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런스 기사 제목을 보고 처음엔 좀 갸웃했다.
** “스페이스X가 차세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물류·클라우드까지 거느린 유통 공룡이고, 스페이스X는 로켓 쏘는 회사 아닌가. 업종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뭘 근거로 비교하는 건가 싶어서 재무제표까지 들여다봤다.
그런데 파다 보니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둘이 닮았냐"가 아니라, 애초에 스페이스X를 “로켓 회사"로 부르는 것 자체가 이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스페이스X는 정말 로켓 회사인가
2026년 6월 상장한 스페이스X의 S-1 공시 자료를 보면 숫자가 꽤 명확하다.
2025년 총매출 187억 달러 중 스타링크(위성 인터넷) 부문이 114억 달러, 61%를 차지했다. 2026년 1분기엔 이 비중이 69%까지 올라갔다더라. 반면 외부 고객 대상 로켓 발사 사업은 41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8% 성장에 그쳤다. 심지어 2025년 팰컨9이 165회 발사됐는데 그중 외부 고객용은 43회뿐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자사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쓰였다고 한다.
더 눈에 띄는 건 수익성 구조다.
스타링크는 2025년 영업이익 44억 달러를 냈다. 회사 전체가 GAAP 기준 순손실 49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비하면, 사실상 스타링크 혼자 회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는 뜻이다. 로켓 발사 사업 자체는 오히려 적자를 내는 부문으로 알려져 있고. 그러니까 지금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구독형 위성 인터넷 사업을 로켓 제조 능력으로 떠받치고 있는 회사”**에 가깝다. 로켓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얼굴마담이고, 실제 돈을 버는 몸통은 매달 요금을 내는 1,200만 명 넘는 스타링크 가입자들이라는 얘기다.
아마존과 정말 닮은 구석이 있나
배런스가 굳이 아마존을 끌어온 이유는 아마도 밸류에이션 서사 때문일 거다.
아마존은 1997년 상장할 때 겨우 직원 256명짜리 온라인 서점이었다. 상장 당시 매출은 1,57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이후 닷컴 버블을 타고 주가가 IPO가 대비 50배 가까이 뛰었다가, 버블이 꺼지면서 고점 대비 90% 넘게 폭락했다. 그러고도 살아남아서 지금은 시가총액 2조 달러가 넘는 회사가 됐다.
스페이스X도 6월 상장 첫날부터 시가총액이 1조 7천억 달러대로 시작해서 며칠 만에 아마존을 잠깐 앞지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두 회사 모두 “닷컴 시대의 광기 어린 기대"와 “결국 살아남았을 때의 보상"이라는 서사 구조를 공유하는 셈이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차이가 있다.
아마존은 상장 당시부터 적자였고, 흑자 전환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반면 스페이스X는 상장 시점에 이미 스타링크라는 확실한 흑자 사업부를 갖고 있었다 — 회사 전체는 적자여도, 그 적자의 원인이 스타십 연구개발비나 xAI 인수 관련 손실 같은 “의도적으로 돈을 쓰는” 항목들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지금 스페이스X와 비슷한 처지였던 건 2010년대 초중반의 아마존웹서비스(AWS) 시절 아마존에 더 가깝다. 소매 사업 마진이 얇을 때 AWS라는 고마진 사업이 회사를 지탱했던 구도가, 발사 사업의 낮은 마진을 스타링크가 메우는 지금 스페이스X와 겹친다.
한 애널리스트가 “매출은 아마존의 20분의 1인데 밸류에이션은 아마존급으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정확한 비교이긴 하다. 다만 이건 “회사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한 비교라, 고마진 사업부만 떼어놓고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회사가 순손실을 낸 이유도 한번 뜯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자본지출 항목 중 12억 7천만 달러가 AI 관련 투자였고, 2026년 1분기에만 이미 77억 달러를 AI 쪽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올해 초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인 xAI를 흡수 합병했는데, 이게 그동안 적자를 내던 AI 사업부까지 스페이스X 재무제표 안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금 손실의 상당 부분은 로켓이나 위성 사업의 부진이 아니라, 별도 사업이었던 AI 스타트업을 통째로 끌어안으면서 생긴 결과에 가깝다.
이게 스페이스X 밸류에이션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 투자자가 사는 게 로켓 회사인지, 위성 인터넷 회사인지, AI 회사인지 경계가 계속 흐려지고 있어서다.
아마존웹서비스와 스타링크, 겹치는 그림
아마존이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결정적 전환점은 사실 소매업이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 AWS였다. 마진이 얇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고마진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이 떠받치면서, 회사 전체 수익성이 완전히 다른 궤도로 올라섰다.
지금 스페이스X에서 벌어지는 일도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마진이 박한(심지어 적자인) 로켓 발사 사업을 스타링크라는 고마진 구독 사업이 떠받치고 있으니까.
다만 아마존은 AWS가 자리 잡기까지 거의 10년 넘게 걸렸는데, 스페이스X는 상장하기도 전에 이미 이 구조가 완성돼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시장이 “다음 단계"를 미리 반영해서 가격을 매기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유동주식이 적어서 생기는 변동성 문제
상장 초기 주가가 며칠 만에 20%씩 뛰었다 빠졌다 한 이유 중 하나는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상장 시 전체 지분의 4% 정도만 거래 가능하게 풀렸다고 하니,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 사람이 적어서 가격이 쉽게 튀는 구조였던 셈이다.
CFRA 같은 리서치사는 상장 직후부터 매도 의견을 내면서 “성장 전략이 지나치게 야심차고 자본 소모가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초기 변동성은 회사의 펀더멘털이 바뀌어서라기보다는 순전히 수급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서, 주가 움직임만 보고 회사 가치를 판단하기엔 좀 이르다는 인상이다.
로켓 회사가 지방 정부의 물 걱정까지 해결해주는 이유
스페이스X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최근 텍사스 브라운스빌에서 있었다.
스페이스X의 발사기지 스타베이스 인근 445에이커 부지를 시 경계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그 대가로 최대 2억 2천만 달러를 시의 상하수도 인프라 사업에 지원하기로 한 거다. 브라운스빌은 현재 사용하는 물의 70%를 리오그란데강에 의존하는데, 이 투자로 담수화 시설과 정수장 용량을 늘려서 강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겉보기엔 훈훈한 지역 상생 스토리 같지만, 뒤집어 보면 민간 기업 하나가 지방정부의 도시계획 경계선과 상하수도 예산까지 좌우할 만한 협상력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스페이스X 측이 “시간을 더 달라"는 시의원들의 요청을 거절했고, 6시간 넘게 이어진 토요일 특별회의 끝에 표결이 통과됐다고 하니, 지역사회 입장에서 순순히 받아들이기만 한 결정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타베이스 주변으로 회사가 계속 확장하면서 이런 종류의 협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밸류에이션 논쟁이야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알아서 정리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회사를 “우주 탐사 기업"이라는 틀로만 보는 시선 자체를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스페이스X의 실체에 더 가까운 이름을 붙이자면 “위성 인터넷 회사, 부업으로 로켓도 만듦” 쪽이 아닐까 싶다.
참고자료
- https://fortune.com/2026/07/13/spacex-amazon-valuation-musk-bezos-ai-rmarket-stock-invest/
- https://www.cnbc.com/2026/06/16/spacex-stock-rally-market-cap.html
- https://techcrunch.com/2026/06/16/spacex-valuation-balloons-to-2-6t-briefly-passes-amazon/
- https://sacra.com/c/spacex/
- https://axis-intelligence.com/spacex-statistics/
- https://www.itiger.com/hk/en/learn/detail/spacex-revenue-breakdown
- https://www.inc.com/chloe-aiello/spacex-revealed-its-rocket-launches-are-losing-millions-heres-how-it-actually-makes-money/91360376
- https://www.thenationalnews.com/future/technology/2026/08/04/spacex-revenue-surges-in-debut-results-with-strong-growth-in-starlink-business/
- https://www.texastribune.org/2026/08/31/spacex-brownsville-deannex-land-water-projects/
- https://www.krgv.com/news/spacex-to-fund-up-to-220m-in-brownsville-water-projects-in-exchange-for-land
- https://www.cnbc.com/2018/12/18/dotcom-bubble-amazon-stock-lost-more-than-90percent-long-term-investors-still-got-rich.html
- https://techcrunch.com/2017/06/28/a-look-back-at-amazons-1997-ipo/
- https://finance.yahoo.com/markets/stocks/articles/spacex-just-passed-value-amazon-1300299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