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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AI 의사를 서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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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정 5 min read --

**임상의 한 명이 AI 치료사 수천 명을 감독할 수 있다. **미국 메디케어 파일럿에 참여한 한 AI 심리치료 회사가 내놓은 계산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과장된 마케팅 문구로 넘겼다.

그런데 같은 시기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진단하고 약까지 처방하는 AI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겹쳐 보니, 이건 정부가 그리는 그림의 일부였다.

그림은 두 개의 빈칸 사이에 걸려 있다. 하나는 의사가 없는 진료실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틀렸을 때 책임을 물을 규정이 없는 자리다. 미국 정부는 첫 번째 빈칸을 메우는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두 번째 빈칸은 아직 비어 있다.

AI 의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빈 진료실에서 나온다

출발점은 숫자다. ARPA-H(첨단보건연구계획국) 프로그램 매니저이자 심장내과 전문의인 하이더 와라이치 박사는 미국 카운티의 거의 절반에 심장내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임상의가 전화로 해 줄 수 있는 모든 일을 대신할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문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사람이 없는 자리를 무엇으로 메우나’에 가깝다.

6월 25일 발표도 한 기관의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HHS는 지난해 말 임상 AI 도입 가속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 7천 건 넘는 의견을 받았고, 그 결과를 FDA·메디케어·본부가 함께 공유하는 ‘원 HHS’ 전략으로 묶었다. 9월 중순 뉴욕타임스가 이 구상의 내부를 취재해 보도하면서 논의는 더 구체적인 이름들로 번졌다.

ADVOCATE, 진단부터 처방까지 맡기는 AI 의사 실험

가장 구체적인 그림은 ARPA-H의 ‘ADVOCATE’(어드보킷) 프로그램이다.

ARPA-H의 ‘ADVOCATE’(어드보킷)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가상의  환자
ARPA-H의 ‘ADVOCATE’(어드보킷)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가상의 환자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예약이나 생활습관 안내를 넘어 진단, 중증도 분류(트리아지), 약물 처방과 용량 조정까지 AI에게 맡기는 게 목표다. 와라이치 박사는 이 기술이 “환자를 임상의에게 연결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문제를 닫아버릴 수 있는” 수준을 겨냥한다고 설명했다.

심부전과 심근경색 환자로 시작하지만, 그는 이 작업을 **“만성질환을 앓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템플릿”**이라고 불렀다. 작동하려면 **전자건강기록(EHR)의 진료 이력, 손목형 웨어러블의 심박·활동량, 환자가 그때그때 입력하는 증상이 실시간으로 엮여야 한다. **세 데이터의 품질과 갱신 주기가 제각각이니, 이건 의료 문제이기 전에 까다로운 데이터 통합 문제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ADVOCATE가 배치된 AI를 지켜보는 ‘감독관’ AI에도 따로 자금을 댄다는 점이다. 와라이치 박사 스스로 **“이렇게 강력한 기술에 대해 임상의들이 많은 우려를 가질 것”**이라고 인정했으니, 개발하는 쪽도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ARPA-H는 이 프로그램이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고, 임상시험 전에 여러 번 걸러내는 단계를 거칠 거라고 밝혔다. 당장 병상 옆에서 쓸 제품은 없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

FDA는 왜 AI 의사를 심사할 규정이 없나

기존 규정이 상상한 AI와 지금 나오려는 AI가 다른 물건이기 때문이다.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FDA는 2026년 초까지 AI 기반 의료기기를 1,350개 넘게 승인했다. 하지만 전부 영상에서 종양을 찾는 것처럼 좁은 작업을 하는 도구다.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바꾸는 자율형 AI를 위한 심사 체계는 없고, 생성형 AI 제품이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 사례도 아직 없다.

FDA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AI 의료기기는 510(k), 드노보, PMA 세 갈래 승인 경로 중 하나를 거친다.

2019년 AI·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규제 구상을,

2021년 실행 계획을 내놨고, 출시 뒤에도 학습하며 바뀌는 알고리즘의 변경 범위를 미리 정해 두는 ‘사전결정 변경통제계획(PCCP)‘도 만들었다. 문제는 이 틀 모두가 사람이 최종 승인하는 좁은 보조 도구를 전제로 짜였다는 점이다. FDA 디지털헬스 우수센터의 릭 에이브럼슨 박사는 “더 큰 자율성과 더 큰 행위 능력"을 가진 AI에 대비해 위험에 비례하는 규제를 만들고 있다며, 관련 아이디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고만 밝혔다.

승인 이후도 헐겁다. 한 연구팀이 2010~2023년 승인된 AI·머신러닝 의료기기 약 950개의 이상 사례를 FDA 시판 후 감시 데이터베이스로 분석했더니, 지금 체계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율성이 훨씬 큰 AI가 이 구멍을 그대로 통과한다면, 위험은 승인 순간보다 승인 뒤에 쌓일 가능성이 크다. 규칙보다 기술이 먼저 가는 일은 자동차에도, 신약에도 있었지만 그 지연이 길어질수록 쌓이는 리스크도 커진다.

메디케어 AI 파일럿은 이미 200곳을 넘었다

정신질환 치료 챗봇 ‘테라봇’(Therabot)이 우울·불안·섭식 장애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정신질환 치료 챗봇 ‘테라봇’(Therabot)이 우울·불안·섭식 장애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규정을 기다리는 사이 현장은 먼저 움직였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메디케어는 이미 200곳 넘는 기업의 AI 파일럿을 허용했다. 그중 하나가 불안이나 우울을 겪는 가입자에게 대화형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챗봇 ‘Hope’이고, 운영사 림빅이 바로 “임상의 한 명이 AI 치료사 수천 명을 감독할 수 있다"고 주장한 회사다.

이 비율이 이상한 이유는 논리가 뒤집혀 있어서다. 사람이 부족해 AI를 들인다던 이야기가 어느새 ‘AI 하나에 사람 하나’가 아니라 ‘사람 하나에 AI 수천’으로 바뀌어 있다. 그 비율에서 ‘감독’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메디케어 책임자 메흐멧 오즈 박사는 STAT 보도에서 시골 지역 상담 인력이 워낙 없으니 사람이 아예 없는 것보다 AI 아바타가 낫다는 논리로 도입을 옹호했다.

AI 의사 정책에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등장하는 이유

뉴욕타임스 보도의 또 다른 축은 사람이다.

비즈니스 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벤처투자자 비노드 코슬라가 HHS 고위 관계자들과의 논의에서 특히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로 지목됐고, 그의 아들이 헬스케어 AI 기업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함께 언급됐다.

업계 전문가의 조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규제 대상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기술을 만드는 사람인 건 신산업의 현실이다. 다만 진단과 처방을 대신할 AI 시장을 먼저 차지하는 기업이 누릴 이익은 신약 하나보다 크고 오래갈 수 있다. 조언자가 동시에 그 시장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서, 정부 내부에서조차 영향력의 크기를 두고 우려가 나왔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연방보다 먼저 움직인 주 정부의 AI 의료 규제

연방 규정 공백이 길어지자 몇몇 주는 직접 선을 그었다.

홀랜드앤나이트 분석에 따르면 일리노이는 2025년 8월 ‘심리자원 관리감독법(WOPR법)‘으로 면허 없는 AI가 치료적 판단을 내리거나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AI 챗봇의 위험한 조언 사례가 반복되자 주 의회가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다. 네바다와 유타도 이용자에게 AI와 대화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환자에게는 당장 보호막이 생긴 셈이지만, 기업은 주마다 다른 규칙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이 흐름은 워싱턴이 “조만간"이라고 말하는 사이 주 의회가 이미 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속도 차이 그 자체를 보여 준다.

AI 의사가 틀렸을 때 책임은 누가 지나

접근성 문제는 실재한다. 카운티 절반에 전문의가 없다는 통계는 꾸며낸 게 아니다.

그런데 해법으로 나온 자율형 AI는 규제 체계보다 먼저 출발했고, 그 설계 과정에는 해법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목소리도 섞여 있다.

남는 질문은 하나다.

환자를 넘겨받은 AI가 잘못 처방했을 때 책임은 개발사에 있나, 승인한 FDA에 있나, 그 AI를 쓰기로 한 의료기관에 있나. 이 질문에 답하는 규정은 아직 초안도 공개되지 않았고, 메디케어 파일럿은 이미 200곳 넘게 돌아가고 있다.

참고자료
  1. HHS bets on AI agents that diagnose and prescribe on their own
  2. Which AI-Enabled Applications Are Regulated by FDA?
  3. Oz says ‘AI-based avatars’ can help rural communities. Some leaders disagree
  4. AI moves into the doctor’s office
  5. A general framework for governing marketed AI/ML medical devices
  6. New Illinois Law Restricts Use of AI in Mental Health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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