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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엔진 혼합비, 왜 산소를 최대로 안 넣을까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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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랩터 엔진 시험 장면, 밝은 주황빛 화염이 분출되는 모습
스페이스X 랩터 엔진 시험 장면, 밝은 주황빛 화염이 분출되는 모습

스타십 발사 영상을 볼 때마다 궁금했던 게 하나 있다.

슈퍼헤비 부스터 아래 33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 유난히 맑고 투명한 주황빛이라는 것.

예전에 보던 팰컨 9나 새턴 V 엔진 화염은 이보다 뿌옇고 노란 쪽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랩터 엔진 얘기가 나올 때마다 ‘혼합비’라는 단어랑 ‘전유량엔진’이라는 낯선 이름이 계속 붙어 다니더라.

처음엔 그냥 산소를 많이 넣으면 화력이 세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파다 보니 이게 단순한 연료 배합 문제가 아니라 엔진 전체 구조를 결정짓는 변수였다.

혼합비(O/F비)가 뭐길래 엔진 설계를 흔드나

혼합비는 산화제 유량을 연료 유량으로 나눈 값이다.

산소를 1이라 하고 연료를 그만큼 태우면 혼합비가 1이 되는 식인데, 문제는 이게 화학양론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성능이 최고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한 연구에서 과산화수소와 케로신을 쓰는 소형 이원추진제 엔진의 혼합비를 3.8부터 11.0까지 바꿔가며 연소시험을 했는데, 연소 효율은 혼합비 5~6 구간에서 가장 좋았고 그 밖의 구간에서는 떨어지는 경향이 나왔다.

메탄/액체산소 엔진 인젝터를 다룬 다른 실험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 시험한 혼합비 구간 전체에서 평균 90% 이상의 높은 연소 효율을 유지했다고 한다.

추진제 조합에 따라 혼합비가 성능에 미치는 민감도 자체가 다르다는 뜻인 것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럼 그냥 실험해서 제일 좋은 지점에 맞추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실제 엔진 설계로 넘어가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비추력 최고점과 실제 설계점은 다르더라

로켓엔진 성능을 나타내는 비추력(Isp)은 특성속도와 노즐 추력계수의 곱으로 정해지는데, 특성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연소압과 혼합비이며, 혼합비에 대해서는 특정 값에서 최댓값을 갖는 형태를 보인다. 그런데 그 최댓값 지점을 그대로 쓰지 않는 엔진들이 있다.

누리호 1·2단에 들어가는 75톤급 엔진이 딱 그런 사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를 보면 이 연소기의 혼합비는 비추력이 최대가 되는 지점이 2.5~2.6 정도이지만, 연소실 냉각을 고려해 그보다 낮은 2.45로 결정됐다고 나온다. 액체산소·케로신을 쓰는 이 엔진은 추진제 유량 243.6kg/s, 연소압력 6.0MPa, 목표 특성속도 1730m/s로 설계됐는데, 최적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조금 비껴간 셈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혼합비를 높이면 연소가스 온도가 올라가서 비추력엔 유리하지만, 그만큼 연소실 벽면이 버텨야 하는 열부하도 커진다. 실제로 다른 국산 75톤급 연소기 해석 자료에서도 혼합비가 증가하면 연소가스 온도도 증가해 연소실 냉각 면에서 불리해지고, 연료 유량의 일부를 막냉각에 쓰기 때문에 최대 비추력을 낼 수 있는 공칭 혼합비는 실제로는 더 낮은 값으로 잡힌다는 설명이 나온다.

성능과 생존 사이에서 매번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셈인데, 이게 그냥 숫자 하나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엔진이 몇 번을 버티고 재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갈라놓는 지점이라는 게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추력을 조절할 때도 혼합비가 말썽을 부린다

설계점에서 혼합비를 잘 잡아놔도 끝이 아니다.

발사 중에 추력 제어 밸브를 움직여 엔진 출력을 올리거나 내리면 가스발생기 안의 혼합비도 같이 흔들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추진제어그룹 연구에 따르면 추력조절밸브가 작동해 엔진 추력 수준이 바뀌면 가스발생기의 추진제 혼합비도 함께 변하고, 이 변화가 가스 온도 변화로 이어져 터빈 블레이드 손상이나 비추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흔들림을 잡아주는 별도의 ‘혼합비 안정기’라는 장치까지 따로 개발했다는 건데, 추력 하나 조절하려다가 혼합비가 같이 널뛰고, 그걸 또 잡으려고 부품이 하나 더 늘어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왜 전유량엔진 개발이 유독 어려운지 감이 좀 왔다.

가스발생기는 혼합비 흔들림을 잡을 안정기 하나만 있으면 되지만, 전유량엔진은 독립된 예연소기 두 개가 추력을 바꿀 때마다 서로 다른 혼합비로 동시에 흔들리는 걸 각각 잡아야 한다. 터보펌프도 두 벌, 혼합비 제어 루프도 두 벌인 셈이니 스로틀링 하나에도 훨씬 정교한 실시간 제어가 필요했겠다 싶다.

혼합비가 엔진 사이클 자체를 가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혼합비 문제는 연소실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터보펌프를 돌리는 방식 자체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다. 연료와 산화제의 일부를 따로 떼어내 별도의 연소실(가스발생기)에서 태우고, 그 가스로 터빈을 돌려 펌프를 구동한 다음 그냥 대기로 배출해버린다.

누리호 75톤 엔진과 스페이스X 멀린 엔진이 이 방식을 쓰는데, 구조가 단순하고 개발이 빠른 대신 터빈을 돌리는 데 쓴 추진제만큼은 주 연소실에 못 들어가니 비추력에서 손해를 본다.

이 손해를 줄이려고 나온 게 다단연소 사이클이다. 터빈을 돌리고 나온 배기가스를 버리지 않고 주 연소실로 다시 밀어 넣는 방식인데, 문제는 예연소기 하나로는 연료가 남아도는 ‘연료 리치’ 상태나 산소가 남아도는 ‘산화제 리치’ 상태 둘 중 하나만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이 둘을 각각 다른 쪽으로 밀어붙였다.

미국은 우주왕복선 주엔진(SSME)처럼 연료가 남는 쪽을,

소련은 RD-263이나 RD-0233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용 엔진에서 산화제가 남는 산화제 리치 다단연소 방식을 이미 1970년대부터 실전 배치해 썼다.

산화제가 남아도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터빈 블레이드가 타버리지 않게 만드는 재료 기술을 소련 쪽이 먼저 확보했던 셈인데, 미국은 이 방향은 오래 피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전유량엔진 — 양쪽을 아예 다 태워버리자는 발상

그럼 연료 리치와 산화제 리치를 동시에 쓰면 어떻게 될까. 이게 **전유량엔진(full-flow staged combustion cycle, FFSC)**의 출발점이다. 예연소기를 두 개 두고, 하나는 산화제 대부분과 연료 일부를 태워 산화제 리치 가스로 산화제 터보펌프를 돌리고, 다른 하나는 연료 대부분과 산화제 일부를 태워 연료 리치 가스로 연료 터보펌프를 돌린다. 버려지는 유량이 없이 추진제 전량이 어떤 형태로든 터빈 일을 하고 나서야 주 연소실로 들어간다.

이게 왜 좋은가 하면, 같은 터빈 출력을 내는 데 필요한 가스 온도를 낮출 수 있어서다.

NASA의 전유량엔진 시연 프로그램 자료를 보면 예연소기에서 추진제 전량이 연소되기 때문에 기존 다단연소 사이클보다 터빈을 구동할 수 있는 질량유량이 더 많아지고, 이 여유 출력 덕분에 터빈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재사용 엔진 수명에서 핵심적인 터빈 수명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산화제 리치 가스는 산화제 터빈에, 연료 리치 가스는 연료 터빈에만 닿게 만들면 펌프와 터빈 사이의 복잡한 추진제 씰링 장치가 아예 필요 없어진다는 부수 효과도 있다. 서로 다른 상(相)의 유체가 섞일 위험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개념은 60년 됐는데, 왜 이제야 날았나

전유량엔진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사실 새롭지 않다.

소련의 로켓 설계자 발렌틴 글루시코 팀이 1962년부터 개발한 RD-270이 이미 전유량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질산화질소·UDMH를 추진제로 썼고 진공 추력 6,713kN, 진공 비추력 322초, 연소압 26.1MPa에 달했는데, 소련이 계획하던 대형 발사체 UR-700용으로 개발됐다. 그런데 1969년 미국이 먼저 달에 도착하면서 소련의 관련 로켓 계획이 취소됐고, RD-270도 함께 개발이 중단됐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걸 쓸 로켓 자체가 사라진 경우다.

미국 쪽에서는 1990년대 들어 NASA와 공군연구소가 합동으로 통합동력헤드시연기(IPD)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액체수소·액체산소를 쓰고 산소 리치와 수소 리치 이중 예연소기를 갖춘 이 시연 엔진은 비행 중 엔진을 시원하게 유지하고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 약 250,000파운드급 추력을 낼 수 있었고 최대 200회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는데, 2006년 7월 전체 26회 예정 시험 중 21회를 마치고 100% 출력 단계에 도달하는 성과를 냈다. 그런데 이후 완전한 엔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후속 예산이 정책 결정권자로부터 배정되지 않아, 전체 엔진 설계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기술도 검증됐고 실험도 성공했는데 돈이 끊겨서 멈춘 경우다.

결국 실제로 하늘을 난 최초의 전유량엔진 타이틀은 스페이스X의 랩터 엔진에게 돌아갔다.

스타십 시험비행을 통해 세계 최초로 실제 비행에 성공한 전유량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이라는 기록이 붙었다. 극저온 액체메탄과 액체산소를 쓰고, 랩터 V2 기준 해수면 추력 2.26MN·비추력 327초, 진공 추력 2.53MN·비추력 380초를 낸다. 개념이 처음 실전 설계까지 간 게 1962년이니, 실제로 날기까지 60년 넘게 걸린 셈이다.

이 지연의 핵심은 결국 재료와 정밀 제어였던 것 같다.

산화제가 넘치는 초고온 환경에서 금속이 타버리지 않게 만드는 것, 연료가 넘치는 환경에서 그을음 없이 오래 버티는 것, 그리고 이 두 개의 독립적인 예연소기·터보펌프 루프가 밀리초 단위로 유량을 정확히 맞춰가며 돌아가게 만드는 것. 소련은 산화제 리치 절반을, 미국은 연료 리치 절반을 각자 따로 풀어놨던 걸 하나로 합치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전유량 다단연소·가스발생기·산화제 리치 다단연소 사이클을 실제 엔진 수치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로켓엔진 사이클별 대표 스펙 비교

엔진 사이클 혼합비 진공 비추력 개발 상태
누리호 75톤 엔진 가스발생기 2.45 - 실전 운용 중
RD-263 (소련) 산화제 리치 다단연소 2.67 318초 실전 배치(퇴역)
IPD (미국) 전유량 다단연소 - - 시연 성공 후 개발 중단
RD-270 (소련) 전유량 다단연소 - 322초 개발 취소
랩터 V2 (스페이스X) 전유량 다단연소 - 380초 실전 비행 중

전유량이 항상 정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전유량엔진이 뭔가 궁극의 해답처럼 보이는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예연소기와 터보펌프가 두 세트씩 필요하고, 둘을 정밀하게 맞물려 돌려야 하니 개발 난이도와 부품 수가 그만큼 늘어난다. RD-270부터 랩터까지 성공 사례가 딱 하나뿐이라는 것 자체가 이 복잡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누리호 개발 과정을 보면 왜 모든 발사체가 전유량을 노리지 않는지도 이해가 간다.

항우연은 75톤급 엔진만 17기를 제작해 152회, 총 1만5091초에 달하는 연소시험을 거쳤다. 예산과 일정이 정해진 중형 발사체 개발에서는 검증된 가스발생기 사이클로 신뢰성을 쌓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거다. 반면 스페이스X는 스타십처럼 수십 개 엔진을 클러스터링해서 수백 번 재사용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으니, 터빈 수명과 씰링 문제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전유량 방식에 60년치 리스크를 감수할 유인이 있었던 거고.

앞으로 대형 재사용 엔진들이 다 전유량 쪽으로 수렴할지, 아니면 목적에 따라 사이클이 계속 갈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혼합비라는 숫자 하나가 연소실 냉각부터 터빈 재질, 엔진 전체 사이클 선택까지 줄줄이 엮여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다음에 발사 영상 볼 때 불꽃 색깔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질 것 같긴 하다.

참고자료
  1. 한국추진공학회 학술대회논문집 — 친환경 추진제 저추력 액체로켓엔진 O/F ratio 연소 특성
  2. 대한기계학회 논문집 B권 — 가스메탄/액체산소 단일 인젝터 혼합비 실험
  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한국형발사체 액체로켓엔진 연소기 설계의 해석적 고찰
  4. koreascience.kr — Current Status of Development Test of 75 tonf Engine System for KSLV-II
  5. koreascience.kr — 75-ton LRE Combustion Chamber TDM 설계제원
  6. koreascience.kr — 액체로켓엔진 가스발생기 혼합비 안정기의 특성 연구
  7. 위키백과 — 랩터 로켓 엔진
  8. 나무위키 — 랩터 엔진
  9. 나무위키 — 스타십(스페이스X)
  10. Wikipedia — RD-270
  11. Wikipedia — RD-263 / RD-0233 / RD-0255 / RD-193 / RD-58
  12. Hackaday — The Impossible Tech Behind SpaceX's New Engine
  13. Everyday Astronaut — Soviet Rocket Engines
  14. NASA — New Rocket Engine Combustion Cycle Technology Testing Reaches 100% Power Level
  15. Wikipedia — Integrated Powerhead Demonstrator
  16. spacedaily.com — USAF-NASA Technology Demonstrator Engine Successfully Test Fired
  17. 머니투데이 / 아시아경제 / 뉴시스 — 누리호 75톤급 엔진 개발 시험 관련 보도
#로켓엔진 혼합비#OF비#비추력#전유량엔진#full flow staged combustion#다단연소사이클#가스발생기사이클#랩터엔진#RD-270#누리호 75톤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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