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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넥슨은 왜 한국에서 벌어 일본에서 나눠주나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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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넥슨 주식은 하루 만에 상한폭인 20%까지 치솟았다. 이유는 배당이었다. 주당 415엔의 특별배당, 여기에 정기배당 60엔을 더하면 올해 주당 배당금은 475엔. 발표 당일 주가 기준으로 환산한 배당수익률은 19%에 달했다. 매도 물량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거래량은 평소의 4분의 1로 줄었다. 사려는 사람만 있고 팔려는 사람은 없는 시장이었다.

같은 시각, 이 돈을 실제로 벌어들인 곳은 서울 강남의 넥슨코리아였다.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두 개의 20년 넘은 IP가 여전히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곳. 그런데 넥슨그룹 안에서 한국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회사, 넥슨게임즈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배당을 지급한 적이 없다.

같은 그룹, 같은 게임, 같은 이용자들이 쓴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순간 “주주환원"이 되고, 한국 상장사 안에 머무는 순간 “내부 유보"가 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국적이 아니다.

같은 회사, 다른 얼굴: 넥슨코리아의 돈이 도쿄로 가는 길

넥슨코리아의 구조는 단순하다. 도쿄에 상장된 넥슨 본사가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쥐고 있다. 넥슨코리아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배당 형태로 고스란히 도쿄로 송금된다. 2019년 3437억원이던 이 배당금은 2022년 7680억원, 2024년 9536억원을 거쳐 2025년에는 1조8525억원까지 불어났다. 6년 사이 다섯 배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 돈이 도쿄에서 넥슨 본사의 주주환원 재원이 되고, 다시 지주사인 NXC로 흘러 올라간다. NXC는 넥슨 지분 46%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고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NXC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다.

돈의 경로만 보면 이상할 것이 없다. 자회사가 모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어느 다국적 기업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같은 회사가 정반대의 얼굴을 보인다는 데 있다. 도쿄의 넥슨은 영업이익의 33%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식 정책을 갖고 있고, 실제로는 그 이상을 지켰다. 2024년 주주환원율은 영업이익 대비 50%, 2025년에는 95%였다. 서울의 넥슨게임즈에는 그런 정책이 없다. 배당 계획을 묻는 질문에 회사는 “투자 재원 확보 이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답할 뿐이다.

이 비대칭을 우연이나 무성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훨씬 오래된 질문이 걸려 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누구의 돈인가. 그리고 그 돈을 나눌 것인지 쌓아둘 것인지, 그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이익은 누구의 돈인가: 신인의무라는 오래된 답

회사법에는 이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이 하나 있다. 주식회사에서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주 자본의 수탁자(受託者)다. 신탁에서 수탁자가 위탁자의 재산을 위탁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운용해야 하듯, 경영진도 회사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용할 의무를 진다. 이 의무를 신인의무(fiduciary duty)라 부른다.

신탁이라는 렌즈로 보면 배당성향의 숫자 차이는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 진짜 차이는 이 신인의무를 누가, 얼마나 강하게 집행하는가에 있다. 미국에서는 이 집행의 주체가 다층적이다. 경영진의 성과보수는 대부분 주가와 연동돼 있고, 행동주의 펀드는 이사회 의석을 걸고 배당·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며, 델라웨어주 법원은 신인의무 위반 소송을 실제로 심리해 판결을 내린다. 배당을 안 하고 현금을 쌓아두는 경영진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해임 표결에 오를 위험을 안는다.

한국에서는 이 집행의 사슬이 지배주주 앞에서 자주 끊긴다. 최대주주 일가가 이사회를 사실상 구성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나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같은 견제 장치는 2020년에야 도입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에 도입됐고, 2024년에는 한국거래소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제도가 뒤늦게 쫓아가는 동안, 이익을 나눌지 쌓아둘지의 결정권은 오랫동안 지배주주 쪽에 기울어 있었다. 넥슨의 사례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결정권이 실제로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는 사실이다. 이익을 벌어들인 곳과 그 이익의 분배를 결정하는 곳이 다르면, 결정은 언제나 결정권을 쥔 쪽에 유리하게 내려진다.

한국 29% 대 미국 100%: 주주환원율 격차가 말하는 것

숫자로 돌아오면 격차는 선명하다. 하나증권 집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합쳐 29%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100%, 유럽은 88%였다. 일본(49%)과 중국(33%)보다도 낮은 수치다. 벌어들인 이익을 한 해 기준으로 온전히 주주에게 돌려주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한국 기업은 셋 중 하나 남짓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회사 안에 쌓아뒀다는 뜻이다.

이 격차를 만드는 두 가지 도구,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작동 방식부터 다르다. 배당은 현금이 계좌를 떠나는 순간 끝난다. 되돌릴 수 없다. 반면 자사주 매입은 그 자체로는 절반짜리 환원이다.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정지되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소각까지 이어져야 유통 주식 수가 실제로 줄고 주당가치가 오른다. 미국 기업들은 이 소각까지를 관행으로 삼는다. 2025년 한 해 미국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달러, 배당 지급은 7500억달러였고 여기서 매입한 주식은 대부분 소각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매입 후 소각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우호 지분에 매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자사주가 주주환원의 도구가 아니라 경영권 방어의 실탄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상법 개정안이 2025년 11월 국회에 발의됐다. 통과되면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이 의무화된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환원에 몰두하는 이유는 선의가 아니다. 뉴욕증시에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채권과 증자, 결국 투자자의 신뢰다. 이익을 계속 나눠주지 않는 회사는 다음 증자에서 투자자를 모으기 어렵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우리는 계속 돈을 벌고 있고, 그 증거로 지금 나눠주겠다"는 신호다. 2025년 한 해에만 미국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달러에 달했고, 배당 지급은 7500억달러 가량이었다. 이 신호를 꾸준히 보내는 기업만이 다음번에도 값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2023년부터 시행된 자사주 순매입 1% 소비세조차 이 흐름을 막지 못했다. S&P 다우존스 인다이시스의 하워드 실버블랫은 이 세금이 여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며 전체 자사주 매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밸류업 2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

그런데 이 신뢰 게임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한국 시장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사실과 마주친다.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2년, 코스피 상장사의 42.5%인 344곳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정부가 만든 밸류업 지수도 나왔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의 자사주 매입 후 미소각 관행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사내 유보 성향도 여전하다. 지수는 재평가됐는데, 이익이 실제로 흘러가는 방향은 그대로다.

배당소득에 매기는 세금 구조도 이 관성에 힘을 보탠다. 한국은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되고, 세율은 최고 45%까지 오른다. 미국이 배당소득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일률 적용하는 것과 다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배당을 늘리기보다 회사 안에 유보한 뒤 필요할 때 자사주 매입으로 대응하는 쪽이, 적어도 세금 계산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제도가 배당을 벌주고 유보를 방치하는 구조에서, 경영진이 유보를 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를 넣어보면 이 구조가 더 뚜렷해진다. 일본의 평균 주주환원율(49%)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한국(29%)보다는 확실히 높다. 일본 역시 한때 사내 유보와 경영권 방어형 자사주 매입이 관행이던 나라였다. 이 관성을 깬 것은 2014년 이후 도쿄증권거래소가 밀어붙인 기업 지배구조 개혁, 즉 사외이사 비중 확대와 정책보유주식(경영권 방어용 상호주) 축소 요구였다. 제도가 먼저 움직이자 자본 배분의 관행이 뒤따라 바뀌었다. 넥슨이 정작 한국이 아닌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 개혁이 자리 잡은 시장의 신뢰를 활용하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결정권을 어느 시장의 규율 아래 두느냐가, 국적과 무관하게 배당 정책 자체를 결정한 셈이다.

여기서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낮은 배당성향이라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배당성향은 증상이다. 진짜 질문은 왜 한국 기업의 경영진에게는 이익을 나눠줄 유인이 구조적으로 약한가에 있다. 답은 이미 넥슨이 보여줬다. 결정권이 국경 너머, 견제가 강한 시장에 있을 때만 그 돈은 신속하고 공평하게 흘러나온다. 결정권이 국내에, 지배주주 앞에 머물러 있을 때는 같은 이익도 회사 담장 안에서 멈춘다.

국적이 아니라 통제권의 문제

넥슨의 3조원짜리 특별배당이 발표된 날, 도쿄의 어느 개인 투자자는 하루 만에 배당수익률 19%를 확정 지었다. 그 돈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의 게임 서버 앞에 앉은 이용자, 그 게임을 만든 한국의 개발자, 그 개발자가 다니는 회사가 나온다. 그 회사의 주식을 들고 있는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그 돈이 오지 않는다.

이 장면이 불편한 이유는 국적 때문이 아니다. 회사가 번 돈을 나눌지 말지를 정하는 힘이, 정작 그 돈을 벌게 만든 사람들의 손에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코리아 밸류업이 바꿔야 할 것은 배당성향의 숫자 하나가 아니라, 이 결정권이 누구 앞에서 멈추는가 하는 오래된 배치다. 그 배치가 바뀌지 않는 한, 지수는 다시 오를 수 있어도 이익이 흐르는 방향은 그대로일 것이다.


참고자료
  1. 이데일리, '日 들썩인 넥슨, 3조원 깜짝 배당…밸류 재평가 기대', 2026.08
  2. 인사이트, '배당률 19% 실화냐... 넥슨 파격 특별배당에 도쿄 증시 발칵 뒤집혔다', 2026.08
  3. 뉴스웨이, 'NXC에 실탄, 오너家도 수혜?···넥슨, 3조 역대급 배당 왜', 2026.08
  4. 뉴데일리, '배당 10배·수익률 19%… 넥슨 3조원 특별배당에 日증시 들썩', 2026.08
  5. S저널, '넥슨, 한국서 벌어 일본으로… 배당 구조에 쏠린 시선', 2026.04
  6. 딜사이트경제TV, '日 통큰 배당 나선 넥슨…실탄 마련처 韓', 2026.04
  7.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넥슨 오너 일가의 주주 홀대', 2026.06
  8. 시장경제, '넥슨, 일본 모기업 고배당 논란을 향한 두가지 시선', 2026.06
  9. 한국금융경제신문, '넥슨, 상반기 순이익 102% 증가', 2026.08
  10. 삼성증권 리서치, '넥슨 재팬(3659 JP) 이익 저점 통과', 2026.08
  11. 다음(하나증권 집계 인용), '투자도 배당도 다 해라…길 잃은 코리아 밸류업', 2026.05
  12. 삼일PwC,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Value up 사례'
  13. 글로벌이코노믹, 'S&P500, 자사주 매입 재개로 증시 수급 개선 전망', 2026.08
  14. S&P Dow Jones Indices, 'S&P 500 Q3 2025 Buybacks' 보도자료, 2025.12
  15. 뉴스핌, '[서학개미 ETF 디코딩] 현금 부자만 살아남는 바이백 생태계', 2026.06
  16. 비즈워치, '미국의 자사주 매입이 한국과 다른 것', 2025.09
  17. 유리지갑, '자사주 소각 뜻, 주가 정말 오를까?', 2026.03
  18. 나무위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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