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코레일 사장이 통합 운행을 하루 앞두고 대전 본사에서 회의를 주재하다가, 오후엔 직접 서울역까지 가서 통제실을 점검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냥 “잘 준비했습니다” 정도의 보도자료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12차례"라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 통합 하나 하겠다고 전사 점검회의를 열두 번이나 했다는 거다. 그 정도로 신경 쓸 일인가 싶어서 좀 더 찾아봤다.
KTX SRT 통합운행, 오늘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결론부터 말하면 9월 1일 오늘부터 SRT라는 브랜드 자체가 사라진다. 서울역 중심의 KTX와 수서역 중심의 SRT로 나뉘어 있던 두 체제가 하나의 이름, KTX로 합쳐지는 거다. 서울역과 수서역으로 갈렸던 고속철도 운영체제가 단일화되면서 좌석은 늘고 운임은 낮아진다는데, 예매 창구도 하나로 합쳐지면서 이용객 편의가 개선될 전망이라고 한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좀 더 잘 된다. 통합 이후 주중 하루 약 1만5000석, 주말에는 최대 약 1만7000석이 추가로 공급되고, 좌석 부족이 상대적으로 심했던 수서축 공급량은 약 30% 확대된다고 한다. 그동안 명절만 되면 수서발 SRT 표가 유독 빨리 매진됐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요금 쪽은 기존 SRT 수준으로 맞춰지면서 KTX 운임이 평균 10% 낮아지고, 수서축 노선에서도 결제금액의 5%를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게 된다. SRT를 타면서 마일리지 적립이 안 되는 걸 은근히 아쉬워했던 사람이라면 반가운 변화다.
객차 운영 방식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KTX와 기존 SRT를 나란히 이어 붙인 ‘중련 열차’ 운행으로 한 번 운행에 더 많은 좌석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하는데, 이 방식은 이미 2026년 5월 15일 서울역에서 한 차례 시범 운행을 거친 방식이라고 한다. 두 종류 열차를 한 편성처럼 묶어서 보내는 거니, 명절 대수송 기간에 좌석이 얼마나 여유로워질지는 이번 추석에 바로 확인될 것 같다.
왜 하필 이 시점에 통합이 이뤄졌나
궁금했던 건 타이밍이었다. SRT는 2016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딱 10년째다. 애초에 KTX 한 회사가 독점하던 고속철도 시장에 독점과 방만 경영을 없앤다는 취지로 2013년 SRT가 설립되고 2016년부터 경쟁체제가 도입됐다고 한다. 그런데 10년 만에 다시 한 회사로 합치는 거니, 언뜻 보면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찾아보니 통합 필요성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던 모양이다. 단일 사업자에 따른 네트워크 산업의 효율 극대화, 중복비용 해소, 재무구조 개선, 흑자 고속철을 통한 적자 노선 보조, 발권 시스템 통합, 좌석 공급량 증가 등이 통합의 주된 이유로 꼽혀왔다고 한다. 두 회사가 같은 선로를 나눠 쓰면서 각자 발권 시스템, 마일리지 제도, 콜센터를 따로 운영하는 게 애초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거다. 이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고 하니, 정치적 계기와 산업적 필요가 맞물린 결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물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두 회사를 나눈 취지가 독점 방지였는데, 다시 합치면 조직이 거대해지면서 방만 운영 문제가 불거지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경쟁자가 사라진 뒤에도 서비스 품질이 유지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이 대목은 나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다.
12차례 점검회의, 그 정도로 긴장했던 이유
기사를 다시 들여다보면, 김태승 코레일 사장이 강조한 표현이 눈에 밟힌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도 신속히 대응"이라는 말을 회의 자리에서 반복했다는데, 이게 그냥 상투적인 인사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회의에서는 열차 운행, 차량 정비, 역 시설 정비, 고객 안내 등 통합 운행 전반의 최종 준비상황을 점검했고, 특히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과 이례사항에 대한 대응체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한다. 그리고 코레일은 안정적인 고속철도 통합을 위해 전사적 점검회의를 12차례나 개최했다고 밝혔다. 통합 하나 준비하는데 이 정도 횟수의 회의를 거쳤다는 건, 단순 시스템 전환이 아니라 실제 운행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다뤄졌다는 뜻이다.
서울역 현장 방문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 사장은 오후에 서울역을 찾아 승강장과 고객 이동동선, 안내표지와 영업설비, 현장 안내인력 운영 등 고객 접점의 준비상황을 살피고, 실제 열차 운행과 역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위해요인과 고객 불편사항에 대한 대처 방안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장이 직접 통제실까지 내려가 확인했다는 건, 형식적인 행사라기보다는 첫날 실제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움직였다는 의미로 읽힌다.
왜 이렇게까지 긴장했을까 싶어서 최근 코레일 관련 뉴스를 좀 더 찾아봤는데, 답이 나왔다. 통합 발표 며칠 전인 8월 29일, 경기 의왕역에서 화물열차 입환 작업을 하던 코레일 50대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노동부와 철도경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었고, 국토부는 철도 안전대책 및 재발 방지 방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무거운 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봉역 작업자 사망사고(2022년 11월), 구로역 사망사고(2024년 8월), 근덕역 사망사고(2025년 2월), 청도역 인근 사망사고(2025년 8월) 등 철도종사자 사망사고 예방대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 사고가 반복되던 와중에 교차·중련 운행이라는 새로운 운영 방식까지 도입하려니, 회의를 열두 번 열 만도 했겠다 싶다.
KTX SRT 통합 이후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통합 첫날 요금과 좌석이 개선되는 건 확실히 눈에 보이는 변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번 통합의 성패는 요금·좌석·예매·서비스에서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개선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적자 문제 해결과 조직 안정화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 구분 | 통합 전 | 통합 후 |
|---|---|---|
| 브랜드 | KTX / SRT 분리 | KTX 일원화 |
| 운임 | SRT가 약 10% 저렴 | KTX 요금도 SRT 수준으로 평균 10%↓ |
| 좌석 공급 | 수서축 상대적 부족 | 주중 약 1.5만석, 주말 약 1.7만석 증편, 수서축 약 30%↑ |
| 마일리지 | SRT는 상시 적립 제도 없음 | 결제액 5% 적립으로 통일 |
| 예매 앱 | 코레일톡 / SRT 앱 이원화 | 코레일플러스로 통합(SRT 앱은 당분간 병행) |
고속철도 통합 전후 요금·좌석·마일리지 변화 정리
앱 전환도 은근히 헷갈리는 지점이라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앱이 아니라 기존 코레일톡이 업데이트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SRT 앱만 쓰던 사람은 코레일플러스를 별도로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SRT 앱을 업데이트한다고 저절로 코레일플러스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추석 표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리 확인해두는 게 안전할 것 같다.
안전 관리 체계는 숫자로 딱 떨어지게 확인되는 영역이 아니라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잇단 사고 속에서 교차·중련운행이 확대되는 만큼, 안전관리 체계가 곧바로 시험대에 오를 거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개인정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가 각자 보유하던 회원 정보가 통합·운용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위험도 철저히 관리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하루만 보고 통합이 잘됐는지 못됐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요금이 내리고 좌석이 느는 건 바로 체감되겠지만, 두 조직이 실제로 하나처럼 움직이는지, 안전관리가 말뿐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켜지는지는 앞으로 몇 달은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니까. 일단 오늘 첫차부터 뭔가 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자료
- 뉴시스, 코레일 사장 '고속철 통합 운행, 예측 불가 상황 신속대응 위해 만전', 2026-08-31
- 세계일보, 코레일 통합운행 D-1…김태승 사장 주재 준비에 총력, 2026-08-31
- SBS, 9월부터 KTX SRT 통합…요금 10% 내리고 운행횟수 좌석 늘어나
- 이데일리, 10년 만에 하나 된 KTX SRT 고속철 통합시대 과제는
- 데일리e뉴스, KTX SRT 통합 서비스 향상 계기 되길
- 매일일보, 9월 KTX SRT 통합운영 시작 철도통합 남은 과제는
- 한국일보, 의왕역서 코레일 직원 참변 반복되는 철도 현장 사망사고
- 파이낸셜뉴스, 의왕역 코레일 직원 사망사고 수사 본격화
- 요즘것들, KTX SRT 통합 9월부터 달라지는 것들 총정리
- 나무위키, SRT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