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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가 사라진 이유는 세법에 있다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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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문을 밀고 들어가 냉장고를 연다. 초록병이 스무 종류쯤 늘어서 있다. 라벨 디자인만 다를 뿐 안에 든 술은 거의 같다. 그 옆 좁은 칸, 전통주 두세 병에는 먼지가 살짝 앉아 있다.

프랑스는 와인으로, 일본은 사케로, 스코틀랜드는 위스키로 세계 시장을 상대한다. 한국에는 천 년 넘게 이어진 청주와 약주, 지역마다 다른 소주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인의 술잔을 채우는 건 원가 몇백 원짜리 희석식 소주다.

 convenience store refrigerated shelf in Korea at night, dozens of identical green soju bottles with only paper labels diff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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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10조 575억 원이다. 무형문화재가 빚은 술과 지역 농민이 만드는 지역특산주, 법이 인정하는 전통주를 다 합쳐도 1,475억 원어치다. 시장의 1.5%가 안 된다. 나머지는 맥주와 희석식 소주 두 품목이 금액 기준 80.1%를 가져간다.

병 200개로 환산하면 감이 더 뚜렷해진다. 국내에서 팔리는 술 200병 가운데 전통주는 3병이 채 안 된다. 197병 넘게가 맥주와 희석식 소주, 그리고 나머지 주종으로 채워진다.

이건 취향의 문제로 보고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은 이미 이 시장의 소비자다. 회식 자리에서, 명절에, 여행지 숙소 냉장고에서 마시는 술 대부분이 이 구조가 만든 초록병이다. 전통주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애초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좁아져 있었다는 사실은 별개다.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술을 소개하려 하면 금방 막힌다. 사케나 위스키처럼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병이 마땅치 않다. 그 빈자리 역시 우연이 아니라 세율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 좁아진 선택지는 산업의 규모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전통주 제조 면허를 받은 곳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대다수가 소규모 가족 경영에 머물러 있다. 매출이 작으면 설비 투자도, 유통망 확보도 자연히 뒤로 밀린다. 세율 구조가 만든 가격 격차는 그렇게 사업의 몸집 자체를 결정한다.

흔히 나오는 답은 입맛이다. 한국인이 독하고 저렴한 술을 좋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세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지금의 입맛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세금이 정한 술의 계급

증류주에는 출고가의 72%가 세금으로 붙는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얹힌다. 약주·청주·과실주는 30%다. 같은 증류주 안에서도 희석식 소주와 전통 증류식 소주, 위스키가 똑같이 72%를 낸다.

문제는 세율이 같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72%가 무엇에 붙느냐가 문제다. 이 방식을 종가세라고 부른다. 술의 양이 아니라 값에 매기는 세금이다.

10년 숙성한 증류주와 1년짜리 증류주는 원가 차이가 크다. 종가세 아래서는 원가가 높을수록 세금도 정확히 그 비율만큼 불어난다. 숙성 기간, 좋은 원료, 정성 들인 공정. 이 모든 게 세금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참이슬 한 병(360㎖)의 과세표준 가격은 548원 수준이었고, 여기 붙는 세금이 원가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최종 소비자가는 낮게 유지된다. 원가를 애초에 낮게 설계했기 때문에 72%를 곱해도 절대 금액이 작다.

같은 세율이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싼 술은 세금을 더 얹어도 여전히 싸다. 좋은 술은 세금이 좋음을 배로 벌한다. 결국 전통 증류식 소주나 프리미엄 약주를 만드는 쪽은 품질을 올릴수록 가격 경쟁력을 잃는 역설에 갇힌다.

최근 몇 년 사이 위스키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수입 위스키 매대는 오히려 넓어졌다. 국산 전통 증류주가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세율 구조다. 수입 위스키는 이미 해외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 상태로 들어와 같은 72% 세율을 감당하지만, 이제 막 생산 규모를 키우려는 국산 증류주는 원가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아 같은 세율에서 더 크게 불리하다.

값싸다는 착각이 굳어지는 방식

소비자 입장에서 이 구조는 티가 나지 않는다. 마트에서 초록병은 여전히 가장 싼 술이고, 전통 증류주는 여전히 비싼 술이다. 가격표만 보면 세금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런 술이라고 여기기 쉽다.

이 가격 차이의 상당 부분은 사실 원가가 아니라 세율 설계가 만든 결과다. 비슷한 알코올 도수, 비슷한 생산 규모라 해도 원료와 공정에 들인 비용만큼 세금이 비례해서 붙는다. 소비자가 마주하는 최종 가격표는 그 누적된 세금까지 포함한 숫자다.

이 착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진다. 저렴한 술이 계속 저렴하게 유지되면 그 가격이 정상 기준이 된다. 조금이라도 비싼 대안은 비정상적으로 비싸 보인다. 세율이 만든 가격 격차가 소비자의 감각 속에서는 품질과 무관한 절대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다음 세대 소비자도 같은 감각을 물려받는다. 무엇이 세금 때문에 비싼 것이고 무엇이 정말 비싼 것인지 구분할 근거 자체가 흐려진다.

1965년,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된 나라

이 구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세금보다 먼저 식량 문제가 나온다. 그런데 가양주 문화가 위축된 시점은 사실 1965년이 처음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주세법령이 집에서 담그는 술에도 세금과 면허를 요구하면서, 면허 없이 술을 빚던 가정과 지역의 오랜 관행은 이미 한 차례 밀려난 경험이 있다.

해방 이후에도 그 틀은 크게 손질되지 않았다. 그 위에 1965년 정부는 양곡관리법으로 쌀로 술을 빚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 전쟁을 겪은 나라의 식량 사정이 이유였다.

막걸리도, 증류식 소주도, 쌀이 들어가는 모든 전통주가 하루아침에 불법이 됐다. 빈자리를 채운 게 희석식 소주다. 타피오카나 감자로 주정을 만들고 물을 타면 됐다. 좋은 원료를 구할 필요도,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20년 넘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사이 쌀로 빚는 제조법은 기억에서 지워졌다. 집에서 담그던 가양주 문화도, 지역마다 다르던 증류법도 그 시간 동안 이어질 곳을 잃었다. 어머니에서 딸로, 스승에서 제자로 구전되던 배합비와 발효 시간은 문서로 남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금지된 20여 년 사이 그 지식을 실제로 손으로 익힌 세대가 통째로 비어버린 셈이다.

1990년 규제가 풀렸을 때는 이미 소비자의 혀와 지갑 모두 희석식 소주에 맞춰진 뒤였다. 복원을 시도한 이들은 두 가지 벽을 동시에 마주했다. 잃어버린 제조법을 되찾는 일과, 이미 굳어진 저가 시장의 가격 기대치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세율 체계는 그 위에 얹혔다. 1967년 주세법 개정 이유서에는 “고급주에 대한 중과를 위주로 세율을 인상 조절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고급주는 탁주와 약주를 제외한 술 전부였다. 좋은 술에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의도가 법 문구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틀이 반세기 넘게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2020년에야 탁주와 맥주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다.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와 같은 세금을 내게 된 계기였다.

증류주와 약주, 청주는 그대로 남았다. 정작 전통주가 몰려 있는 주종만 옛 방식에 갇혀 있다.

국경 없는 나라 안의 국경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이미 오래전에 증류주 종량세를 도입했다. 이 차이는 세금이 아니라 무역의 언어로 옮겨보면 더 선명해진다.

관세는 국경을 넘는 상품에 매겨진다. 그런데 한국의 주세 체계는 국경 없이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좋은 원료로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든 술은 국내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마치 수입품처럼 무거운 세금을 진다. 대량으로 값싸게 찍어내는 술은 국내 시장에서 특혜에 가까운 대우를 받는다.

국경이 가르는 게 아니라 제조 방식이 가른다. 전통주는 자기 나라 시장 안에서 이미 관세 장벽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길에 오르기도 전에 국내 유통 단계에서부터 가격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

무역에서 반덤핑 관세는 외국산 저가품이 자국 산업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다. 한국의 주세 체계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국내에서 저가로 대량생산되는 술을 보호하고, 국내에서 고가로 정성껏 만든 술에 부담을 지운다. 반덤핑의 논리를 자국 산업 내부에 거꾸로 적용한 모양새다.

일본은 1994년 주세법을 고쳐 맥주 제조면허 최소 생산량 기준을 연간 2000㎘에서 60㎘로 낮췄다. 진입장벽을 33분의 1로 줄인 조치다. 그 뒤 지비루라 불리는 지역 맥주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전국 맥주 소비량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소규모 맥주 판매량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류식 소주 역시 지역 농산물의 역사를 앞세운 마케팅과 세제 정비를 등에 업고 2003년부터 희석식 소주 시장을 앞질렀다. 규제를 풀자 오히려 전통이 시장을 되찾은 사례다.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연방 정부는 소규모 증류소에 낮은 세율 구간을 따로 뒀다. 2004년 문을 연 하우스 스피리츠 디스틸러리 같은 크래프트 증류소들이 이 구간 안에서 자랐다. 낮은 세율 구간 덕분에 소규모로 시작해 조금씩 생산량을 늘려가는 경로가 실제로 가능했다. 사업 초기의 손익분기점을 세금이 아니라 시장 반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26년에는 소규모 증류소 세율을 프루프갤런당 2.35달러 낮추는 법안까지 초당적으로 통과됐다.

프랑스는 반대 방향의 설계를 택했다. AOC 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는 특정 지역·품종·공법을 지킨 와인에 오히려 프리미엄을 붙여준다. 정성과 지역성이 세금 부담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로 전환되는 구조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세제·인증 틀 안에 놓이느냐에 따라 산업 전체의 방향이 갈린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전통주에도 감면 제도는 있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세율을 50% 깎아준다. 다만 이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생산 규모가 발효주 연 500킬로리터, 증류주 250킬로리터 이하로 오래 묶여 있었다. 조금만 커져도 감면 밖으로 밀려난다.

성장이 벌칙이 되는 구조였다.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그 기준이 700킬로리터, 350킬로리터로 늘었고, 2025년 초 정부 대책에서 다시 1000킬로리터, 500킬로리터로 확대됐다. 감면 구간도 세분화됐다.

방향은 맞다. 다만 반세기 동안 유지된 틀을 뒤늦게 조금씩 넓히는 모양새라는 점은 남는다.


종량세 개편이 매번 멈추는 이유

여기서 진짜 질문이 남는다. 증류주 종량세 전환 법안은 이미 여러 번 국회에 발의됐다. 2023년에도 발의됐다. 그런데 왜 매번 통과되지 못하고 사라질까.

답은 세율 계산이 아니라 그 계산의 전제에 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종량세 전환 시나리오는 하나의 조건에서 출발한다. 희석식 소주의 세 부담은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제시한 시나리오에서도,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서도 이 전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전제 위에서 세율을 역산하면 결과적으로 위스키나 고급 증류식 소주의 세금만 크게 줄어드는 그림이 나온다. 최대 72% 넘게 세금이 깎이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소주 출고가가 100원만 올라도 언론은 서민 술값 인상으로 보도한다. 물가 지표와 함께 소환되는 품목이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이 프레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개편안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부담스럽다. 표로 환산했을 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 전제를 지키는 데는 또 다른 힘도 작용한다. 희석식 소주 시장은 소수의 대형 제조사가 나눠 갖고 있다. 반면 전통주 쪽은 수백 개의 소규모 양조장으로 흩어져 있다. 세율 개편 논의에서 목소리를 더 조직적으로, 더 크게 낼 수 있는 쪽이 어디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파편화된 이해관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법안 하나를 밀어붙일 협상력을 갖기 힘들다.

이 지점에서 개편은 항상 멈췄다. 서민이 마시는 술의 가격을 흔들 수 없다는 정치적 합의가, 정작 그 개편이 살리려던 전통 증류주까지 함께 묶어버렸다.

전통주 쪽을 대변할 소비자 목소리도 뚜렷하지 않다. 희석식 소주는 거의 모든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이라 물가 이슈로 즉각 조직된다. 전통주 세율 개편으로 이득을 볼 소비자층은 상대적으로 좁고 흩어져 있어, 같은 무게의 정치적 압력으로 뭉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개편 논의 테이블에는 ‘가격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만 크게 남는다.

결국 정부가 택한 우회로가 2024년 도입된 기준판매비율 제도다. 국산 주류의 과세표준에서 판매관리비 상당분을 미리 공제해 수입 주류와의 형평성을 맞추는 방식이다. 세율 체계 자체는 그대로 두고 계산식만 손본 셈이다.

국산 소주와 위스키 출고가가 일부 낮아지는 효과는 있었다. 그런데 종가세라는 뼈대는 바뀌지 않았다. 원가가 높을수록 세금도 비례해서 불어나는 근본 구조는 기준판매비율 도입 전과 후가 같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세율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건 법 조문이 아니다. 초록병 가격은 절대 오르면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다. 전통주 문제로 보였던 것이 실은 희석식 소주를 둘러싼 가격 방어의 부산물이었다.

원소주와 백걸리 사이

이 구조 안에서 최근 몇 년간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면 문제가 추상적이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지역특산주로 등록된 원소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지역 쌀 100%를 써서 지역특산주 요건을 채웠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나온 백걸리는 충남 예산 쌀을 쓰고도 온라인 판매가 안 됐다. 소규모주류제조 면허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두 술의 품질이나 진정성이 갈린 게 아니다. 어느 서류함에 넣었는지가 갈랐다. 같은 지역 쌀을 쓰고도 등록 유형 하나로 유통 채널 전체가 달라졌다.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으려면 주원료의 지역 농산물 비율을 채워야 한다. 오랫동안 이 기준은 상위 3개 원료의 지역농산물 100%였다. 2025년 들어서야 95% 이상으로 소폭 완화됐다.

나머지 5%의 재료 하나를 다른 지역에서 가져왔다는 이유로 세제 혜택 밖으로 밀려나는 양조장이 그동안 실제로 있었다는 뜻이다. 재료 하나 때문에 온라인 판로 전체가 막히면, 그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이미 규모를 갖춘 양조장뿐이다. 작은 양조장일수록 서류 요건 하나에 사업 존폐가 갈렸다.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자리

전통주 열풍이라는 말이 몇 년째 언론에 오르내린다. 백화점 팝업, SNS 인증샷, 세련된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정작 지역 양조장 상당수는 그 열풍 바깥에 있다. 도시의 프리미엄 매장에 입점하는 몇몇 브랜드와, 여전히 세율 부담과 판로 부족에 시달리는 다수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작은 양조장이 감면 구간을 넘어서면 세금이 뛴다. 그 순간 확장을 멈추거나, 유통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는 선택지만 남는다. 성장을 시도한 대가가 세금으로 돌아오는 구조에서는 몸집을 키우기보다 현상 유지를 택하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그 결과 전통주 시장은 소수의 성공 사례와 다수의 정체된 소규모 양조장으로 갈라져 있다. 언론이 다루는 건 대체로 전자다. 시장 점유율 1.5%라는 숫자는 후자를 포함한 전체의 실상에 더 가깝다.

반세기의 관성이 남긴 질문

정부는 최근 소규모 양조장에 증류주 면허를 허용하고, 시음주 규제를 풀고, 납세증명표지 부착 의무를 완화하는 등 손보는 속도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방향은 나쁘지 않다.

다만 이 개선들은 모두 1967년에 짜인 틀의 가장자리를 다듬는 작업이다. 틀 자체를 바꾼 적은 아직 없다. 종가세는 그대로 있고, 서민 술값을 흔들 수 없다는 전제도 그대로 있다.

A traditional Korean brewer’s hands ladling makgeolli
A traditional Korean brewer’s hands ladling makgeolli

편의점 냉장고로 돌아가보자. 초록병들이 늘어선 풍경은 누군가의 취향이 쌓인 결과가 아니다. 1965년의 식량 정책과 1967년의 세율 설계, 반세기 동안 단 한 번도 정면으로 건드리지 못한 서민 술 가격이라는 정치적 마지노선이 겹쳐 만든 결과다.

몇 년 뒤 이 냉장고 앞에 설 사람은 지금의 아이들일 수도 있다. 그때도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초록병은 여전히 스무 종류로 늘어서 있고, 전통주 칸은 여전히 좁을 것이다. 반세기 동안 바뀌지 않은 전제가 다음 반세기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지금 이 구조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그 냉장고 문을 열 때, 옆 칸의 먼지 앉은 병 두세 개가 왜 거기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지 한 번쯤 물어볼 만하다.

참고자료
  1. 국세청, 주세 신고현황 통계
  2.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3. 기획재정부, 2024년 세법개정안
  4.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 (2025.2)
  5. 국가법령정보센터, 주세법·주세법 시행령 개정이유
  6. 이대형, 전통주칼럼 - 전통주의 종량세 전환에 대한 고민, thesool.com
  7. 나무위키, 주세/희석식 소주/증류식 소주/한국의 전통주 항목
  8. 한국경제 한경용어사전, 종가세·종량세
  9. 법률신문, 종가세 대신 종량세 부과 주세법 개정안 발의 (2023.10)
  10. 농민신문, 증류주 종량세 전환 정부 검토 기사 (2023.10)
  11. 월간중앙, 한국 맥주 관련 일본 지비루 규제완화 기사
  12. 이코노믹리뷰·비바100,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 기사 (2023~2024)
  13. 매일신문, 전통주 소규모 면허 증류주 허용 확대 기사 (2025.2)
  14. 오마이뉴스, 전통주 인기라는데 지역 양조장 속은 왜 타들어갈까 (2022)
  15. 농사로, 우리술 창업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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