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아침에 타임라인을 넘기다가 좀 이상한 걸 봤다. 사이버캡 첫 승객 탑승 행사라길래 당연히 실시간 중계에 머스크가 무대에 나와 뭔가 떠벌리는 그림을 예상했는데, 정작 스트리밍은 없었다. 초대받은 사람들도 NDA에 서명하고 들어갔다더라. 시제품 공개하고 딱 2년 만에 실제 도로에 풀리는 순간인데 왜 이렇게 조용히 넘어갔을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연방 규제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것도 차량이 도로에 나온 바로 그날.
궁금한 게 두 가지였다.
사이버캡이 웨이모나 죽스 같은 기존 로보택시랑 뭐가 다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이게 미국 밖으로도 나갈 수 있는 물건인지.
파다 보니 두 질문이 사실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사이버캡을 다른 로보택시와 가르는 지점
사이버캡은 2인승에 운전대도, 페달도, 사이드미러도 없다. 사람이 조작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지워버린 설계다.
나비처럼 위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도어에 금빛 차체, EPA 인증 기준 배터리 47.6kWh, 전륜 단일 모터 219마력, 복합 주행거리 약 472km. 센서는 카메라 9개가 전부다.
라이다도 레이더도 없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웨이모나 아마존 계열 죽스는 정반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웨이모는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겹겹이 쌓는 ‘멀티 센서 퓨전’ 쪽이고, 최근 내놓은 6세대 차량 오하이(Ojai)도 센서 개수를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카메라 13개에 라이다·레이더를 함께 쓴다. 죽스도 큐브형 차체에 다중 센서를 얹었다.
반면 테슬라는 순수 광학 카메라와 인공지능 연산만으로 밀어붙이는** ‘비전온리’ **노선을 고집해왔고, 사이버캡은 그 철학이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가격도 다르다. 목표가는 3만 달러 밑이라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웨이모·죽스처럼 기존 양산차를 개조하는 방식보다 훨씬 싸게, 훨씬 많이 찍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실제로 8월 31일 텍사스 차량국 등록 자료에 사이버캡 7대가 추가로 잡혔는데, 이걸로 텍사스에 등록된 테슬라 로보택시 총량이 276대(모델Y 269대 + 사이버캡 7대)가 됐다. 아직은 시범 수준이지만 물량을 늘리려는 움직임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
한 가지 짚어야 할 건, 사이버캡이 서류상으로는 자체인증 SAE 레벨4지만 실제 초기 운행에서는 조수석에 안전요원이 동승하고 원격 관제까지 병행한다는 점이다.
웨이모의 완전 무인(운전석 자체가 비어 있는) 상태와는 아직 결이 다르다. 설계는 사람이 개입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운영은 사람이 옆에 앉아 지켜보는 과도기인 셈이다.
출시 당일 조사가 들어간 이유
미국은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사전 인가가 아니라 ‘자체 인증’ 방식으로 운영한다.
제조사가 알아서 기준을 충족한다고 선언하면 일단 도로에 내보낼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국도교통안전국(NHTSA)이 사후에 들여다보는 구조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애초에 사람이 운전한다는 걸 전제로 짜여 있다. 브레이크 페달, 핸들, 사이드미러 같은 조항들이 전부 그렇다.
**테슬라는 이 조항들이 사이버캡에는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서 인증을 끝냈다. **
NHTSA가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이거다. 그 판단의 근거가 된 기술 자료와 과정을 보겠다는 거다.
감사 조회(Audit Query) 번호까지 붙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절차는 죽스가 2022년에 이미 한 번 거쳤던 길이다.
죽스도 운전대 없는 큐브형 로보택시를 자체 인증했다가 특별 명령과 감사 조회를 차례로 받았고, 결국 자사 차량이 모든 연방 기준을 충족한다는 주장 자체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조사가 종결됐다. 그 뒤로는 자체인증이 아니라 ‘예외 승인’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2026년 7월에야 상업 서비스가 가능한 임시 예외 승인을 받아냈다. 다만 여기에도 조건이 붙었다. 앞으로 2년간 연간 2,500대까지만 상업 차량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상한선이다.
테슬라는 죽스와 다른 길을 택했다. 예외 승인을 신청하는 대신, 사이버캡이 이미 모든 연방 기준을 충족한다고 자체 인증해버린 거다.
이게 통하면 대수 제한 없이 바로 양산·확장이 가능하지만, NHTSA가 그 인증 근거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반대로 발이 묶일 수도 있다.
미국 교통부가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량에는 수동 조작장치 의무를 없애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긴 한데,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그 사이의 공백을 테슬라가 먼저 치고 나간 셈이고, 어느 매체는 이걸 두고 **‘규제와의 치킨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머스크 쪽도 딱히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실적 발표에서 엔지니어링 총괄이 NHTSA 국장과 “훌륭한 관계"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조사를 피해가진 못했다.
이 감사가 나쁘게 끝나면 뭐가 문제냐면, NHTSA가 ‘해당 기준이 적용된다’고 판단해버리는 순간 사이버캡은 이미 도로에 나온 차량인데도 결함 판정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리콜에 준하는 조치까지 갈 수 있는 구조다.
반대로 인증이 그대로 인정되면 죽스처럼 연 2,500대 상한에 묶이지 않고 바로 대수를 늘릴 수 있으니, 회사 입장에선 도박이라도 걸어볼 만한 판이었을 거다.
그리고 이건 연방 차원 얘기고, 실제 로보택시 운행은 주(state)마다 또 다른 규정을 얹는 구조다.
머스크가 예전에 이 상황을 두고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면서 주별로 흩어진 규정 대신** 통일된 연방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밀어붙인 적이 있는데, 지금 사이버캡이 겪는 일을 보면 그 불만이 왜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연방 기준 하나 통과하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데, 그 위에 주별 규정까지 겹치니 사업자 입장에선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하는 셈이다.
여기까지가 미국 국내 얘기다. 그럼 국경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
유럽 — 아직 상위 규정 자체가 없다
유럽은 자동차 안전기준을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기구가 만드는 국제 규정에 맞춰 움직인다.
최근 이 기구가 운전자보조시스템(DCAS)과 완전자율주행시스템(ADS)을 나누는 세계기술규정을 채택하긴 했는데, 이건 각 나라나 EU가 이걸 실제 법제로 받아들여야 효력이 생기는 ‘틀’일 뿐이다. 자국 기준으로 다시 반영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UN 기준 자체가 아직 사이버캡 같은 차량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
어떤 분석은** 테슬라의 도심 자율주행 기능이 UNECE 규정상 2028년까지도 인증받기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금 유럽에서 테슬라가 하는 건 프랑스·이탈리아·독일 일반인 대상 FSD 시승(라이더롱) 정도다. 정식 승인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단계고, 네덜란드 교통청(RDW)의 승인 절차가 유럽 진출의 분수령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운전대가 있는 FSD조차 이 정도인데, 운전대 자체가 없는 사이버캡은 그보다 훨씬 뒤에 줄 서 있는 셈이다.
유럽은 못 하게 막는 게 아니라, 판단할 근거가 되는 규정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쪽에 가깝다.
중국 — 설계 철학과 법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중국은 성격이 다르다. 여기는 오히려 UN 기준보다 더 엄격한 자체 규정을 깔아놨다.
사고가 났을 때 제조사 책임을 명문화한 건 물론이고, 최소 10초 안에 사람이 운전 제어권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까지 법으로 못박았다.
그런데 사이버캡은 애초에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차다. 10초든 100초든 사람이 넘겨받을 조작장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설계 그대로는 중국 법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을 충족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데이터 국외 반출 금지까지 겹친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의 핵심 경쟁력이 미국 도로에서 쌓은 학습 데이터에서 나오는데, 중국은 그 데이터를 나라 밖으로 못 가져가게 막아뒀다. 그러니 중국 진입을 노린다면 데이터센터와 학습 인프라를 현지에 새로 구축해야 하고, 차량 자체도 운전대를 다시 붙이는 수준의 재설계가 필요할 수 있다.
유럽이 ‘아직 기준이 없어서’ 못 가는 쪽이라면, 중국은 ‘있는 기준과 차 자체가 안 맞아서’ 못 가는 쪽에 가깝다.
한국 — 지침은 있는데 아직 법은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2019년에 레벨3 자동차 안전기준을 만들 만큼 제도 정비 자체는 빨랐던 나라다. 그런데 완전 무인, 그러니까 레벨4 쪽으로 가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국토교통부가 2026년 7월에야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가이드라인’을 처음 냈는데, 이건 법령이 아니라 행정지침이다.
임시운행허가를 받으려면 1만 5,000km 이상 실증 주행을 해야 한다는 게 핵심 요건이고, UNECE 용어 체계와 해외 사례 일부를 참고해 만들었다고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자체가 사람 운전자가 있다는 걸 전제로 짜여 있다는 점이다. 이 전제를 바꾸는 특례 입법이 2027년을 목표로 잡혀 있으니, 지침이 아니라 진짜 법 자체가 정비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재밌는 건 속도 기준이다. UN R157 규정은 로보택시 속도를 시속 60km로 제한하는데, 한국은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상한을 두지 않는 쪽을 택했다. 국제 기준보다 오히려 느슨한 지점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체 그림이 유리해지는 건 아니고, 상용화는 여전히 시범운행지구와 규제 샌드박스 안에 갇혀 있다.
웨이모는 이미 한국 법인을 세웠다지만, 실제로 도로에 차가 다니려면 이 지침이 법으로 바뀌는 걸 먼저 봐야 할 것 같다.
장벽의 종류가 다 다르다는 게 핵심 아닐까
네 나라를 늘어놓고 보니 재밌는 게, ‘못 간다’는 결론은 같아도 이유는 전부 다른 종류라는 거다.
**미국은 이미 시장이 열려 있지만 자체인증이라는 도박이 성립하느냐 마느냐의 절차적 리스크가 남아 있고, **
**유럽은 아직 판단 기준이 되는 상위 규정 자체가 안 만들어진 시간차 문제고, **
**중국은 지금 설계로는 법과 정면충돌하는 구조적 문제, **
**한국은 지침은 나왔는데 법이 안 따라간 제도 성숙도 문제다. **
같은 ‘규제 장벽’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성격이 너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버캡의 최대 강점이라던 ‘운전대 없음’이 해외에서는 거꾸로 제일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특히 중국처럼 법이 조작장치 존재 자체를 요구하는 곳이라면, 결국 지역별로 운전대를 다시 붙인 변종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렇게 되면 ‘목적 기반으로 설계해서 원가를 낮춘다’는 애초의 강점 자체가 흐려질 수도 있다. 다만 이건 아직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은 내 추측이고, 규정이라는 게 원래 자국 산업 상황에 따라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 그려본 장벽 지도가 1~2년 뒤에 얼마나 유효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참고자료
- https://finance.yahoo.com/technology/articles/feds-launch-investigation-tesla-cybercab-120114512.html
- https://electrek.co/2026/09/04/tesla-cybercab-nhtsa-investigation-fmvss-certification/
- https://abcnews.com/Business/feds-launch-probe-teslas-deployment-cybercab-vehicles-brakes/story?id=136202521
- https://techcrunch.com/2026/09/04/feds-launch-investigation-into-teslas-cybercab-deployment/
- https://www.axios.com/2026/09/04/tesla-cybercab-nhtsa-regulatory
- https://www.ntd.com/federal-regulators-probe-teslas-safety-certification-of-cybercab_1170939.html
- https://www.evshift.com/521150/tesla-hit-with-nhtsa-investigation-amid-no-steering-wheel-cybercab-rollout-2/
- https://www.jodal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3116
-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885
-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106597
- https://auto.danawa.com/news/?Work=detail&no=5835821&NewsGroup=M
-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8/2026081123442975870c8c1c064d_1
-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6636
-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058
- https://marketin.edaily.co.kr/News/ReadE?newsId=03591606645512224
-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388
- https://zdnet.co.kr/view/?no=2026071101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