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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실적 서프라이즈에도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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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매출이 962억 2000만 달러였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예상한 921억 달러보다 40억 달러 많다. 주당순이익도 예상치를 웃돌았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을 70억 달러 이상 초과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1년 전보다 117% 늘어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잠깐 뛰었다. 그리고 다시 가라앉았다.

모든 지표가 예상을 넘었는데 주가는 왜 안심하지 못했을까. 이 질문이 낯설게 들린다면, 최근 4개 분기 동안 엔비디아가 반복해온 패턴을 몰랐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놓고, 발표 다음 날 주가가 밀리는 흐름이 네 번 연속 이어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현상을 두고 회사의 펀더멘털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낮아졌다고 짚었다.

stock trading floor
stock trading floor

숫자가 좋아도 시장이 안심하지 않는다면, 그 시장은 무엇을 보고 움직이는 걸까.

이 질문은 한국 투자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다. 두 회사의 주가는 엔비디아의 메모리 수요, 그중에서도 HBM 발주 규모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다음 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상했는데도 코스피가 1%대 상승으로 마감한 배경에는, 반도체주가 새벽부터 강세로 출발한 흐름이 있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 개인 투자자의 계좌,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모두 이 흐름 안에 걸려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표를 읽는 일은 태평양 건너 남의 회사 성적표를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연금 잔고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미리 읽는 일에 가깝다.

실적 발표가 아니라 예고편

같은 주에 겹친 다른 일정 하나가 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틀 뒤, 잭슨홀에서 미 연준 의장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시장은 이 연설에서 나올 표현 하나하나를 금리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실제 금리를 바꾸는 결정은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데도, 시장은 연설의 어조와 단어 선택만으로 수십조 원어치 채권과 주식을 재배치한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매출과 이익률 숫자는 이미 보도자료에 다 나와 있다. 정작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젠슨 황이 그 숫자를 어떤 어조로 설명하느냐다. 연준 의장의 말이 금리를, 젠슨 황의 말이 반도체 밸류에이션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둘은 구조적으로 같은 역할을 한다. 데이터는 이미 확정됐고, 시장이 사려는 건 그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다.

이번 콜에서 젠슨 황은 AI가 이제 실제로 쓸모 있는 일을 해내고 있으며, 컴퓨팅 자체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신형 플랫폼 베라 루빈이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는 점도 강조했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는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약 7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젠슨 황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공급만 충분했다면 그 증가율이 70%를 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보기에는 (버블 우려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 젠슨 황,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숫자는 이미 발표됐는데, 시장이 반응한 지점은 이 한 줄이었다.

확신이 숫자보다 무거워진 순간들

옵션 시장은 이번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하루 만에 5.27% 움직일 수 있다고 가격을 매겼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5조 달러를 넘는 걸 감안하면, 이는 하루 거래 세션에서 약 2750억 달러, 원화로 380조 원 안팎이 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웬만한 나라의 1년 예산에 맞먹는 돈이 젠슨 황의 표정 하나에 걸려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발표 직후 주가는 시간외에서 4.71% 뛰었다. 몇 시간 뒤, 컨퍼런스콜이 끝나고 거래가 정리될 즈음 주가는 오히려 1.5% 내린 206.48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이익, 가이던스 모두 월가 예상을 넘었는데도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이 패턴은 낯설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직전 분기에도 매출이 85% 늘고 주당순이익이 130% 폭증했지만 발표 다음 날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적이 잘 나오면 주가가 오른다는 가장 단순한 공식이, 이 회사에서는 네 분기째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의 반응은 이 구조를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실적 발표 당일 새벽 코스피는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7000선 회복을 시도하며 상승 출발했다. 그런데 오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올리자 상승 폭이 그 자리에서 줄었다. 결국 코스피는 6912선에서 1%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방향을 정했다면, 그 상승의 크기는 결국 국내 통화정책이라는 전혀 다른 변수가 결정했다.

같은 날 발표된 3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는 74%로, 2분기 75%보다 소폭 낮았다. HBM과 서버용 D램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매출은 늘지만 마진은 조금씩 깎이고 있다는 뜻이고, 이 흐름이 이어지면 ‘AI 투자가 실제로 남는 장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더 흐려진다.

 server rack cables
server rack cables

숫자만으로 부족해진 진짜 이유

서프라이즈 실적이 더는 안심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엔비디아 자신이 만든 자금 구조가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6개 글로벌 금융기관과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짜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대고, 그 고객사가 다시 그 돈으로 엔비디아의 GPU를 사들이는 구조다. 오픈AI를 비롯한 여러 AI 기업이 이 순환 안에 있다. 매출 성장의 상당 부분이 이런 순환 거래에서 나온다면, 그 성장은 실제 수요가 아니라 회계 장부 위에서만 도는 돈일 수 있다는 의심이 함께 자란다.

이 의심을 부추긴 또 다른 사건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이었다. AI 산업을 가장 먼저 알아본 투자자로 꼽히던 이들이 발을 뺐다는 사실은, 실적표의 어떤 숫자보다 크게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

이 지점에서 젠슨 황의 발언이 갖는 무게가 달라진다. 그는 방한 기간 중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오히려 주식을 더 싸게 살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AI 관련주가 고평가됐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수요 전망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블룸버그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런 발언을 두고, 공급업체를 계속 추어올리는 CEO의 화법이 오히려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실적과 무관하게 낙관론을 반복하는 발화 자체가, 시장이 근거를 요구하기보다 안심을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 것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렇다. 순환 금융에 대한 의심, 큰손 투자자의 이탈, 마진 압박이라는 세 가지 불안 요소가 겹쳐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분기 실적도 그 불안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 시장이 원하는 건 다음 분기 숫자가 아니라, 이 순환 구조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다. 그리고 그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재무제표가 아니라 젠슨 황 한 사람뿐이다.

대만 컴퓨텍스에서 그가 한 반도체 기업을 두고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짧게 평가하자, 그 회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500억 달러 불어났다. 실적 발표도, 신제품 공개도 아닌 한마디였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발언은 보통 중앙은행 총재나 국가 정상에게만 허락된다. 지금 그 자리에 반도체 회사의 CEO 한 사람이 서 있다.

다음 안심이 오지 않는다면

젠슨 황이 이번에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는지는, 이 글을 읽는 시점의 주가 흐름이 이미 답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답과 별개로 남는 질문이 있다.

지금의 AI 랠리를 떠받치는 건 데이터센터 수요라는 실물 지표일까, 아니면 그 지표를 설명하는 한 사람의 어조일까. 실적이 예상을 넘어도 주가가 웃지 않는 분기가 다섯 번, 여섯 번 계속된다면, 그때도 시장은 다음 컨퍼런스콜에서 나올 그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숫자는 이미 검증됐다. 검증되지 않은 건 그 숫자를 믿어도 되는지에 대한 시장의 마음뿐이다.

참고자료
  1. 헤럴드경제, 엔비디아 2분기 매출 962억弗…젠슨 황 AI 변곡점 도달 선언
  2. 아주경제, 엔비디아 AI 투자에 또 최대 실적…마진·中 사업은 변수
  3. Investing.com, 엔비디아 주식 장외에서 하락한 이유는
  4. 이비엔뉴스, 엔비디아 깜짝 실적으론 부족…이익률과 젠슨 황 입에 달렸다
  5. 머니투데이, 코스피 흔들 세 가지 변수…엔비디아·금통위·잭슨홀
  6. 머니투데이, 코스피·코스닥 동반 상승…엔비디아 실적 발표 경계심은 계속
  7. 스마트비즈, 코스피 엔비디아 실적 기대감에 6900선 회복
  8. 파이낸셜뉴스, 코스피 엔비디아 호실적 vs 금리 인상에 1%대 오른 6912선 마감
  9. 이투데이, 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숨죽인 아시아증시
  10. 뉴스핌, 엔비디아 훈풍 반도체 중심 상승 출발 전망
  11. Benzinga Korea,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2820억 달러 규모 변동 가능
  12. 미주중앙일보, 젠슨 황 한 마디에 500억 달러 베팅
  13. 이데일리, 젠슨 황 한마디에 주가 출렁…블룸버그 과도한 낙관론 경계
  14. 뉴시스, 엔비디아 실적 발표 D-1…실적보다 중요한 건 투자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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