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을 정리하다가 낯선 제목의 메일 하나를 봤다. “PSN Digital Games Settlement"라니, 스팸인 줄 알고 지우려다 발신 주소가 이상하게 진지해서 멈췄다. 알고 보니 이건 스팸이 아니라 소니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그것도 몇 년째 끌어온 소송의 합의금 통지였다.
액수 자체는 크지 않다. 785만 달러. 소니 같은 회사한테는 분기 실적 발표 자료 한 페이지 각주로도 안 들어갈 돈이다. 근데 이 소송이 걸고넘어진 지점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2019년에 소니가 조용히 없애버린 관행 하나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정에서 시비가 붙고 있다는 거니까.
게임 상품권이 왜 갑자기 사라졌나
2019년 4월 이전에는 게임스탑이나 아마존, 월마트 같은 곳에서 “게임 특정 상품권”, 그러니까 특정 타이틀 하나를 콘솔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주는 코드를 따로 살 수 있었다. 이게 2019년 4월 1일 이전에 특정 게임 전용 상품권이 존재했고, 그 상품권 할인이 사라진 뒤 가격이 최소 50센트 이상 오른 경우를 이번 합의금 대상으로 규정한 이유다. 소니가 그해 이 판매망을 접고 PS스토어로만 다운로드 구매를 몰아넣었다는 게 소송의 출발점이다.
원고 쪽 주장은 단순하다. 소매 유통사끼리 가격 경쟁을 붙일 수 있던 창구를 닫아버리니, 소니가 PS스토어 가격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을 치렀다는 거다. 2023년에 제기된 이 소송은 이전에 아마존, 게임스탑, 월마트 같은 제3자 판매처를 통해 팔리던 디지털 다운로드 카드 판매를 소니가 2019년에 중단한 결정을 문제 삼았다. 소니는 당연히 잘못이 없다고 부인한다. 법원도 아직 소니가 실제로 법을 어겼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 이건 어디까지나 “합의"지 “유죄 확정"이 아니다.
읽다 보면 궁금해지는 지점이 하나 있다. 상품권 유통을 접었다는 사실 자체는 회사 내부 정책 변경일 뿐인데, 그게 왜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되는가. 미국 반독점법이 문제 삼는 건 “경쟁자를 배제해서 얻은 가격 결정력"이지, 유통 채널을 하나로 합치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소송의 핵심은 상품권을 없앤 게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그 이후 가격이 실제로 올랐다는 데이터를 들이대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줄었다"는 걸 입증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소니 입장에서 보면 자사 플랫폼 유통을 정리한 정상적 경영판단이고, 원고 쪽에서 보면 경쟁 제거를 통한 가격 인상이다. 같은 사실을 두고 해석이 완전히 갈리는 셈이라, 이 소송이 3년째 합의안이 반려되고 다시 제출되는 걸 반복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싶다.
얼마 받고, 언제 받나
합의 구조를 보면 재밌는 숫자가 몇 개 있다. 이번 화해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아라셀리 마르티네즈-올긴 판사가 심리 중이며, A.B. Data라는 법원 지정 관리 업체가 행정을 맡는다. 그리고 기존 판매 기록을 근거로 약 440만 7,533개의 PSN 계정이 대상자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 숫자 자체도 순탄하게 나온 게 아니다. 2024년 12월에 처음 발표된 785만 달러 합의안은, 2025년 3월에 한 차례 확정됐다가 판사가 근거 자료 부족을 이유로 반려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25년 7월에는 판사가 원고 측 배상 추정치가 부실하다고 다시 지적하면서 승인이 또 미뤄졌다. 두 번 퇴짜 맞은 뒤 올해 4월에야 예비 승인이 떨어진 거다.
PSN 정산 합의 핵심 일정 및 조건 정리
| 구분 | 내용 |
|---|---|
| 총 합의금 | 785만 달러 |
| 대상 기간 | 2019.4.1 ~ 2023.12.31 구매 건 |
| 대상 계정 수 | 약 440만 7,533개 |
| 최종 승인 심리 | 2026.10.15 |
| 제외/이의 신청 마감 | 2026.7.2 |
| 비활성 계정 신청 마감 | 2026.8.27 |
| 지급 방식 | PSN 지갑 크레딧 (비활성 계정은 수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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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방법은 따로 신청서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게 특이하다. 활성 PSN 계정을 가진 대상자는 별도로 청구서를 낼 필요 없이, 소니가 계정 데이터를 통해 대상자를 특정해 자격 요건을 갖춘 활성 계정에 직접 크레딧을 입금할 예정이라고 한다. 계정을 비활성화한 사람만 별도로 구매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최종 지급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변호사 수임료와 행정 비용 등 법원 승인 공제 후 남은 금액을 자격 있는 구매 건수에 비례해 나누는 방식이라 딱 얼마라고 지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정도 돈으로 뭐가 바뀔까
여기서 좀 냉소적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785만 달러라는 합의금은, 소니가 상품권을 없앤 이후 벌어들인 디지털 게임 매출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이 화해를 지켜본 이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소니의 디지털 게임 사업은 2019년 이후로 계속 커졌으니 이 정도 배상액이 사업 방식 자체를 바꿀 유인이 되긴 어렵겠다 싶다.
흥미로운 건 이게 미국 사례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는 훨씬 큰 판이 벌어지고 있다. 런던에서는 소니가 PS스토어 디지털 게임과 인게임 콘텐츠 가격을 부당하게 부과했다는 혐의로 약 27억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에 직면했으며, 약 1,220만 명의 영국 이용자를 대신한 소송이라고 한다. 이 소송이 인용하는 주장에 따르면 소니가 개발사와 퍼블리셔에 엄격한 조건을 강제해 디지털 구매에 약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그 결과 소비자 가격이 올라갔다는 것이며, 만약 소송이 성공하면 이자 제외 6억~50억 파운드(약 7억 5천만~62억 6천만 달러) 규모의 배상이 나올 수 있고, 대상자 1인당 67~562파운드(약 84~704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와 있다.
미국 쪽 785만 달러와 영국 쪽 최대 62억 달러라는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회사 같은 플랫폼을 두고 이렇게 스케일이 다른 이유가 궁금해진다. 미국 소송은 “상품권 폐지로 특정 게임들의 가격이 올랐다"는 좁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반면, 영국 소송은 플랫폼 수수료 구조 자체, 그러니까 소니가 모든 디지털 거래에 매기는 수수료율이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는 훨씬 근본적인 주장을 펴고 있어서인 듯하다. 같은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인데 무기 자체가 다른 셈이다.
당장 대상자라면 할 일은 별로 없다. PS스토어 구매 이력에 2019~2023년 사이 오래된 타이틀이 있다면, 크레딧이 언제 꽂히나 기다려보는 정도. 다만 최종 승인이 아직 안 났고, 이 소송이 이미 두 번 엎어진 전적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10월 심리에서도 또 무슨 변수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참고자료
- Newsweek, Sony $7.85M Settlement: When PlayStation Customers Could Expect Payout
- The Hill (NewsNation), PlayStation users may receive refunds in Sony $7.85M settlement
- Top Class Actions, $7.85M Sony PlayStation Store class action settlement
- PSN Digital Games Settlement official site, psndigitalgamessettlement.com
- SSBCrack News, Sony to Pay $7.85 Million in PlayStation Class-Action Settlement
- Yahoo (Bloomberg via), Sony Lawsuit Settlement Over PS Store Prices Rejected by Judge
- Malay Mail (AFP), Sony heads to London court over $2.7bn lawsuit
- TechRadar, PlayStation users in the UK could be collectively awarded billions
- TechRadar, A $6.3 billion lawsuit over PlayStation Store prices approved for trial
- The Spokesman-Review, PlayStation users could be owed money in $7.85M Sony settlement
- NBC5 Chicago, PlayStation users could qualify for part of a $7.85M settlement
- Rolling Out, PlayStation settlement: how to get your Sony money back
- Insider Gaming, Sony PlayStation Lawsuit Refund: How To Check Eligibility
- Rolling Out, PlayStation settlement offers payouts to millions of gamers
- Settlemate, $7.85 Million Sony PlayStation Store Digital Games Settl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