니의 작은 식료품점을 물려받아 키우다가 1960년 무렵 갈라섰다. 이유가 좀 황당한데, 담배를 팔지 말지를 두고 다퉜다고 전해진다. 도난 위험이 크다며 반대한 카를은 독일 남부를 맡아 ‘알디 수드(Aldi Süd)‘를, 담배를 팔자던 테오는 북부를 맡아 ‘알디 노르트(Aldi Nord)‘를 각각 세웠다. 두 회사는 1966년부터 법적·재정적으로 완전히 남남이 됐다.

여기서 재밌는 지점은, 미국에 진출한 두 알디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카를의 알디 수드는 1976년 아이오와에서 미국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 미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 ‘알디’ 매장이 바로 이 계열이다.

반면 테오의 알디 노르트는 1979년 트레이더 조스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니까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알디 수드와 알디 노르트가 동시에, 그것도 서로 다른 간판(알디 vs 트레이더 조스)을 달고 영업하는 나라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둘 다 ‘알디 계열’이라는 걸 모른 채, 완전히 다른 브랜드로 인식하며 장을 보는 셈이다.

위키피디아는 현재 트레이더 조스가 알디 노르트와 ‘자매회사’ 관계이며 테오 알브레히트의 아들 세대가 소유권을 쥐고 있다고 정리하는데, 정확한 지분 구조까지는 출처마다 서술이 조금씩 갈린다. 다만 두 회사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여러 소스가 공통적으로 확인해준다.

매각 당시 조 콜롬이 내걸었던 조건도 눈여겨볼 만하다. 계약서를 단 한 장으로 써달라고 요구했고, 독일 측 변호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콜롬 쪽 변호사가 대신 작성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덕인지 콜롬은 매각 후에도 1988년까지 10년 가까이 CEO 자리를 지켰고, 브랜드 정체성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PB 상품 비중 80%,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전략

PB 상품 비중이 80% 이상이라는 숫자 자체는 여러 소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수치라 신뢰할 만하다. 다만 이 숫자가 왜 특별한지는 조금 더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미국 슈퍼마켓의 PB 비중은 15~20% 수준이고, 코스트코도 이보다는 높지만 트레이더 조스만큼은 아니다. 업계 평균의 4~5배에 달하는 비중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보통 PB 상품이라고 하면 브랜드 제품의 저가 대체재라는 인식이 강한데, 트레이더 조스의 PB 전략은 방향이 반대다. 일반 PB는 유명 브랜드보다 20~30% 저렴하게 파는 게 목적이지만, 트레이더 조스는 아예 그 브랜드 제품군 자체를 매장에 들이지 않는다. 코카콜라도, 도리토스도, 치리오스도 없다. 대신 전 세계 제조사와 직접 계약해서 ‘여기 아니면 살 수 없는’ 상품을 만들고, 그 공급망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 같은 상품이 다른 매장에 없으니 “저기가 더 싸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유통사별 PB(자체브랜드) 상품 비중 비교

유통사 PB 비중 특징
국내 일반 대형마트 약 10% 가성비 중심 기획 상품
월마트(미국) 약 20%대 상시 최저가 전략
코스트코 약 30% 유료 멤버십, 대용량 구성
트레이더 조스 80% 이상 공급망 비공개, 소용량·고품질

미국 현행법상 유통사와 제조사가 다를 경우, 포장지에 유통 판매원 정보만 표기해도 합법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트레이더 조스가 포장지에 ‘Distributed by Trader Joe’s‘라고만 적어두는 것도 이 조항을 활용한 결과다.아이폰 뒷면에 제조 공장 대신 ‘Designed by Apple’ 문구만 적힌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이 전략이 숫자로도 드러난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스의 매장당 평방피트 매출은 3,000달러 안팎으로, 월마트(약 400달러)나 타깃(약 300달러)과 비교하면 몇 배 수준이다. 매장 규모는 훨씬 작은데 단위 면적당 매출은 압도적으로 높다는 뜻이고, 이건 결국 **“적게 들여놓되 팔릴 것만 들여놓는다”**는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4,000개 안팎의 SKU 중 하나가 부진하면 미련 없이 빼버리고 다른 상품으로 교체하는 회전율 자체가, 8만 개 넘는 상품을 진열하고 재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대형마트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셈법으로 돌아간다.

냉동김밥은 왜 구미의 작은 공장에서 나왔나

경북 구미 공장에서 생산돼 트레이더 조스 냉동김밥으로 판매된 제품
경북 구미 공장에서 생산돼 트레이더 조스 냉동김밥으로 판매된 제품

이 부분은 국내 보도를 통해 이미 여러 번 다뤄진 내용이다.

2023년 8월 트레이더 조스가 처음 냉동 김밥을 출시했고,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식품업체가 실제 납품사였다는 것도 국내 유통 매체 보도로 알려져있다.

다만 원인 설명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 열풍의 시작이 순전히 ‘트레이더 조스 바이어들의 가공할 소싱 능력’ 덕분이라고만 보기엔, 확산 경로가 조금 더 복잡하다.

실제로 김밥이 폭발적으로 팔려나간 결정적 계기는 틱톡이었다. 어릴 때 학교에서 김밥 도시락 때문에 놀림받았다는 경험을 공유해온 한 한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이 천백만 조회수를 넘기며,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낯선 냉동 롤이 대체 뭐길래”**라는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 결과 출시 한 달도 안 돼 전 매장에서 품절됐고, 재입고를 기다리지 못한 손님들이 한인마트 H-Mart까지 찾아갔다는 후일담도 있다. 즉 좋은 소싱만으로 열풍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의 바이럴이 그 위에 얹혔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뒤늦게 이 흐름을 감지한 코스트코가 따라 들여온 것도 사실이고, 흥미롭게도 2025년엔 ‘알디(미국 알디, 즉 알디 수드 계열)‘까지 자체 냉동 김밥을 내놨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 두 회사는 뿌리가 갈라진 관계이니, 결과적으로 헤어진 형제가 같은 메뉴로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2.99달러 에코백이 몇백만원에 팔리는 이유

트레이더 조스의 ‘보물찾기’ 마케팅은 2024년부터 2026년 사이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대표 사례가 미니 캔버스 토트백이다. 2.99달러짜리 이 미니 가방은 2024년 3월 틱톡을 타고 화제가 되며 매장마다 오픈 전부터 줄이 늘어섰고, 이베이에는 999달러, 심지어 4만9천 달러짜리 리스팅까지 올라왔다. 2025년 파스텔 컬러로 재출시됐을 때도 같은 소동이 반복됐다.

트레이드 죠의 에코백
트레이드 죠의 에코백

특히 눈에 띄는 건 이 리셀 열풍이 미국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레이더 조스 매장이 아예 없는 서울, 도쿄, 런던 같은 도시에서도 이 가방은 **‘해외에 다녀왔다는 증거’**처럼 소비되고 있고, 국내 당근마켓에서도 고가에 거래된 사례가 보도됐다.

매장도 없는 나라에서 굿즈만 리셀 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이 현상은, 트레이더 조스 특유의 ‘온라인 판매 없음 + 공급 제한’이라는 원칙이 오히려 마케팅 자산으로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광고 없이도 희소성만으로 화제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60여 년 전 조 콜롬이 라디오 코너 하나로 광고비 없이 브랜드를 각인시켰던 방식과 결이 이어진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한 유통 전문가는 이 현상을 두고* “사람은 소셜미디어가 귀하다고 믿게 만든 물건을 쟁여두려는 습성이 있다”*고 짚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슈프림 한정판이나 스타벅스 굿즈 열풍과 트레이더 조스 사례를 가르는 지점을 오히려 흐린다고 느꼈다. 슈프림의 희소성은 처음부터 설계된 결과물이지만, 트레이더 조스는 매번 “이 정도로 팔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의도된 품절과 우연한 품절을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겠지만, 적어도 회사 쪽 공식 입장과 초기 물량 배분 방식을 보면 처음부터 리셀 시장을 겨냥해 설계된 캠페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참고자료
  1. https://en.wikipedia.org/wiki/Trader_Joe's
  2. https://en.wikipedia.org/wiki/Joe_Coulombe
  3. https://en.wikipedia.org/wiki/Aldi
  4. https://www.supermarketnews.com/finance/trader-joe-s-sails-through-shifting-fortunes
  5. https://www.fundinguniverse.com/company-histories/trader-joe-s-company-history/
  6. https://www.nbcnews.com/news/us-news/trader-joe-s-founder-joe-coulombe-dies-89-n1145786
  7. https://www.tastingtable.com/1710675/look-back-trader-joes-history/
  8. https://edition.cnn.com/2022/05/07/business/trader-joes-history-joe-coulombe
  9. https://www.thekitchn.com/aldi-trader-joes-parent-company-rumor-260999
  10. https://www.foodrepublic.com/1836465/trader-joes-aldi-company-connection/
  11. https://shahmm.medium.com/trader-joes-building-a-cult-brand-through-private-label-innovation-8de2194cc55c
  12. https://www.tradlinx.com/blog/market-trend/미국에서-완판-신화-만들고-있는-냉동-김밥의-수출-비결
  13. https://www.nbcnews.com/news/asian-america/trader-joes-kimbap-tiktok-rcna103403
  14. https://www.sfchronicle.com/bayarea/article/trader-joes-mini-tote-bags-resale-20269320.php
  15. https://news.designrush.com/trader-joes-tote-bag-international-status-symbol-resale
#trader-joes#트레이더조#알디노르트#PB상품비중#냉동김밥#조콜롬#유통전략#미국마트#알디수드#에코백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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