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이 이륙하는 순간, 사람들은 대개 연료를 떠올린다. 케로신, 메탄, 수소. 그런데 그 거대한 탱크 안에서 실제로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연료가 아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한 대에는 메탄이 약 1,278톤 실리는 반면, 액체산소는 그보다 훨씬 많은 약 4,500톤이 들어간다. 무게로 따지면 로켓의 몸통은 연료 탱크가 아니라 산소 탱크에 가깝다.
이상한 일이다. 산소는 우리가 매 순간 들이마시는 기체고, 지구 대기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희귀하지도 비싸지도 않아 보인다. 그런데 왜 로켓 발사가 지연되는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종종 연료가 아니라 이 흔한 기체의 공급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걸까.
대기 속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서나 얻을 수 없다
답은 산소 자체가 아니라 산소를 얼려서 순수하게 뽑아내는 공정에 있다. 공기는 질소 78%, 산소 21%, 나머지는 아르곤을 비롯한 미량 기체로 이루어진 혼합물이다. 로켓 엔진이 원하는 건 이 중 순도 99% 이상의 산소만, 그것도 기체가 아니라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인 액체 상태다. 문제는 질소와 산소의 끓는점이 섭씨 영하 196도와 영하 183도로, 겨우 13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좁은 틈을 파고들어 두 기체를 분리하는 기술을 처음 완성한 사람은 독일 공학자 카를 폰 린데였다. 1895년 5월, 린데는 뮌헨의 실험실에서 줄-톰슨 냉각 효과와 역류 열교환 원리를 이용한 최초의 연속식 공기 액화 공정을 발명했다. 처음엔 질소와 산소가 뒤섞인 ‘린데 공기’만 얻을 수 있었다. 순수한 산소와 질소를 따로 뽑아내려면 정류(rectification) 단계가 필요했고, 액체 공기가 천천히 흘러내리는 관 속에서 분리된 산소 증기가 서서히 위로 올라가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03년 뮌헨 인근 회리겔스크로이트에 첫 산소 생산 플랜트가 가동을 시작했고, 1910년에는 산소와 질소를 함께 생산하는 복식 컬럼 공정이 완성됐다.
이 과정은 정확히 증류소에서 소주나 위스키를 만드는 원리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 발효액을 끓이면 알코올이 물보다 먼저 증발하는 것처럼, 압축된 공기를 서서히 데우면 끓는점이 낮은 질소가 산소보다 먼저 기체로 빠져나간다. 증류기의 증류탑 안에서 액체가 아래로 흐르고 증기가 위로 오르며 몇 번이고 마주치듯, 공기분리장치의 정류탑 안에서도 액체 공기와 기체가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며 조금씩 순도를 높여간다. 다른 점은 증류소가 실온에서 알코올과 물을 가르는 반면, 이 설비는 영하 190도 근처에서 질소와 산소를 가른다는 것뿐이다. 온도만 다를 뿐, 섞인 것을 끓는점 차이로 한 겹씩 벗겨내는 논리는 동일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액체산소는 부피 1리터당 약 1.14킬로그램, 기체 상태보다 861배 압축된 상태다. 로켓이 액체 상태의 산소를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같은 탱크에 기체산소를 채운다면 부피가 감당 안 될 만큼 커져야 한다.
로켓은 ‘연료를 태우는 기계’가 아니라 ‘산소를 소비하는 기계’다
여기서 로켓 추진의 오해가 하나 풀린다. 사람들은 로켓이 연료를 태워서 난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는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태워서 난다. 지상의 자동차 엔진은 대기 중 산소를 그때그때 빨아들이며 연료만 실으면 되지만, 진공에 가까운 고고도와 우주에는 태울 산소가 없다. 그래서 로켓은 산소까지 통째로 짊어지고 올라가야 한다.
스페이스X의 랩터 엔진은 액체산소와 메탄을 3.6 대 1의 질량비로 태우도록 설계됐다. 산소가 메탄보다 3.6배 더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엔진 하나가 초당 소비하는 추진제 약 650킬로그램 중 산소가 510킬로그램, 메탄은 140킬로그램에 그친다. 스타십 1단(슈퍼헤비)에는 이런 랩터 엔진이 33개 달려 있다. 발사 순간, 이 로켓은 몇 분 만에 웬만한 도시의 하루 치 산소 공급량에 맞먹는 양을 태워 없앤다.
이 사실은 로켓 산업을 바라보는 틀 자체를 바꾼다. 연료 기술의 경쟁이라고 알려진 이 산업의 절반은, 사실 산소를 얼마나 빨리 얼려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의 경쟁이다.
순수한 산소는 온순하지 않다
액체산소를 다루는 일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화학적 성질에 있다. 산소는 그 자체로 폭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것을 격렬하게 태우는 힘, 즉 산화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평소라면 불이 붙지 않을 금속 부품이나 기름때조차 순수 산소 환경에서는 스스로 발화할 수 있다. 불연성으로 알려진 재질도 순수 산소에 노출되면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기체를 다루는 현장의 첫 번째 규칙이다.
여기에 온도 문제가 겹친다. 액체산소의 끓는점은 영하 182.9도이며, 이 온도를 넘어서는 순간 밀폐된 용기나 배관 안의 압력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 그래서 액체산소를 담는 모든 설비는 단순한 저장 용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어 나가려는 열을 막아내는 보온병에 가깝게 설계된다. 조금이라도 단열이 뚫리면 액체는 기체로 팽창하며 압력을 만들어내고, 그 압력이 안전 한계를 넘으면 사고로 이어진다.
병목은 로켓이 아니라 트럭 행렬에 있다
이 모든 제약이 합쳐지면 뜻밖의 결과가 나온다. 메탄, 즉 천연가스는 전 세계에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거대한 산업이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순수 산소를 필요로 하는 산업은 훨씬 작고, 발사장이 요구하는 등급의 액체산소를 공급하는 체계는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액체산소를 만드는 냉각 공정 자체가 느리고 에너지 집약적이라, 메탄과 달리 현장이 아닌 별도의 전문 플랜트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그 결과 액체산소 대부분은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단열 트럭에 실려 도로로 운송된다.
숫자로 보면 이 불균형이 더 뚜렷해진다. 미국의 일반적인 탱크로리 한 대가 실을 수 있는 액체산소는 약 18.1톤이다. 스타십 한 번의 발사에 필요한 액체산소 4,500톤을 채우려면 약 250대의 트럭이 발사장까지 줄지어 들어와야 한다. 로켓 한 대를 쏘아 올리기 위해, 도시 하나를 오가는 물류 차량 행렬에 맞먹는 규모의 운송이 먼저 완료돼야 하는 셈이다.
발사 빈도가 지금처럼 몇 주에 한 번이라면 이 정도 물류는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목표로 내건 하루 여러 차례의 발사 체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럭 250대가 며칠에 걸쳐 도착하는 방식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결국 발사장 바로 옆에 공기분리장치를 아예 새로 짓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로켓의 재사용성이 발사 비용을 낮춰도, 정작 발사 횟수를 결정하는 건 로켓이 아니라 그 옆에 산소를 얼마나 빨리 얼려낼 수 있는 설비가 서 있느냐가 된다.
우주 진출의 속도는 화학이 아니라 물류가 정한다
로켓 공학의 역사는 대개 추력과 비추력, 엔진 사이클의 발전으로 서술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절반은 130년 전 뮌헨의 한 실험실에서 시작된, 훨씬 덜 화려한 기술에 빚지고 있다. 공기를 얼려 13도 차이의 끓는점으로 두 기체를 갈라내는 그 방식은, 지금도 발사장 옆 냉각 설비 안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우주로 가는 길의 다음 병목은 더 강한 엔진이 아니라, 공기를 더 빨리 얼릴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로켓이 얼마나 자주 뜨는지는 결국 그 옆에 얼마나 큰 냉각 설비가 서 있는지에 달려 있다.
참고자료
- SpaceX Raptor engine specifications, Wikipedia
- SpaceX Starship, Wikipedia
- Falcon 9 Block 5, Wikipedia
- Linde Engineering, 'Air separation plants: History and technological progress'
- Science History Institute, 'Carl von Linde'
- Encyclopaedia Britannica, 'Carl von Linde'
- The Chemical Engineer, 'Carl von Linde and William Hampson – Cool inventions'
- Cold Facts Digital, 'Air Separation and Liquefaction'
- Cargo Handbook, 'Oxygen'
- planetearthandbeyond.co, 'Starship Has A Huge Fuelling Dilemma'
- Mobius Market Research, 'Fueling Starships'
- briantimar.com, 'A rapid launch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