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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로 쌓아 올린 유통 제국, GS리테일의 진화 연대기

phoue

마지막 수정 5 min read --

퇴근길, 골목 어귀의 파란색 간판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간다.

누구는 도시락을 데우고, 누구는 택배를 부치고, 누구는 그냥 시원한 캔 하나를 집어 든다. 흔하디흔한 풍경이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여기서 궁금해질 만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이 평범한 가게가 어쩌다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에 끼어드는 존재가 됐을까.

밤거리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GS25 편의점
밤거리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GS25 편의점

그 답의 절반은 GS리테일이라는 회사의 50여 년짜리 이력서 안에 있다. 전선을 만들던 회사가 슈퍼마켓을 열고, 슈퍼마켓이 편의점을 낳고, 편의점이 앱이 된 과정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 회사가 숱하게 실패하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았던 이유고, 이번 글에서 그 두 가지를 같이 따라가 본다.

금성전공에서 럭키슈퍼마켓까지, GS리테일 뿌리는 어디에 있었나

GS리테일의 첫 문장은 편의점이 아니라 전기 공사업체다. 1971년 설립된 금성전공이라는 회사가 그 시작이다.

GS리테일 공식 연혁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74년 을지로 삼풍상가에 ‘럭키슈퍼마켓’ 1호점을 열며 유통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시장 바구니를 들고 흥정하던 시절, 가격표가 붙은 진열대는 그 자체로 낯선 풍경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6년 뒤인 1990년, 서울의 한 동네에 ‘LG25’라는 간판이 걸린다. 외국 브랜드를 들여온 게 아니라 국내 자본과 기술로 만든 토종 편의점 1호였다.

2002년에는 LG유통·LG슈퍼센타·LG백화점을 하나로 합치며 몸집을 키웠고, 2005년 LG그룹과 GS그룹이 갈라서면서 이 회사는 ‘GS리테일’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유통과 에너지를 맡은 GS, 전자와 화학을 맡은 LG로 사업을 나눈 계열 분리였다.

구씨·허씨 두 가문의 ‘인화’ 경영이 GS리테일에 남긴 것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GS리테일의 모체인 LG그룹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구씨·허씨 두 가문이 57년간 함께 경영한 회사다. 흔히 “동업은 오래 못 간다"고들 하는데, 이 둘은 그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 사례다.

구씨 가문이 사업 확장을, 허씨 가문이 재무·살림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고, 그 바탕에는 ‘인화(人和)‘라는 원칙이 있었다.

이 원칙이 왜 GS리테일 이야기에 등장하냐면, 훗날 이 회사가 가맹점주들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방식에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가맹점 의료비 지원, 법률 상담 같은 ‘상생’ 프로그램을 오래 운영해 왔는데, 이건 갑자기 튀어나온 ESG 구호가 아니라 두 가문이 반세기 동안 지켜온 신뢰 관계의 연장선에 가깝다.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두 가문은 경영권 다툼 대신 사업 분야를 나눠 각자 갈 길을 갔고, 그 갈라섬조차 ‘아름다운 이별’이라 불릴 정도로 잡음이 적었다.

1970년대 럭키슈퍼마켓의 옛날 간판과 전경
1970년대 럭키슈퍼마켓의 옛날 간판과 전경

GS25는 왜 편의점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왔나

1990년대 초기의 LG25 편의점 외부 모습
1990년대 초기의 LG25 편의점 외부 모습

대한민국 편의점의 역사는 사실상 GS25와 CU(운영사 BGF리테일)의 경쟁사다.

두 회사는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CU는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는 쪽을 택했고, GS25는 점포 하나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쪽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아래 표다.

GS25·CU 편의점 점포 수·매출액 비교 (2019~2023)

연도 구분 GS25 CU
2019 점포 수 13,918개 13,877개
2019 매출액 6조 8,564억 원 5조 9,434억 원
2023 점포 수 17,390개 17,762개
2023 매출액 8조 2,457억 원 8조 1,948억 원

점포 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CU가 앞서기 시작해 2023년에는 372개 차이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매출액에서는 GS25가 계속 1위다.

헤럴드경제 보도를 보면 2019년 9,130억 원이던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2023년 1,140억 원까지 좁혀졌는데, 이 흐름 자체가 GS25의 전략을 증명한다. 점포를 덜 늘리고도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려 격차를 최대한 방어해 온 셈이다.

‘혜자롭다’부터 ‘나만의 냉장고’까지, GS25를 키운 세 가지 혁신

숫자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부분도 있다.

GS25가 시장 판도를 흔든 상품·서비스 세 가지를 꼽자면 이렇다.

첫째는 도시락이다. 2010년 9월 배우 김혜자의 이름을 건 ‘김혜자 도시락’이 나왔고,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 상품은 7년간 40여 종이 출시되며 누적 매출 1조 원을 찍었다. “와, 이거 정말 혜자롭다!“는 반응이 SNS를 타고 퍼지며 일상어가 된 것도 이 무렵이다. 광고 문구가 아니라 상품 자체가 신조어를 만든, 흔치 않은 사례다.

둘째는 ‘나만의 냉장고’다. 1+1 행사에서 받은 증정품을 당장 들고 가지 않아도 앱에 보관했다가 원할 때 찾아갈 수 있게 한 서비스로, 2011년 3월 출시됐다. 다만 이 서비스를 두고 “세계 최초"라는 표현이 종종 떠도는데, GS25 측 설명을 보면 정확히는 ‘업계 최초’다. 세계 최초까지는 아니어도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O4O 서비스였다는 점은 분명하고, 이후 700만 명 넘는 회원을 모았다.

셋째는 협업 상품이다. 메이플스토리, 글로벌 OTT 넷플릭스 같은 인기 IP와 손잡은 한정판들은 편의점을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바꿔놨다. MZ세대에게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 사는 곳이 아니라 소장품을 구하는 곳이 된 배경이다.

김혜자 배우가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김혜자 배우가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왓슨스에서 랄라블라까지, GS리테일이 얻은 실패의 교훈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한 건 아니다.

2019년 ‘GS수퍼마켓’을 ‘GS THE FRESH‘로 리브랜딩하면서 전국 매장을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쓰기 시작했고, 이 전략은 국내 1위 슈퍼마켓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

반면 2018년 H&B 스토어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바꾼 시도는 잡코리아 기업분석보고서가 지적하듯 ‘올리브영’이라는 압도적 경쟁자를 넘지 못했고, 결국 2022년 사업을 접었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교훈이 하나 드러난다.

기존 인프라(매장망)를 살린 확장은 통했고, 명확한 차별화 없이 강자가 있는 시장에 들어간 확장은 실패했다는 것.

거대 기업이라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GS리테일 스스로가 두 가지 사례로 증명한 셈이다.

‘우리동네GS’는 GS리테일을 어디로 데려가나

실패를 딛고 GS리테일이 그린 다음 그림은 온-오프라인 통합이다.

2021년 GS홈쇼핑과 합병해 온·오프라인을 한 회사 안에 두었고, 같은 해 배달앱 ‘요기요’에 투자하며 퀵커머스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2023년에는 편의점·슈퍼마켓·퀵커머스·간편결제를 하나로 묶은 통합 앱 ‘우리동네GS’를 내놨다. 전국 1만 8천여 개 매장이 곧 물류거점이 되는 구조를, 앱 하나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에서 ‘우리동네GS’ 앱을 실행하는 모습. 편의점, 퀵커머스, 와인25 아이콘이 보인다.
스마트폰에서 ‘우리동네GS’ 앱을 실행하는 모습. 편의점, 퀵커머스, 와인25 아이콘이 보인다.

한눈에 보는 GS리테일 50년 연혁

시기 주요 사건
1971~1990 금성전공 설립(1971) → 럭키슈퍼마켓 1호점(1974) → LG25 1호점(1990)
2002~2010 3사 통합(2002) → GS리테일 출범(2005) → 김혜자 도시락(2010)
2011~2019 나만의 냉장고(2011) → 2015년 파르나스호텔 인수 → 랄라블라 리브랜딩(2018) → GS THE FRESH(2019)
2021~2023 GS홈쇼핑 합병·요기요 투자(2021) → 우리동네GS 출시(2023)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GS25가 우리 일상에 끼어들 수 있었던 건 화려한 기술 하나 때문이 아니라, 두 가문이 지켜온 신뢰의 습관,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 판을 짜는 방식, 그리고 매장 하나하나의 효율을 챙기는 집요함이 쌓인 결과였다. 저 파란 간판 아래를 지날 때, 그 안에 50년치 시행착오가 접혀 들어가 있다는 걸 떠올리면 골목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GS리테일 공식 연혁, GS리테일
  2. "GS25-CU 매출 접전…올해는 순위 바뀔까", 헤럴드경제
  3. "편의점업계 왕좌 놓고 엇갈린 시선", 디지털데일리, 2024.02.13
  4. "CU vs GS25, 편의점 점포수 승자는?", 아주경제, 2021.03.18
  5. "6년 만에 더 혜자롭게…GS25, 김혜자 도시락 재출시", 이투데이, 2023.02.06 (https://www.etoday.co.kr/news/view/2219346)
  6. "GS25 '나만의 냉장고', 이제 가족·동료와 함께 쓴다", 인사이트코리아
  7. GS리테일 기업분석보고서, 잡코리아
#GS리테일#GS25#유통#편의점#럭키슈퍼마켓#혜자롭다#O4O#라이프스타일플랫폼#경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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