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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회사는 없다: LG가 로봇의 관절을 만드는 이유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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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제 글쓰기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다음 해에는 그림도 끝났다고 했다.

정작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이 똑똑한 두뇌가 화면 밖으로 나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설거지를 하고, 공장에서 부품을 집고, 병원 복도에서 식판을 나르는 노동. 지금까지 AI는 화면 안에 갇혀 있었다. 2026년, 그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

손이 없는 천재

LLM이 얼마나 똑똑한지는 이제 다들 안다. 수능 수학 문제를 풀고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코드를 짠다.

그런데 이 천재에게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컵을 들지 못한다.

사람 손이 컵 하나를 집을 때 처리하는 정보량을 생각하면 이 문제의 크기가 보인다. 유리컵인가 종이컵인가, 얼마나 차 있나, 뜨거운가, 손목을 얼마나 기울여야 하나. 인간은 이 판단을 0.3초 안에 무의식적으로 끝낸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판단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물체를 놓고 수십만 줄의 궤적 코드를 반복시킨다. 지난 40년간의 공장 자동화가 이 방식이었다.

빠르고 정확하지만 하나만 못 한다.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다. 부품 위치가 2센티미터만 틀어져도 멈춘다. 조명이 바뀌어도 멈춘다. 예상 못 한 물체가 들어와도 멈춘다. 이 로봇들은 천재가 아니라 암기왕이었다.

강력한 AI 두뇌를 실제 하드웨어와 묶어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 피지컬 AI는 이 방정식을 바꾸려는 시도다. 그리고 이 싸움의 한복판에 수십 년간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들어온 회사가 걸어 들어왔다.

냉장고 안에 숨어 있던 로봇 부품

LG가 로봇을 만든다는 문장은 처음 들으면 낯설다. LG는 세탁기와 에어컨, OLED 텔레비전 회사다. 로봇 기업을 떠올리면 보스턴 다이나믹스나 테슬라, 피겨 AI가 먼저 나온다. LG는 그 목록에 없었다.

이 낯섦은 표면만 봐서 생긴다.

세탁기를 만들려면 모터가 필요하다. 수백만 번 돌아도 고장 나지 않는 정밀 모터다. LG의 DD 모터는 벨트나 기어 없이 드럼을 직접 구동하는데, 여기 필요한 정밀 토크 제어 기술은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서보 모터 기술과 뿌리가 같다. 에어컨 컴프레서를 수십 마이크로세컨드 단위로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도 마찬가지다.

세탁기 부품 회사가 아니라 로봇 부품 회사였다. 그 부품이 60년째 냉장고와 세탁기 껍데기 안에 숨어 있었을 뿐이다.

이 관점을 한 번 잡으면 이후에 나오는 모든 조각이 다르게 읽힌다. 배터리, 냉각, 통신. LG그룹 계열사들이 각자 다른 시장에서 팔아온 부품이 로봇이라는 하나의 몸 안에서 다시 만난다.

이 로봇이 도착할 곳은 실험실이 아니라 거실이다. 혼자 사는 노인의 집, 맞벌이 부부의 저녁 시간,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설거지. 2028년으로 예고된 LG의 홈 로봇 목표는 결국 이 지점을 향한다. 로봇이 관절을 얻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저녁 30분을 돌려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전을 팔던 곳이 왜 하필 지금 로봇의 관절을 쥐게 됐는지, 그 답은 반도체 산업이 이미 한 번 보여준 그림과 겹친다.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보다 완성품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쥔 회사가 더 오래 이긴다.

A robotic hand hovering hesitantly over a glass cup
A robotic hand hovering hesitantly over a glass cup

엑사온이 로봇에게 가르치는 것

로봇이 물체를 인식하는 전통적 방식은 이렇다. 사과의 형태를 3D 점 구름으로 저장해두고 카메라로 들어온 이미지와 대조한다. 이 방식은 잘 작동하지만 처음 보는 물체 앞에서 멈춘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세상에는 사과만 해도 반쪽짜리, 껍질 벗긴 것, 주름진 것이 다 있다. 이걸 전부 데이터베이스에 넣을 수는 없다.

LG AI연구원의 엑사온(EXAONE) 최신 버전은 다른 길을 택했다. 언어와 시각을 같이 훈련시킨다. EXAONE 4.5는 시각언어모델이어서 “반쪽짜리 갈색 사과"라는 문장과 그 이미지를 함께 묶어 이해한다. 처음 보는 사물이라도 언어로 개념을 유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속이 드러난 사과를 보면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추론까지 나온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엑사온 딥이다. 한국 최초의 추론형 AI로 소개된 이 모델은 “무엇인가"를 넘어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가"를 계획한다. “방 청소해"라는 한 문장이 들어오면 공간을 스캔해 장애물을 매핑하고, 크기와 재질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아이나 반려동물이 감지되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춘다. 사람이 아침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그 판단을 AI가 스스로 짠다.

로봇 공학에서 진짜 어려운 문제는 사실 따로 있다. 롱 호라이즌 태스크라 불리는 것이다. “컵을 집어"는 쉽다. 단일 동작이고 결과가 바로 보인다. “테이블을 치우고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작동시키고 건조를 확인한 뒤 수납장에 넣어"는 다르다.

그릇이 몇 개인지, 세척기 안에 공간이 있는지, 건조가 끝났는지 어떻게 아는지, 수납장 어느 자리에 어떤 그릇이 들어가는지. 이 판단이 순서대로 쌓여 있다.

게다가 세척기가 40분 돌아가는 동안 로봇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

EXAONE 4.5는 이 연속적 인과관계, 물체 사이의 관계를 시간 축 위에서 계산하는 능력에 설계 역량을 집중했다. 가사 지원 로봇이 상용화를 못 하는 마지막 장벽이 바로 여기였다.

관절과 감속기, 원가의 3할을 쥔 부품

소프트웨어는 서버 몇 대와 엔지니어 팀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다르다. 정밀 부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려면 수십 년의 공정 노하우와 수천억 원의 설비가 필요하다. LG가 로봇 시장에서 위협적인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

인간의 팔꿈치 관절은 단순히 구부러지기만 하지 않는다. 힘의 세기를 조절하고 충격에 반응하고 지치지 않고 수만 번을 반복한다. 로봇에서 이 역할을 하는 부품이 액추에이터다. 모터와 드라이버, 감속기가 하나로 묶인 관절 모듈로, 휴머노이드 한 대 제조 원가의 20~30%를 이 부품 하나가 차지한다.

그동안 이 핵심 부품은 일본과 스위스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해왔다. 로봇 기업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수입하면서, 납품이 늦어질 때마다 생산 라인을 멈춰야 했다.

LG전자는 이 약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세탁기 DD 모터에서 출발한 서보 모터 설계 역량이, 전력 소모를 30% 줄이면서 순간 회전 토크는 높이는 액추에이터로 옮겨갔다. 2026년 상반기 로봇용 액추에이터 초도 물량이 양산에 들어갔다. 한국 기업이 로봇 관절을 직접 만드는 첫 사례다.

감속기도 같은 궤적을 밟고 있다. 모터가 빠른 회전을 만들면 감속기는 그 회전을 느리고 강하고 정밀하게 바꾼다. 분당 3000회 도는 모터의 힘을 분당 30회의 강한 토크로 바꿔야 로봇 팔이 물체를 정확히 쥘 수 있다. 이 기어의 이빨이 얼마나 정밀하게 깎이느냐가 로봇이 달걀을 깨지 않고 집을 수 있는지를 가른다. LG전자는 정밀 기계 설계와 특수 표면 처리 공법을 내재화하며 이 영역에서도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설계한 인간형 로봇 플랫폼 **케이팩스(KAPEX)**에는 LG전자의 대량생산 노하우와 모듈식 설계가 이식되고 있다. 관절 하나가 고장 나면 그 모듈만 갈아 끼우면 된다. 전체를 분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제조 원가가 내려가고 유지보수가 쉬워지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가전 60년이 남긴 진짜 자산은 여기 있다.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다.

A technician inspecting a small precision actuator joint
A technician inspecting a small precision actuator joint

로봇이 쓰러지지 않으려면

로봇이 집 안에 들어오는 데 있어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은 안전이다. 그중에서도 화재는 결정적이다.

기존 리튬이온 액체 배터리는 충격을 받으면 전해질이 새면서 불이 붙을 수 있다. 공장이나 창고라면 이 위험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지만 집 안은 다르다. 아이가 있고 노인이 있고 반려동물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여기 결정적인 패를 꺼냈다.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다. 충격을 받아도 불이 붙지 않고, 에너지 밀도는 기존 배터리보다 높다. LG가 제시하는 수치는 1회 충전 기준 1.5~2시간에서 4~5시간으로의 확장이다.

이 차이는 숫자 이상이다. 요리 한 끼를 준비하는 데 45분이 걸린다. 배터리가 1.5시간이면 로봇은 요리를 끝내기도 전에 충전기로 돌아가야 한다. 4~5시간이면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다. 쓸 수 있는 로봇과 쓸 수 없는 로봇을 가르는 선이 이 몇 시간 차이에 있다.

엔비디아가 빌려주고 LG가 만드는 것

2026년 5월 LG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이걸 그냥 대기업 간 파트너십으로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 플랫폼은 로봇 소프트웨어의 운영체제 역할을 한다. 물체를 인식하고 동작을 계획하는 알고리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합치는 파이프라인, GPU에 최적화된 추론 엔진이 여기 들어 있다. **젯슨(Jetson)**은 이 소프트웨어를 로봇 안에서 낮은 전력으로 돌리는 엣지 컴퓨터다. LG가 이걸 얹으면 로봇의 연산 속도는 올라가고 전력 소모는 대폭 줄어든다.

반대 방향도 있다. 엔비디아에게는 똑똑한 소프트웨어를 현실에 옮길 하드웨어 파트너가 없다. 로봇을 수만 대 찍어낼 공장, 대량 생산된 정밀 액추에이터, 가전 유통망을 통해 가정에 로봇을 공급할 채널. 이건 반도체 회사 혼자 만들 수 없다. LG전자가 가진 것이 정확히 엔비디아에게 없는 것이다.

이 파트너십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이다. 로봇을 실제 하드웨어 위에서만 훈련시키면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기계가 부서지고 물건이 깨지고 사고가 난다. 수천만 번의 시행착오를 물리 공간에서 반복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옴니버스는 중력과 마찰, 물체의 탄성, 빛의 반사까지 물리 법칙을 그대로 구현한 3D 가상 환경이다. LG전자는 이 공간에서 수만 대의 가상 로봇을 동시에 훈련시키고, 그 결과를 실제 하드웨어에 옮긴다. 설계 오류를 사전에 찾아내고 팔 제어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현실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이미 수만 번을 훈련한 로봇. 이것이 지금 이 경쟁에서 진짜 격차를 만드는 지점이다.

GPU를 식히는 회사가 하나 더 있다

LG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로봇에만 갇혀 있지 않다. 여기서 전혀 다른 수익 구조가 나온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가 빼곡히 들어찬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열을 낸다. GPU 한 장이 최대 700W를 쓴다. 수만 장이 모이면 웬만한 중소도시 전력 소비와 맞먹는다. 이 열을 못 빼면 GPU는 성능을 낮추거나 아예 멈춘다.

여기서 LG전자의 에어컨 기술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핵심 인프라가 된다. 대형 칠러는 서버랙 수백 대가 밀집한 공간 전체의 온도를 유지하는 냉방 시스템이고, LG전자는 이 분야의 글로벌 최대 제조사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LG전자의 초대형 칠러를 애저 데이터센터에 공급받기로 했다.

공기 냉각의 한계를 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액체 냉각이다. **CDU(Cooling Distribution Unit)**는 냉각수를 GPU 칩 바로 위의 냉각판으로 순환시켜 열을 직접 뽑아낸다. 효율이 공기 냉각보다 수십 배 높다. LG전자는 이 CDU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공식 하드웨어 인증을 추진 중이다.

AI 컴퓨팅 수요가 느는 한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도 같이 는다. 로봇이 아직 자라는 시장이라면 냉각은 이미 폭발하고 있는 시장이다. LG는 미래와 현재에 동시에 걸고 있는 셈이다.

이 냉각 인프라의 일부는 다시 로봇에게 돌아간다. LG유플러스가 파주에 짓고 있는 200메가와트급, 최대 12만 장 GPU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그 지점이다. 로봇이 현장에서 처리하기 버거운 복잡한 추론을 이 서버팜에 실시간으로 맡기고 결과를 받아 바로 움직인다.

요청과 응답 사이 지연이 100밀리초를 넘으면 실용성이 없다. 10밀리초 이하가 기준이다. LG유플러스의 초고속 전용선과 에지 컴퓨팅 노드가 이 기준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LG그룹 안에서 통신사는 오랫동안 변방이었다. 로봇의 시대가 오면 초저지연 네트워크는 로봇의 신경계가 된다.

LG Uplus to build hyper-scale data center in Paju
LG Uplus to build hyper-scale data center in Paju

부품을 쥔 자가 이긴다

이 조각들을 한 번에 늘어놓으면 익숙한 그림이 보인다.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은 최종 제품을 팔아 이름을 남겼다. 그 안의 부품, 디스플레이와 메모리와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전자는 애플이 이기든 화웨이가 이기든 상관없이 돈을 벌었다. 최종 승자가 누구든 부품 공급망을 쥔 쪽은 손해 볼 일이 적다.

로봇 산업이 지금 같은 구조로 가고 있다.

LG AI연구원이 두뇌인 EXAONE을 만든다. LG전자가 몸과 관절, 케이팩스와 클로이와 액추에이터를 만든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심장인 전고체 배터리를 만든다. LG유플러스가 신경계, 5G·6G와 파주 데이터센터를 댄다. LG CNS가 이 시스템을 공장과 물류창고에 붙인다.

경쟁사가 이 생태계를 흉내 내려면 AI 모델 회사 하나, 로봇 제조사 하나, 배터리 회사 하나, 통신사 하나, 시스템 통합사 하나를 각각 찾아 계약하고 조율해야 한다. 회사와 회사 사이의 인터페이스마다 마찰이 생기고 병목이 생긴다.

LG는 이걸 한 지붕 아래서 처리한다.

이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로봇 AI 모델이 업그레이드되면 같은 날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함께 손볼 수 있다. 타사 부품의 납기를 기다리거나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시장이 다시 계산하는 숫자

오랫동안 LG전자는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주의 대표 격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전은 경기를 탄다. 집을 사면 냉장고를 사고 집값이 오르면 TV를 바꾼다. 불황이 오면 둘 다 안 산다. 이 예측 가능한 한계 안에서 주가수익비율은 6~8배에 머물렀고 주가순자산비율은 1배 아래였다. 자산 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지금 이 틀이 깨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 매출은 경기를 안 탄다. AI 연산 수요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늘어난다. 여기서 나오는 매출은 계절적 편차 없이 예측 가능하다. 액추에이터 공급 계약도 마찬가지다. 한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는 B2B 사업이다.

구독형 서비스 로봇, **RaaS(Robot as a Service)**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로봇을 파는 대신 빌려주고 월 단위로 요금을 받는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유지보수, 에너지 최적화를 패키지로 묶으면 한번 고객이 된 기업은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이런 수익 구조를 가진 기업에는 대개 15~20배의 주가수익비율이 붙는다. 전통 가전주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분류가 바뀌면 같은 이익이라도 주가는 2~3배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이 LG전자 목표주가를 16만 원대에서 23만 원 이상으로, 45% 넘게 올린 배경이 여기 있다.

물론 이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섞인 숫자다. 로봇 시장이 예상만큼 안 열릴 수도, 기술 개발이 늦어질 수도, 더 강한 경쟁자가 나올 수도 있다. 주가는 기대를 반영하지만 현실은 늘 더 복잡하게 움직인다.

경쟁자들과의 진짜 차이

이 모든 장점에도 LG 앞에는 만만치 않은 경쟁이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자사 공장에서 굴리며 실전 데이터를 쌓는다. 자기 EV 공장이 곧 로봇 훈련장이다. 피겨 AI는 이미 BMW 공장에서 작업 중이고 앱트로닉은 아마존 물류창고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들과 LG의 차이는 무엇인가.

제조 역량과 생태계, 두 가지다.

테슬라와 피겨 AI는 로봇을 설계할 수는 있어도 수십만 개의 정밀 액추에이터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없다.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할 배터리 계열사도 없다. 가전 유통망을 통해 수억 가구에 접근할 채널도 없다. LG가 만드는 것은 로봇 한 대가 아니라 로봇 산업 전체의 공급망이다. 이건 단기간에 흉내 낼 수 없는 구조적 해자다.

반대로 LG의 약점은 소프트웨어다. EXAONE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도 OpenAI나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연구와 비교하면 아직 거리가 있다. AI 경쟁의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고, 소프트웨어의 우위는 하드웨어보다 훨씬 빠르게 뒤집힐 수 있다.

LG가 엔비디아와 손을 잡은 이유가 정확히 여기 있다. 소프트웨어는 최고를 빌리고 하드웨어는 직접 만든다.

가전 회사가 반도체 회사보다 로봇 시대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 이 자체가 지금까지의 통념을 뒤집는다. 20세기 제조업의 낡은 유산처럼 보였던 자산, 공장과 대량생산 노하우와 유통망이 AI 시대에 오히려 복제 불가능한 무기가 됐다.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60년치 정밀 제조 공정은 돈을 쏟는다고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LG가 제시하는 로드맵도 이 순서를 따른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는 액추에이터 양산과 감속기 내재화, 대형 병원과 물류창고에서의 파일럿 운영에 집중한다. 2027년부터 2028년까지는 파주 데이터센터와 5G·6G 네트워크를 결합한 클라우드 브레인 로봇 아키텍처를 본격 가동하고 클로이를 고도화한다. 2029년 이후에는 전고체 배터리 2세대와 결합된 완전 자립형 휴머노이드를 가정과 간병, 제조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로드맵이 얼마나 정확히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기술은 계획대로 익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 자체는 명확하고,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마지막 질문

컵을 들어 식기세척기에 넣는 동작. 사람에게는 3초짜리 일이다. 로봇에게는 수십 년의 연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그 3초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 질문은 다른 방향으로도 흘러간다. 로봇이 설거지를 대신하면 사람은 그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

세탁기가 처음 나왔을 때도 같은 질문이 있었다. 빨래를 손으로 안 해도 되면 그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실제로는 여가가 늘지 않았다. 청결의 기준이 올라갔다. 일주일에 한 번 빨던 것을 매일 빨게 됐다. 노동의 총량은 그대로였고 형태만 바뀌었다.

로봇이 단순 노동을 대신하면 인간은 더 복잡한 노동을 하게 될까. 아니면 정말로 쉬게 될까. 아니면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길까.

robot human interaction
robot human interaction

LG전자가 만들고 있는 것은 로봇이다. 그런데 그것이 완성되는 날 우리가 마주할 것은 어쩌면 기술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그 질문에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참고자료
  1. LG AI연구원, 초거대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EXAONE 4.5 기술 백서 및 시각 인지 지능 기술 명세 (2026)
  2. LG전자,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및 기업 콘퍼런스콜 속기록 —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및 엔비디아와의 협업 계획 (2026년 4월)
  3.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LG전자 기업분석 보고서: 로봇 밸류체인 본격 탑승 및 목표주가 상향 (2026년 5월)
  4. 서울경제TV, LG전자 장중 폭등의 실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전략적 밀월 분석 (2026년 5월)
  5. 뉴스핌, LG전자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협업 및 감속기·액추에이터 초도 물량 상반기 양산 발표 취재 (2026년 4월)
  6.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K-문샷 핵심 프로젝트: 한국형 고기능 인간형 휴머노이드 KAPEX 플랫폼 개발 명세 (2026)
  7. 지디넷코리아, LG전자 차세대 액체 냉각 솔루션 CDU 기술 특징 및 엔비디아 인증 공급망 진입 논의 (2026)
  8. 신한투자증권, LG전자 주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및 구독형 비즈니스 전망 (2026년 4월)
  9. 한국경제, LG전자와 플렉스(Flex)의 AI 데이터센터 전용 모듈형 냉각솔루션 공동 개발 합의 분석 (2025년 11월)
  10. 뉴스1, 원팀 LG 전략: 수도권 최대 파주 AIDC 구축과 엑사온 4.5 결합 에이전틱 AI 미래 구상 (2026년 3월)
  11. 에스오디(SOD) 테크 채널, 휴머노이드 개발 기술과 한국형 인공지능 로봇 플랫폼 취재 (2025년 10월)
  12. 신사임당 채널, 젠슨 황의 큰 그림과 엔비디아-LG 피지컬 동맹 분석 (2026년 5월)
  13.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The Robot Revolution: The Economics of Humanoid Automation (2025)
  14. McKinsey Global Institute, Generative AI and the Physical World: From Language Models to Physical AI (2025)
  15. NVIDIA Corporation, Isaac Platform and Jetson AI Edge Computing for Robotics — Technical Overview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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