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준 영상을 보다가 숫자 하나에 걸려서 재생을 멈췄다. 월마트가 “13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를 떠나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는 대목이었다. 어, 월마트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13년밖에 안 됐다고? 내 기억으로는 훨씬 오래된 얘기 같은데. 나만 이상하게 느끼는 건가 싶어서 일단 검색창부터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13년이 아니라 53년이었다. 숫자 하나가 통째로 틀린 셈인데, 이게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상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월마트가 테크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서사 자체가 요즘 한국 콘텐츠에서 꽤 인기 있는 소재인데, 정작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안 다뤄진다. 그래서 이번엔 숫자를 하나하나 다시 짚어보고, 영상이 다루지 않은 반년치 후일담까지 붙여봤다.
월마트가 나스닥으로 넘어간 진짜 햇수
월마트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름을 올린 건 1972년이다. 1970년에 기업공개를 했지만 처음 2년은 장외에서 거래되다가 1972년에야 정식으로 NYSE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나스닥으로 옮기기 전까지 무려 53년을 뉴욕 증시에 있었던 거다.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53년 만"이라고 정확히 썼고, 일부는 “54년 만"이라고도 썼는데 이건 상장연도를 1971년으로 보느냐 1972년으로 보느냐의 차이인 듯하다. 어느 쪽이든 13년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추측이지만 “13"이라는 숫자는 “53"에서 앞자리가 빠진 오타나 자동 스크립트 생성 과정의 오류가 아니었을까 싶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다른 팩트들은 대체로 맞는 영상이었던 걸 보면 사람이 일부러 틀린 정보를 넣었다기보다는 그런 실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전 상장 발표는 2025년 11월 20일에 나왔고, 실제로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한 건 그해 12월 9일이다. 발표 당시 월마트 시가총액은 8000억 달러 안팎이었는데,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거래소를 옮긴 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2017년 펩시코(약 1660억 달러), 2023년 린데(약 1800억 달러)가 나스닥으로 옮긴 적은 있지만 월마트에 비하면 체급이 다르다. 그리고 나스닥100 지수 편입은 이보다 한 달 넘게 지난 2026년 1월 20일에 이뤄졌다. 상장 거래소를 옮기는 것과 지수에 편입되는 건 별개의 이벤트라서, 이 영상처럼 “올해 초"라는 두루뭉술한 표현 안에 두 사건을 뭉뚱그리면 시점이 헷갈리기 쉽다.
시총 1조 달러 클럽 가입, 그런데 그다음은 안 나온다
영상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월마트가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들어갔다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2026년 2월 3일, 월마트 주가가 127달러 선까지 오르며 시총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로는 최초였고, 그때까지 1조 달러를 넘긴 미국 상장사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같은 빅테크와 버크셔 해서웨이 정도뿐이었으니 확실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영상은 여기서 “지금은 AI 열풍과 스페이스X 같은 신규 상장사 때문에 주가가 조금 주춤한 상태"라고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간다. 이 “조금 주춤한"이라는 표현이 실제로는 얼마나 큰 하락을 가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최근 주가를 다시 찾아봤다.
2026년 8월 20일, 월마트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 내 기존 매장 매출 증가율이 2.6%에 그쳤는데, 이게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주가는 하루 만에 9%대 넘게 빠지며 103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는 “매장 매출 비교의 중요성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며 온라인 주차장 픽업 매출은 전자상거래 쪽으로 잡힌다고 반박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장은 일단 매섭게 반응했다. 이 글을 쓰는 9월 초 기준으로 월마트 주가는 106달러 선, 시가총액은 8420억 달러 정도다. 2월의 1조 달러 고점에서 상당히 내려온 자리다.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직후 월가 반응이 온통 축제 분위기였던 것도 아니다. 나스닥100 편입으로 인덱스 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를 밀어올린 측면이 있다는 분석과 함께, “실적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고평가 경고도 함께 나왔다. 실제로 이 시점 월마트의 주가수익비율(P/E)은 38배를 넘겼는데, 전통적인 유통업체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당시 한 매체는 “1조 달러 클럽에서는 작은 실수도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앞서 실적 우려로 주가가 흔들렸던 코스트코 사례를 반면교사로 들었는데, 반년도 안 돼 월마트 자신이 그 우려의 사례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회사를 이끄는 사람도 바뀌었다. 12년 가까이 월마트를 이끌었던 더그 맥밀런 CEO가 2026년 2월 1일 자리에서 물러났고, 1993년 시간제 매장 직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회사에 몸담은 존 퍼너가 후임을 맡았다. 나스닥 이전과 나스닥100 편입, 시총 1조 달러 돌파, CEO 교체가 거의 같은 시기에 몰려서 일어난 셈인데, 영상은 이 중 리더십 교체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어쩌면 촬영 시점이 이 소식이 알려지기 전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주제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코드 퍼피는 왜 목줄을 채웠나
영상에서 소개한 여러 AI 도구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코드 퍼피(Code Puppy)‘였다. 직원이 말로 요청하면 필요한 프로그램 코드를 직접 짜준다는 사내 AI 도구인데, 영상은 “20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모두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숫자 자체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월마트 전체 직원이 210만 명 정도이고, 실제로 이 도구는 전 직급에 걸쳐 무제한으로 배포됐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가 영상이 다루는 범위다. 이 성공담의 다음 장이 궁금해서 좀 더 찾아봤는데, 왜 무제한 배포가 오래가지 못했는지를 들여다보면 나름 흥미로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AI 도구는 검색이나 일반 앱과 달리 요청 하나하나에 실제 비용이 붙는다. 슬라이드 하나 만들어달라는 요청, 이메일 톤을 다듬어달라는 요청, 전부 토큰 단위로 과금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사내에서는 이 도구 사용량 자체가 일종의 성과 지표처럼 취급되면서 직원들이 필요 이상으로 도구를 돌리는 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결국 2026년 6월, 월마트는 무제한이던 코드 퍼피 접근을 직원 1인당 토큰 할당량 방식으로 바꿨다. 수요 예측이나 광고 입찰처럼 정교하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자랑하던 회사가, 정작 자기 회사 안의 AI 도구 사용량은 예상보다 훨씬 못 미쳐서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월마트 최고기술책임자 수레시 쿠마르는 이걸 “같은 문제를 여러 직원이 반복해서 묻는 낭비를 줄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는데, 뒤집어 보면 “모두가 자유롭게 AI를 써서 알아서 효율화된다"는 처음의 그림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 도구를 만든 개발자는 최근 회사를 떠나 AI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도 있었다.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던 프로젝트치고는 뒷맛이 좀 복잡하다.
이걸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재고 예측이나 물류 동선 계산처럼 ‘정답이 있는’ 문제에 AI를 쓰는 것과, 슬라이드 작성이나 이메일 다듬기처럼 ‘얼마나 써야 적당한지 기준이 없는’ 업무에 AI를 푸는 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도전이 아닐까 싶다. 전자는 비용 대비 효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계산되지만, 후자는 “일단 쓸 수 있게 해주면 알아서 효율화되겠지"라는 낙관 위에서 출발했다가 청구서를 받고서야 규칙을 다시 짜는 식이 되기 쉽다. 월마트 정도 되는 회사도 이 시행착오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AI 전환 이야기에는 영상이 다루지 않은 또 다른 면이 있다. 월마트는 2025년 5월에 본사 인력 약 1500명을 감원했는데, 대상이 하필 글로벌 기술 조직과 전자상거래 물류, 그리고 영상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된 월마트 커넥트 광고 부문이었다. 2026년 5월에는 기술·제품 조직 통합 과정에서 사무직 약 1000명을 추가로 줄이거나 재배치했다. 비슷한 시기 타깃은 본사 인력의 8%인 최대 1800명을, 크로거는 약 1000명을 감원했는데 업계에서는 이걸 유통업 전반의 AI발 인력 대체가 시작된 신호로 읽는 분위기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AI 도입 = 모두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해피엔딩"이라는 그림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그림인 것 같다.
광고로 돈 번다는 월마트 커넥트, 진짜 크기는
영상은 월마트 커넥트를 “물건을 팔아서 남기는 게 아니라 광고로 엄청난 돈을 버는 새로운 서비스"라고 소개한다. 방향 자체는 맞는 얘기다. 다만 “엄청난"이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규모를 말하는 건지 궁금해서 실제 매출을 찾아봤다.
월마트의 2026 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 글로벌 광고 매출은 약 64억 달러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5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커진 수치이니 성장세 자체는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걸 월마트 전체 매출 7132억 달러와 비교하면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 반면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680억 달러 안팎으로, 자사 거래액 대비 비중이 8%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 스스로도 “매출총거래액 대비 광고 매출 비중이 아직 중하위권"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니까 방향은 맞는데, 아직은 “월마트가 광고로 돈방석에 앉았다"기보다는 “이제 막 그 방향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2등 입찰가에 1페니만 더 붙이는 2차 가격 경매 얘기도 사실 확인을 해봤는데, 이건 영상 설명이 대체로 맞았다. 다만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생각보다 오래된 제도였고, 실제로는 입찰가뿐 아니라 검색어와의 연관성까지 함께 반영하는 좀 더 정교한 방식이라고 한다. 관련성이 높은 상품일수록 2등 입찰가보다도 낮은 금액을 낼 수 있다는 얘긴데, 단순히 “2등 가격+1페니"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룰이다.
루미네이트(Luminate) 이야기도 방향은 맞다. 협력사들에게 자사 매장·온라인 데이터를 분석 리포트 형태로 판매한다는 개념 자체는 아마존이나 크로거 같은 다른 대형 유통사들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 이제는 업계 표준에 가까운 전략이다. 다만 이 부분은 월마트가 정확한 매출 규모를 따로 공개하지 않아서, “수십억 달러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라는 표현이 광고 매출(64억 달러)과 얼마나 겹치는 숫자인지는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정도는 유보해두는 게 정직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글을 쓰다가 워런 버핏 생각이 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5년 무렵부터 월마트 주식을 꾸준히 정리해서 2018년쯤엔 거의 다 처분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존의 성장세에 밀려 월마트가 쪼그라들 거라는 당시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단이었을 텐데, 정작 월마트가 시총 1조 달러를 찍었을 때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린 비테크 기업이 바로 그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버핏이 팔고 나간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 묘하게 아이러니하다.
‘월마트 디포’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영상 후반부의 ‘월마트 디포(Walmart Depot)‘도 짚어볼 만하다. 폐업한 약국 자리를 물류창고로 개조해 30분 배송을 실현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취재해보니 회사가 공식적으로 자주 쓰는 이름은 ‘스파크 딜리버리 디포(Spark Delivery Depot)‘다. 월마트가 직접 ‘월마트 디포’라는 표현을 쓴 적도 있어서 완전히 틀린 이름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더 자주 통용되는 표기는 따로 있는 셈이다.
규모를 보면 아직은 시범 단계에 더 가깝다. 첫 시범 지점은 댈러스였고, 이후 아칸소주 페이엣빌의 옛 월그린스 매장 자리에 문을 열었다. 뉴욕주 포킵시, 뉴저지주 칼스타트 같은 지역에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하니 아직은 몇몇 도시에 국한된 얘기다. 매장 규모는 평균 2만 제곱피트 정도로 일반 월마트 슈퍼센터보다 훨씬 작고, 일반 고객은 들어갈 수 없는 물류 전용 공간이다. 30분 배송에는 건당 10달러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전국 4700여 개 매장망 위에 이런 소규모 물류 거점을 촘촘히 얹어서 배송 시간을 줄이겠다는 방향 자체는 영상 설명 그대로였는데, “이제 30분 안에 받아볼 수 있다"는 표현이 마치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것처럼 들릴 수 있어서 살짝 과장처럼 느껴지긴 했다.
영상에서 짧게 언급된 ‘고로컬(GoLocal)‘도 결이 비슷하다. 월마트의 13,000명 규모 배송 인력을 활용해 다른 소상공인들의 배송까지 대행해준다는 서비스인데, 이 역시 방향성 자체는 사실이지만 아마존 플렉스나 도어대시 같은 기존 라스트마일 배송망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영역이라 월마트만의 독점적 강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번에 확인한 신사업들 대부분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미 업계가 가는 방향에 월마트가 자기 자산(매장망, 물류 인력)을 얹어서 올라탄 이야기"에 가까웠다.
영상 하나를 보고 시작한 검색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처음엔 그냥 숫자 하나 확인하려던 거였는데, 파다 보니 “월마트가 테크 기업이 됐다"는 이야기 자체가 어느 시점에서 찍은 스냅샷인지에 따라 꽤 다르게 보인다는 걸 알게 됐다. 2월의 시총 1조 달러는 분명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코드 퍼피에 200만 명이 접속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장면 이후로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회사는 CEO를 바꾸고 실적 쇼크를 겪고 AI 도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게 “테크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인지 “아직 진행 중인,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전환"인지는 지금 시점에서 확답하기 어렵다. 다음 실적 발표(11월 19일)쯤 되면 조금 더 또렷해질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 https://corporate.walmart.com/news/2025/11/20/walmart-to-transfer-stock-exchange-listing-to-nasdaq
- https://www.ajunews.com/view/20251121104810133
- https://www.fastcompany.com/91457103/walmart-stock-joins-nasdaq-historic-move-why-wmt-leaving-nyse
- https://finance.yahoo.com/news/walmart-stock-gaining-steam-ahead-120900947.html
- https://marketin.edaily.co.kr/News/ReadE?newsId=02207446645347240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2042758i
-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2/202602051818057746fbbec65dfb_1
- https://www.sedaily.com/article/20081645
- https://stockanalysis.com/stocks/wmt/
- https://www.spokesman.com/stories/2026/jun/01/walmart-caps-usage-of-an-ai-tool-for-employees-aft/
- https://www.aol.com/articles/creator-walmarts-vibe-coding-tool-233938000.html
- https://v.daum.net/v/20251025061648296
- https://www.sp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401015
- https://www.marketingdive.com/news/walmart-raked-in-64b-from-ads-last-year-execs-see-plenty-runway-ahead/812669/
- https://tinuiti.com/blog/commerce/walmart-second-price-auction/
- https://talkbusiness.net/2026/06/the-supply-side-walmart-tests-dark-store-in-fayetteville-for-speedy-delivery/
-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47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