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간을 내서 방산 박람회를 다녀왔다. 화면 너머로만 보던 장비를 실제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마침 코엑스에서 ‘2026 무인이동체 X 민군협력 엑스포’라는 행사가 열린다길래 별 기대 없이 찾아갔다.
그런데 부스를 몇 개 둘러보고 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주포나 전차, 완제기처럼 지난 글에서 다뤘던 ‘메인 무기체계’들이 상대적으로 뒤로 빠져 있고, 대신 드론과 안티드론 장비, 다족보행로봇 같은 무인 시스템이 전시장 중앙을 채우고 있었다.
이번 엑스포에만 88개 기업이 187개 부스로 참가했고 사흘간 관람객이 1만 3220명에 달했다는데, 규모도 규모지만 ‘무게중심’이 눈에 띄게 옮겨간 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궁금해서 좀 더 파봤다.
왜 전차 대신 드론이 주인공이 됐나
이유를 찾다 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얘기로 이어졌다. 개전 초기만 해도 전차와 야포가 지상전의 핵심이라는 통념이 그대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대당 수십억 원짜리 전차가 몇백 달러짜리 소형 드론 한 대에 무력화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전차보다 드론’**이라는 표현이 유럽 군비 경쟁을 설명하는 문구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무인 해상 드론 ‘마구라’와 ‘시베이비’가 2022년 이후 러시아의 주요 전투함을 11척 넘게 무력화했다는 통계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드론이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는 게 실감이 났다.
시장 데이터를 봐도 이 흐름이 숫자로 드러난다. 세계 군용 드론 시장은 2026년 약 1511억 달러 규모에서 2035년 2688억 달러까지 연평균 6.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대의 드론이 하나의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드론 군집’ 시장은 더 가파른데,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20%씩 커져서 2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거라고 한다. 개별 드론 하나를 잘 만드는 걸 넘어, 여러 대를 동시에 통제하는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경쟁 영역이 된 셈이다.
이번 엑스포도 이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원래는 무인이동체 중심의 전시였는데, 올해부터는 드론과 대드론, 지휘통제, 국방 인공지능까지 전시 영역을 아예 넓혔다고 한다. 한 해 사이에 행사 이름값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안티드론이 갑자기 왜 이렇게 커졌나
드론 부스만큼이나 눈에 띈 게 이를 막는** 안티드론(C-UAS, Counter-Unmanned Aircraft System) 장비**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흐름이긴 하다. 공격 수단이 늘어나면 그걸 막는 방어 수단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UAE 수출 천궁-Ⅱ가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던 사례도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때는 미사일 요격이었고, 지금 엑스포에서 본 건 훨씬 작고 값싼 소형 드론을 막기 위한 장비들이었다.
행사 프로그램을 보니 이 흐름이 얼마나 진지하게 다뤄지는지 짐작이 됐다. 엑스포 둘째 날에는 ‘AI 시대 한국형 통합 C-UAS 구축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따로 열렸고, 셋째 날에는 ‘세계무인기포럼’이 이어졌다.
미국, 인도,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의 주한 국방무관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 투어까지 진행됐다고 하니, 이 분야가 이제 국내 산업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흥미로웠던 건 대드론 장비가 재밍(전파 교란)이나 물리적 요격처럼 한 가지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감시·정찰 센서로 먼저 드론을 탐지하고, 통신을 끊거나, 필요하면 직접 요격하는 여러 단계가 하나의 체계로 묶여 있었다. **하나의 위협이 등장하면 그걸 막기 위한 기술이 층층이 쌓이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가 촘촘해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었달까.
다족보행로봇 앞에서 LIG를 다시 만났다
전시장을 돌다가 반가운 이름을 하나 발견했다.
LIG D&A(구 LIG넥스원)가 ‘비전 60’이라는 사족보행로봇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LIG D&A가 진행한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건이 바로 이 로봇으로 이어진 거였다. 3149억 원을 들여 인수한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부스에 나와 있는 걸 보니, 뉴스로만 접했던 인수 소식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로봇이나 무인 지상차량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탄 장비와 무인 장비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면서, 위험한 임무는 무인 장비가 먼저 맡고 사람은 뒤에서 판단과 지휘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번 엑스포에서도 화재 현장 실내 수색용 무인이동체나, 원격조종총(RCWS)을 장착한 지뢰탐지 차량 목업 같은 장비들이 이런 개념 아래 전시돼 있었다. 예전 같으면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 했던 위험 구역에 로봇을 먼저 보내고, 그 로봇이 보내오는 화면을 사람이 원격으로 판단하는 식이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게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사업 다변화의 기회로도 읽히는 것 같다.
무인항공기(드론)뿐 아니라 무인지상차량(UGV), 무인수상정(USV), 여기에 레이저 방공무기까지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가 여러 자료에서 반복해서 나왔다. 방산기업 하나가 예전에는 무기체계 하나를 잘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 여러 무인 영역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엑스포를 주최한 기관 구성을 보면 이 흐름이 민간 따로, 국방 따로가 아니라는 것도 짐작이 됐다.
코엑스, 첨단민군산업협회, 한국무인이동체연구조합(KRAUV)이 공동 주최했는데, 행사 자체도 전기차 관련 전시인 ‘퓨처 모빌리티 위크’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고 한다. 자율주행차 기술과 국방 무인체계 기술이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걸 행사 구성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민간의 자율주행·센서 기술이 국방 수요와 연결되고, 반대로 군에서 축적된 기술이 다시 민간 산업으로 흘러나가는 양방향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이 행사의 취지라고 하는데, 실제로 부스 사이를 걷다 보면 이게 방산 박람회인지 모빌리티 박람회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사람이 타지 않고 훈련한다는 것
전시장 한편에는 시뮬레이터와 가상현실(VR) 훈련 체험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고글을 쓰고 가상의 조종석에 앉아 장비를 조작해보는 체험이었는데, 실제 장비를 움직이지 않고도 복잡한 작전 상황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게 왜 필요한지는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실제 장비로 훈련하려면 연료비, 정비비, 안전사고 위험이 다 따라붙는다. 반면 가상 환경에서는 같은 상황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고, 위험한 시나리오도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런 걸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르는데, 물리적인 장비를 그대로 본뜬 가상 모델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실험하고 훈련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이걸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역량이 왜 요즘 국방 경쟁력의 한 축으로 꼽히는지 체험존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드론 조종 인력을 기르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드론 한 대를 운용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도, 여러 대를 동시에 통제하는 ‘군집’ 운용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 드론을 그만큼 많이 띄워서 훈련시키기는 예산과 공역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시뮬레이터가 그 훈련량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무인 장비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 못지않게, 그걸 다루는 사람을 얼마나 빠르게 길러내느냐도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박람회가 보여준 것
돌아오는 길에 챙겨온 안내 책자를 다시 넘겨보면서 든 생각인데, 이번 엑스포의 무게중심이 무인체계 쪽으로 옮겨간 건 우연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견된 흐름이었던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차 대 드론’이라는 구도를 실전으로 증명했고, 이란-이스라엘·UAE를 둘러싼 최근 분쟁이 안티드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 사이에서 국내 기업들은 기존 무기체계 수출로 쌓은 자금과 기술력을 무인체계 쪽에 재투자하는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K9 자주포나 K2 전차, KF-21 같은 이름들은 전부 ‘사람이 타는’ 무기체계였다.
이번 엑스포에서 본 것들은 정반대다. 사람은 뒤로 빠지고, 대신 로봇과 드론이 위험한 자리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산업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같은 방산 생태계 안에서 두 축이 동시에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런 무인화 흐름이 결국 어디로 수렴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개별 드론이나 로봇 하나하나의 성능 경쟁으로 끝날지, 아니면 이걸 통합적으로 지휘·통제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으로 옮겨갈지는 이번 엑스포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싶다.
다음 해 엑스포에서는 또 어떤 부스가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을지, 그때 가서 다시 확인해보고 싶다.
참고자료
- 로봇신문, '2026 무인이동체 X 민군협력 엑스포' 25일 코엑스서 개막, 2026.08
- ZDNet Korea, 무인이동체·국방 AI·안티드론 한자리에 모인다, 2026.08.13
- 데일리시큐, '2026 무인이동체 X 민군협력 엑스포' 개막...민군 기술 교류 장 마련, 2026.08.25
- 로봇신문, 드론·로봇·자율시스템 등 '무인이동체×민군협력 엑스포 2026' 성료, 2026.08
- 디펜스투데이, [현장취재] 2026 무인이동체 X 민군협력 엑스포 개최, 2026.08
- IT AI Totality, [뉴스] '전차보다 드론'…우크라 전쟁이 바꾼 유럽 군비 경쟁, 2026.07.18
- Astute Analytica, 드론 군집 시장 규모, 성장, 전망 [2035]
- Market Growth Reports, 군용 드론 시장 규모 및 기회 보고서(2035년)
- 보안뉴스, [국방보안 칼럼] 2026년 보안위협 전망: 드론 대량생산이 만든 새로운 공격 표면
- 다음뉴스, '금성정밀'에서 'LIG D&A'까지…LIG넥스원, 멈추지 않는 50년,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