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환전 앱을 켜놨는데 숫자가 1초에 한 번씩 바뀌길래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실시간이라면, 그 숫자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증권 거래소처럼 원달러 환율도 어딘가 정해진 ‘거래소’가 있어서 거기서 호가창 보고 체결시키는 걸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그런 곳은 없었다. 원달러 환율에는 코스피 같은 단일 거래소가 없다.
대신 은행들끼리 전화와 전산망으로 서로 사고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이 있다. 이걸 인터뱅크 시장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초 단위로 값이 매겨지고, 그 값이 흘러 흘러 우리가 보는 앱 화면 숫자가 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은행마다 고시하는 환율이 다 다르면서도, 하루의 첫 숫자만큼은 모든 은행이 똑같다는 점이다. 이 지점부터가 좀 재밌었다.
원달러 환율은 어디서 결제되고 누가 정하나
외환시장은 좁은 의미로는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연결되는 장소를 뜻하지만, 넓게 보면 장소 개념을 넘어 외환거래의 형성과 유통, 결제까지 아우르는 일련의 메커니즘 전체를 가리킨다.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환율이 정해지는 곳’은 물리적 건물이 아니라 은행들 사이의 거래 네트워크 자체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이 바로 은행간 시장이다. 현물환 시장은 대고객 외환거래에 적용되는 대고객 환율의 기초가 되는 은행간 시장 환율이 결정되는 시장이고, 은행간 시장은 외국환은행들끼리 대고객거래에 따른 포지션을 반대매매하거나 수익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곳이다. 풀어보면 이런 얘기다. 어떤 은행이 고객한테 달러를 100만 달러어치 팔았다면, 그 은행은 순간적으로 달러 부족(숏 포지션) 상태가 된다. 이걸 그대로 두면 환율이 오를 때 손해를 보니까, 은행은 곧바로 다른 은행에서 달러를 사서 포지션을 맞춘다. 이 ‘맞추는’ 거래가 실시간으로 쌓이고 쌓이면서 환율이 계속 움직이는 거다.
그럼 그 숱한 개별 거래 중에 ‘오늘의 대표 환율’은 누가 정하나. 이 역할을 하는 게 서울외국환중개, 그리고 한국자금중개라는 두 중개회사다. 서울외국환중개는 주요 국제외환시장에서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미국 달러와 해당 통화 간의 호가 중간율을 그날의 매매기준율로 재정해 산출한다. 은행들이 직접 거래소 역할을 겸하는 게 아니라, 중개회사가 은행들 사이의 거래를 모아 하나의 대표값으로 뽑아내는 구조인 셈이다.
매매기준율(MAR)은 정확히 어떻게 계산되나
여기서 좀 헷갈렸던 게, ‘실시간 환율’이랑 ‘매매기준율’이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매매기준율이란 최근 거래일에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 미달러화의 현물환율을 거래량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되는 시장평균환율을 말하며, 각 외국환은행은 고객과 외환을 사고팔 때 이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가감해 대고객매매율을 정한다.
정리하면 매매기준율(MAR, Market Average Rate)은 ‘오늘 이 순간의 환율’이 아니라 ‘전 거래일 도매시장에서 실제로 체결된 값들의 평균’이다. 어제 하루 은행들끼리 사고판 거래를 거래량 가중치로 평균 내서, 그걸 오늘 아침 한 번 발표하는 방식이다. 서울외국환중개 매매기준율은 매 영업일 아침 딱 한 번만 고시되는데, 미국달러와 중국위안은 매일 오전 8시에, 엔·유로·파운드 등 55개 통화의 재정환율은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알려진다.
여기서 재밌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서울외국환중개가 매매기준율을 고시하면 그날 모든 은행의 1회차 고시환율은 동일해진다. 하지만 2회차 환율부터는 각 은행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세에 맞춰 기준값을 바꿔가며 고시하고, 여기에 약간의 수수료를 붙여 환전에 적용한다. 그러니까 아침 첫 화면은 다 같은데, 오후로 갈수록 은행마다 슬금슬금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증권사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환율도 또 다른 개념이다. 증권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서울외국환중개 환율의 종가를 그날의 기록으로 남기는데, 이건 매매기준율과는 별개의 값이다.
법적 근거도 명확하게 있다.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 제4-3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환율고시업무 인가를 받은 외국환중개회사는 매매기준율과 재정된 매매기준율을 산출해 매일 정해진 시각 전까지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총재, 각 외국환업무취급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민간 중개회사가 산출하지만 인가를 받고 정부 기관에 보고하는 구조라, 어디 사설 업체가 마음대로 정하는 숫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무엇 때문에 오르내리나
매매기준율이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에 대한 답이라면, ‘왜 그 값이 그렇게 나오는지’는 또 다른 층위의 얘기다.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해당국가와 상대국의 물가수준 변동이다. 통화가치는 재화·서비스·자본에 대한 구매력의 척도이므로, 환율은 결국 상대 물가수준으로 가늠되는 상대적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 격차도 영향을 준다. 한 나라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향상되면 자국통화는 절상되는데, 생산성 개선으로 재화 생산 비용이 절감돼 물가가 하락하고 통화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중기적으로는 국제수지와 통화정책이 움직인다. 대외거래 결과 국제수지가 흑자면 외환 공급이 늘어 환율이 하락하고, 적자가 지속되면 외환의 초과수요로 환율이 상승한다.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 통화공급이 줄어 원화의 상대적 공급이 감소하면서 환율이 하락(원화 절상)하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이런 거시 요인보다 훨씬 즉흥적인 것들, 그러니까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심리나 주변국 환율 변동, 그날그날의 뉴스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 아닐까 싶다 — 물가나 생산성은 데이터로 추적이라도 되는데, ‘오늘 딜러들이 불안해하는 정도’는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으니까.
왜 이 시장은 잠들지 않는가 — 런던, 뉴욕, 도쿄를 잇는 흐름
여기서부터는 좀 스케일이 커진다. 원달러 시장 하나만 놓고 보면 국내 얘기지만, 외환시장 전체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구조다. 시드니가 열리면 도쿄가 겹치고, 도쿄가 저물 무렵 런던이 열리고, 런던 장중에 뉴욕이 겹쳐 들어온다. 이 겹치는 구간에 거래량이 몰리고, 시장 사이 공백이 뜨는 시간대엔 오히려 작은 주문 하나에도 환율이 출렁인다고 한다.
이 구조가 얼마나 큰 시장인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외환상품시장 거래액은 2025년 4월 기준 일평균 9조 6,000억 달러로 직전 조사 대비 28.5% 증가했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 발표 이후 높아진 환율 변동성이 거래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항목별로 보면 현물환 거래는 41.8%, 선물환 거래는 59.5% 늘었고, 외환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41.5%)을 차지하는 외환스왑 거래도 4.9% 증가했다. 통화별로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 달러화의 거래비중은 89.2%로 2022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고, 중국 위안화는 2019년 4.3%에서 6년 사이 8.5%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원화는 그 사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한국의 원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1,420억 달러 규모로 3년 사이 22.5% 증가했지만, 통화별 점유율은 0.9%로 세계 12위에 머물렀다.
숫자로만 보면 한국은 이 거대한 흐름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이다. 그런데 그 작은 조각이 최근에 큰 변화를 겪었다.
2026년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무엇이 달라졌나
원달러 환율이 24시간 움직이는 시장이 됐다는 얘기, 사실 이번에 리서치하면서 제일 놀랐던 부분이다.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은 기존에 평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운영되던 원/달러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는 제도이며, 2026년 7월 6일부터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고 시행됐다. 서머타임 여부에 따라 정확한 실시간 거래 시간대도 조금씩 다르다.
외환시장 개장 시간, 24시간 개방 전후 비교
| 구분 | 24시간 개방 이전 | 24시간 개방 이후 (2026.07.06~) |
|---|---|---|
| 실시간 거래 시간 | 평일 오전 9시 ~ 다음 날 새벽 2시 | 월요일 오전 6~7시 ~ 토요일 오전 6~7시(서머타임 여부에 따라 다름) |
| 평일 공휴일 거래 | 불가능 | 가능 (주말·1월 1일 제외) |
| 시가·고가·저가 산출 기준 | 거래일 기준 | 오전 6시 ~ 다음 날 오전 6시 기준 |
| 매매기준율 산출 |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거래 가중평균 | 당분간 유지, 장기적으로 TWAP 방식 전환 논의 중 |
이 개편이 나온 배경도 흥미로운데, 단순히 ‘편의 확대’ 차원만은 아니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확보하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그동안 원/달러 거래 시간이 제한돼 있어 원하는 시점에 투자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뉴욕에 있는 투자자는 서머타임 기준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원/달러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좀 더 큰 그림도 있다. 한국은 MSCI 지수에서 아직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는데, 시장 규모와 유동성은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외환시장 접근성 같은 제도적 요인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2026년 1월 발표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에 이 개방 과제를 담았다. 그러니까 이 정책의 실질적 목표 중 하나는 한국을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키는 것에 가깝다.
24시간 개방으로 새로 생긴 개념도 있다. 환율이 밤낮없이 계속 움직이게 되면서, 시간대별 환율 흐름을 참고할 수 있도록 매시 정각마다 시간가중평균환율(TWAP)이 새롭게 제공된다. 다만 기존 체계가 하루아침에 다 바뀐 건 아니다. 일부 거래에서 기준으로 쓰이는 오후 3시 30분 환율과 은행 환전 기준 환율은 당분간 현재 방식을 유지할 예정이며, 매매기준율도 당분간은 기존 산출 방식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TWAP 방식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24시간 열려 있으면 환율은 더 안정될까
시장이 계속 열려 있으면 왠지 더 안정적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에서는 24시간 개장만으로 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고, 뉴욕 장이 끝나고 아시아 장이 열리기 전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간대에는 작은 거래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4시간 개방 시행 첫날 원·달러 환율의 장중 변동 폭이 18.2원으로, 전년도 12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게 좀 아이러니한 지점 아닐까 싶다. 거래 시간을 늘려서 시장을 더 열어놨는데, 오히려 유동성 공백 구간이 생겨서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도 함께 늘어난다는 거니까. 물론 아직 시행 초기라 이게 일시적인 적응 구간인지, 구조적으로 계속될 특성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체감 변화도 있다. 예를 들어 수출 기업이 미국 바이어에게 평일 새벽에 대금을 받았는데 그 시간에 환율이 갑자기 올랐다면, 기존에는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야간 환전 서비스가 확대되면 환율이 오른 순간 바로 원화로 바꿔 더 많은 원화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은행이 야간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의 얘기고, 실제 환전 가능 여부와 서비스 시간은 금융기관마다 다르다.
결국 앱 속 그 숫자는
처음 품었던 궁금증으로 돌아오면, 앱에서 매초 바뀌던 숫자는 은행이 인터뱅크 시장의 실시간 시세를 반영해서 붙이는 2회차 이후 고시환율에 가까운 셈이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날 하루치 거래를 가중평균한 매매기준율이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 세계 은행들이 초 단위로 주고받는 인터뱅크 거래가 있고, 그 배경에는 물가와 국제수지, 그리고 그날의 불안한 마음들이 뒤섞여 있다.
거래소도 없고 개장종도 없는 시장인데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굴러간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이 정교함이 24시간 쉬지 않는 구조로 바뀐 지 이제 겨우 두 달쯤 됐다는 것도 새삼스럽다. 이 변화가 장기적으로 환율을 더 안정시킬지, 아니면 유동성 공백 구간의 변동성을 상수로 만들지는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참고자료
- 한국은행, 외환시장과 환율 (bok.or.kr)
- 한국은행, 환율의 변동요인 (bok.or.kr)
- 한국은행 민원FAQ, 매매기준율이란 (bok.or.kr)
- 서울외국환중개, 환율산출 근거 (smbs.biz)
- 서울외국환중개, 매매기준율 안내 (smbs.biz)
- 한국자금중개, 현물환 시장 안내 (kmbco.com)
- 뉴스토마토, 외화투자 늘었는데 환전 기준 제각각
- 경향신문, 전세계 외환 거래액 3년간 28.5% 증가 (2026.10.01)
- BIS, 2025 Triennial Central Bank Survey of Foreign Exchange and OTC Derivatives Markets
- KB Think,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7월 시행 (2026.06.22)
- 다음뉴스, 24시간 불켜진 외환시장 편의 크지만 변동성 숙제
-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 제4-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