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이 막혔다
2025년 한 해,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쏟아부은 자본 지출은 수백조 원을 넘어섰다.
엔비디아 H100 한 장 값이 4,000만 원 이상이다. 이걸 수천 장 묶어 클러스터 하나를 짜면 비용은 순식간에 수천억 원대로 불어난다. 이 돈의 대부분이 연산 칩에 들어간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틀렸다. 가장 비싼 것은 칩이 아니라, 칩들이 서로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수천 개의 GPU가 하나의 신경망을 훈련시킬 때, 이들은 매 연산 단계마다 서로의 중간 계산 결과를 주고받아야 한다. 한 장이 계산을 마쳐도 다른 장치의 동기화 신호가 오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 대기 상태를 업계는 ‘스톨(Stall)‘이라 부른다. 그리고 스톨은 칩이 아니라 전선에서 생긴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순간이다.
차세대 전송 규격인 1.6 Tbps 대역에서 구리 케이블의 유효 전송 거리는 물리 법칙에 의해 1미터 아래로 붕괴한다. 그런데 실제 서버 랙의 높이는 평균 2.5미터를 넘는다. 같은 랙 안에서 맨 아래 GPU와 맨 위 네트워크 스위치를 잇는 케이블조차 물리적으로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업계는 이 현상을 **‘구리 절벽(Copper Cliff)’**이라 부른다.
이 절벽 앞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광케이블은 거리 문제는 풀어주지만 포트당 15~20W의 전력을 요구한다. 수만 개 포트를 돌리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서는 이것이 곧 전기료 폭탄이자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된다.
**구리는 너무 짧고, 광은 너무 비싸다. **이 이분법의 틈에서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첫 번째 벽: 구리가 고주파를 삼킨다
표면 효과라는 물리 법칙
구리 케이블이 왜 갑자기 무용지물이 되는가. 답은 재료공학이 아니라 전자기학에 있다.
교류 전류가 도체를 흐를 때,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전하는 도체 중심이 아닌 표면 쪽으로 밀려난다. 이 표피 깊이(Skin Depth, δ) 현상은 주파수 f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
δ = √(ρ / πfμ₀μᵣ)
풀어 말하면, 주파수가 4배가 되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실질 단면적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단면적이 줄면 저항이 늘고, 저항이 늘면 신호는 열로 사라진다. 100GHz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에서 구리 도체는 신호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신호를 소각하는 히터에 가깝게 작동한다. 1.6 Tbps 전송 환경에서 수동 구리 케이블의 유효 거리가 1미터를 넘지 못하는 이유이고, 3.2 Tbps 세대로 가면 이 거리는 더 줄어든다.
‘구리 절벽’ 이후의 세계
현장 엔지니어들은 이 한계를 두꺼운 케이블로 버텨왔다. 도선이 굵어지면 저항은 줄지만, 케이블은 무겁고 뻣뻣해져 서버 랙 후면부를 틀어막는다. 배기구가 막히면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내부 온도가 임계치를 넘는다. 케이블의 무게와 강성이 포트 커넥터를 물리적으로 파손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문제에 대한 응급 처방이 액티브 전기 케이블(AEC)이다. 케이블 끝에 신호 재생 칩(리타이머)을 붙여 도달 거리를 2~2.5미터까지 늘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1.6 Tbps 세대 데이터센터의 배선 요구를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구리 케이블의 진화는 이미 물리 법칙의 천장에 닿았다. 더 빠른 케이블도, 더 얇은 구리 케이블도 나올 수 없다. 남은 건 더 높아진 주파수와, 그에 따라 계속 좁아지는 도체의 유효 단면적뿐이다.
두 번째 벽: 빛은 비싸다
광케이블이 치르는 비용
광섬유는 전자기 손실이 아니라 빛의 굴절로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구리가 겪는 표면 효과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킬로미터 단위 거리도 거뜬히 넘어선다. 그렇다면 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광케이블로 전부 갈아타지 않을까.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려면 장치가 필요하다. 레이저 다이오드가 빛을 쏘고, 드라이버가 이를 변조하고, 광학 DSP가 신호를 복원하고, 수신단의 트랜스임피던스 증폭기(TIA)가 다시 전압으로 바꾼다. 이 부품 조합이 광트랜시버 모듈이다.
800 Gbps급 광트랜시버 하나는 평균 15~20W를 먹는다. 수만 개 포트가 동시에 돌아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라면, 인터커넥트 레이어 하나에서만 소비하는 전력이 거대한 발전소 하나에 맞먹는다.
비용도 문제다. 광트랜시버는 인듐인(InP)이나 갈륨비소(GaAs) 화합물 반도체와 실리콘 포토닉스 패키징을 요구해, 동급 수동 구리 케이블 대비 4~10배의 단가를 형성한다.
신뢰성도 약하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고온·고습 환경에서 노화 속도가 빠르고, 서버 랙 배기구 근처의 열 충격은 그 수명을 더 줄인다. 분산 병렬 컴퓨팅에서는 단 하나의 연결 실패가 전체 훈련 세션을 중단시키고 이전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수천 GPU로 며칠씩 돌리던 훈련이 광트랜시버 하나의 레이저 고장으로 백지화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공동 패키징의 한계
칩과 광소자를 같은 패키지에 넣어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가 **공동 패키징 광학(Co-Packaged Optics, CPO)**이다. 전기 신호가 기판 위를 이동하는 거리를 최소화해 전력 효율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CPO는 제조 공정의 복잡성과 비용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실리콘 로직과 광학 소자를 한 패키지에 집적하는 일 자체가 반도체 공정의 난제이고, 무엇보다 광-전 변환이라는 근본적인 에너지 비효율은 제거하지 못한다.
제3의 물질: 플라스틱이 밀리미터파를 삼켰다
2014년, KAIST의 한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이 이분법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구리를 아예 쓰지 않고, 레이저도 쓰지 않는다. 플라스틱 튜브 안으로 전자기파를 쏘아 넣는다는 발상이었다.
포인투테크놀로지가 개발한 ’e-Tube’는 밀리미터파(100~260 GHz) 대역의 RF 신호를 특수 성형된 저손실 고분자 수지 유전체 도파관 내부에 가둬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도체가 없으므로 표면 효과는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레이저가 없으므로 광-전 변환 손실과 레이저 노후화 위험도 없다.
도파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유전체 도파관의 물리 원리는 광섬유와 닮았지만, 가두는 신호가 다르다. 광섬유가 가시광선 주파수(수백 THz)의 빛을 가두는 반면, e-Tube는 밀리미터파(수백 GHz)의 전자기파를 가둔다.
원리는**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다. 굴절률이 높은 플라스틱 코어를 굴절률이 낮은 클래딩이 감싼다. 내부로 주입된 전자기파는 경계면을 넘지 못하고 코어를 따라 전파된다. 이 구조에서 신호 감쇄는 고주파 금속 저항이 아니라 플라스틱 소재의 유전 손실 정접(tan δ)과 유전율(ε)로만 결정된다.
α_dielectric ∝ f · √ε · tan δ
이 관계식의 핵심은, 구리와 달리 주파수가 올라가도 감쇄가 늘어나는 속도가 금속보다 훨씬 완만하다는 점이다. 1.6 Tbps, 3.2 Tbps 세대가 요구하는 초고주파 대역에서도 신호가 10~20미터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물리적 근거가 여기서 나온다.
TX 칩에서 도파관까지, MWT 안테나의 역할
컴퓨터 시스템은 기저대역(Baseband) 디지털 신호로 작동한다. 이 신호를 그대로 유전체 도파관에 넣으면 낮은 주파수 성분이 경계를 뚫고 새어나가 전파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포인투테크놀로지는 케이블 끝단 플러그 내부에 독자 설계 RFIC 칩셋을 넣었다.
송신 칩(TX SoC)이 기저대역 디지털 신호를 받아 100~260 GHz 대역의 밀리미터파 아날로그 RF 신호로 업컨버전(upconversion)하면, 칩 표면에 에칭된 ‘마이크로스트립-도파관 변이(Microstrip-to-Waveguide Transition, MWT) 안테나’가 이 신호를 e-Tube 내부로 쏘아 넣는다.
MWT는 실리콘 기판의 평면 전기 임피던스를 입체적인 유전체 내부 전자기 임피던스로 정합시켜, 에너지 반사나 외부 누출 없이 전자기파를 도파관 코어 중심에 집어넣는 역할을 한다.
반대편에서는 수신 칩(RX SoC)의 온칩 안테나가 도달한 전자기파를 포착하고, 다운컨버전 믹서를 거쳐 원래 디지털 버스 신호로 복원한다. 호스트 ASIC인 GPU나 스위치는 e-Tube가 중간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할 필요가 없다.
80피코초라는 숫자
이 아날로그 변환 경로의 결과물이 80피코초(ps)의 지연 시간이다. 광트랜시버를 쓰는 광케이블 시스템은 전기-광 변환, 디지털 신호 처리, 광-전 변환을 거치며 마이크로초(μs) 대역의 지연을 발생시킨다. e-Tube는 이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분산 병렬 컴퓨팅에서 지연 시간은 단순한 속도 지표가 아니다. 수천 개의 GPU가 동기화 연산을 할 때, 가장 느린 링크 하나가 클러스터 전체의 처리 속도를 결정한다. 80ps의 지연이 1,000배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숫자로 보는 비교표
다섯 가지 인터커넥트 기술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e-Tube가 채우는 자리는 구리가 포기한 거리와 광이 감당 못 하는 비용 사이의 빈 지대다. 10~20미터 범위에서 랙 단위 서버 배선을 맡는 것이 이 기술의 설계 목표다.
회사의 뿌리, 그리고 두 가지 캐시카우
포인투테크놀로지는 2014년 3월 설립됐다. 마벨 반도체와 테라스퀘어에서 13년 넘게 초고속 통신 시스템 칩 설계를 이끈 박진호(Sean Park) 대표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현 KAIST 창업원장)와 석·박사 연구진이 함께 창업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두고, 핵심 R&D는 한국 자회사가 맡는 이원 구조다.
e-Tube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를 메우는 두 개의 사업 라인이 있다.
25G 레인지 익스텐더: 5G 기지국망의 숨겨진 병목
5G 통신망에서 기지국과 코어 네트워크를 잇는 프론트홀(Fronthaul) 광 링크는 기존 10 Gbps에서 25 Gbps로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광섬유 안에서 파장의 굴절률이 파장에 따라 달라지는 ‘색분산(Chromatic Dispersion)’ 현상은 주파수 비율의 제곱에 비례해 신호를 왜곡한다. 10 Gbps에서는 70~80km를 무난히 가던 광선로가 25 Gbps로 올라가면 유효 거리가 15km로 수직 붕괴한다. 더 빠른 전송이 오히려 더 짧은 도달 거리를 만드는 역설이다.
전통적인 해결책은 중계 지점마다 수억 원짜리 대형 외장 분산 보상 필터 장치를 설치하고, 기사들이 라인 길이에 맞춰 직접 수동 조율하는 것이었다. 포인투테크놀로지의 레인지 익스텐더는 이 문제를 광트랜시버 모듈 내부의 손가락 한 마디 크기 반도체 칩으로 해결한다. 전자 이산 보상(Electronic Dispersion Compensation, EDC) 엔진이 완전히 무너진 눈 패턴을 실시간으로 복원해, 유효 전송 거리를 다시 60~70km로 되돌린다. 외장 장치도, 현장 조율도 필요 없다. 광트랜시버를 한 번 교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포인투테크놀로지는 일본 스미토모 전기공업(Sumitomo Electric Industries)과 장기 개발 파트너십을 맺고, 25G 광트랜시버 핵심 IC의 실질 양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이것이 지금 회사의 첫 번째 현금 흐름이다.
스마트 리타이머 P1B121: 절반의 전력, 20분의 1의 지연
두 번째 캐시카우는 데이터센터용 112G PAM4 스마트 리타이머 칩셋 ‘P1B121’이다. 리타이머는 고속 전기 케이블 끝단에서 왜곡된 신호를 깨끗하게 재생하는 칩으로, 차세대 800 Gbps 및 1.6 Tbps 대역의 AEC(Active Electrical Cable)에 필수로 들어간다. 문제는 경쟁사 제품들이 전력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P1B121은 동급 경쟁사 대비 약 50% 낮은 3.0W 구동 전력을 실현했다. 지연 시간도 업계 평균의 20분의 1인 3나노초(ns) 이하다. 아날로그 신호 경로 가공을 극대화한 혼성 신호 최적화 설계의 결과다. 3W와 3ns, 이 두 숫자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초저지연 동기화가 강제되는 대규모 가속기 클러스터에서 리타이머의 지연이 병목이 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면서, 동시에 전력 예산에 여유를 만들어준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직접 투자한 이유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엔비디아의 전략적 벤처 투자 기구 NVentures가 한국 기반 반도체 스타트업에 사상 최초로 직접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대상은 포인투테크놀로지였다.
NVentures는 재무 수익이 아니라 엔비디아의 미래 플랫폼과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는 조직이다. 블랙웰(Blackwell) 이후 차세대 가속기 아키텍처의 스케일업 패브릭에 e-Tube 전송 레이아웃을 핵심 골격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 투자를 포함해 포인투테크놀로지는 누적 7,600만 달러(약 1,121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완료했다. 매버릭 실리콘이 주도하고 UMC 캐피탈, 보쉬 벤처스, 몰렉스가 참여했다. 투자자 면면은 단순한 재무 지원이 아니라 전략적 생태계 구축에 가깝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대기업 보쉬의 참여는 e-Tube의 전장 시장 진출 가능성을 암시한다. 전선 제조사 몰렉스의 투자는 생산 파트너십이 자본 관계로 이어진 사례다. 2026년 블룸버그NEF 파이오니어스(Pioneers) 수상은 이 기술 검증의 외부 확인이다.
팹리스의 역설: 공장 없이 세계 공급망을 지배하는 방법
포인투테크놀로지는 제조 공장을 갖지 않는다. 그것이 전략이다.
e-Tube 완제품 케이블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대신 전자기 변조를 제어하는 RFIC 칩셋을 설계하고, e-Tube 도파관의 기하 구조와 접합 설계 기술을 라이선스로 제공한다. 실제 생산은 세계 최대 커넥터 제조사들이 맡는다.
몰렉스(Molex), 폭스콘 인터커넥트 테크놀로지(FIT), 암페놀(Amphenol). 이 세 회사는 이미 아마존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메타의 데이터센터 공급망에 수조 원대 물량을 공급해온 검증된 벤더들이다.
포인투테크놀로지가 하이퍼스케일러 공급망에 직접 들어가려면 다년간의 까다로운 공장 신뢰성 검증(Supplier Audit)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등재된 파트너사의 브랜드와 물류망을 통해 e-Tube 칩셋을 이식한 ARC(Active RF Cable) 완제품을 출하하면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칩 설계만 한다. 제조는 이미 신뢰를 쌓은 파트너가 한다. 채널도 파트너의 것을 쓴다. 팹리스 모델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2030년을 향한 매출 믹스의 변화
지금 포인투테크놀로지의 현금은 25G 레인지 익스텐더와 스마트 리타이머에서 나온다. 이것이 오늘의 회사를 유지하는 연료다. 그러나 회사가 그려놓은 방향은 다른 곳을 가리킨다.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90%를 e-Tube 기반 제품군으로 옮기는 것이 내부 로드맵의 핵심이다.
이 전환을 뒷받침하는 시장 구조가 있다. 2026~2028년 사이 글로벌 데이터센터는 1.6 Tbps 및 3.2 Tbps 세대로 본격 전환된다. 이 시점에 구리 케이블은 물리적 한계 때문에 ARC(Active RF Cable) 또는 광케이블로 전면 교체될 수밖에 없다. e-Tube가 노리는 교체 시장의 크기가 바로 이것이다.
외장 케이블 단계 이후에는 더 깊은 통합이 기다리고 있다. NPE(Near Package e-Tube)는 가속기 보드 내부의 실리콘 인터페이스 바로 옆까지 초박형 e-Tube 도파선로를 밀착시킨다. CPE(Co-Packaged e-Tube)는 GPU 패키징 기판 내부에 RFIC 소자를 함께 집적하는 구조다. 이 단계에서 기판 위 구리 배선 노이즈는 사라지고, 가속기 칩에서 곧바로 유전체 튜브로 전자기파가 발사된다.
세계 최상위 GPU 제조사 한 곳 이상과 비공개 MOU를 맺고 2026년 하반기 시제품 데모를 준비 중이라는 정보는, 이 로드맵이 선언이 아니라 실행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e-Tube의 침투 경로는 데이터센터에 머물지 않는다. 초박형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패널 내부의 테라비트급 신호 배선, 자율주행 ECU와 다채널 센서 간의 노이즈 차단 배선처럼, 전자기 간섭이 문제가 되고 공간이 제한된 곳이라면 어디든 e-Tube의 물리 원리가 적용된다.
코스닥 상장, 실제로는 어디쯤 와 있나
이 글을 처음 쓸 때만 해도 포인투테크놀로지의 목표는 2026년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예비심사 청구였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지금 다시 확인해보면, 그 일정은 그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 보도를 보면 회사의 상장 목표 시점은 “이르면 내년, 늦으면 내후년"으로 밀렸다. 즉 2027년에서 2028년 사이다. 본사가 미국 법인이라는 점 때문에 코스닥 대신 나스닥 등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주관사는 여전히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공동 체제이고, 상장 시 기업가치 목표는 1조 원 이상이라는 숫자도 그대로다.
일정이 늘어진 배경은 처음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산호세 본사와 한국 자회사 간의 크로스보더 지배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연방법의 영리 법인 지배 구조 요건과, 한국예탁결제원·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 보호예수 요건 및 크로스보더 지분 정산 구조를 동시에 맞추는 데 예상보다 긴 조율 기간이 필요했다.
상장 직전 프리 IPO 라운드로 조달할 자금은 파운드리 초도 대량 웨이퍼 제작 보증금 선급과 미국 현장 엔지니어링 지원 인프라 확장에 우선 투입될 계획이다. 기술이 검증됐다고 상장 시계까지 저절로 빨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 회사의 IPO 일정 자체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전선은 기술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여기서 멈추고 생각해볼 것이 있다.
e-Tube가 푸는 문제는, 기술이 기술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최고의 인터커넥트 솔루션은 존재감이 없다. GPU는 케이블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호스트 시스템은 중간에 전자기파가 플라스틱을 관통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이게 인프라의 본질이다. 인프라는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다만 인프라가 갑자기 눈에 띄는 순간이 있다. 전선이 막히거나, 전력 예산이 초과되거나, 지연 시간이 클러스터 전체의 발목을 잡을 때다. 지금 데이터센터 산업이 정확히 그 지점에 서 있다. 구리는 막혔고, 광학은 너무 비싸고, AI는 계속 더 빠른 것을 요구한다.
인프라가 위기로 드러나는 순간이야말로 새로운 재료가 끼어들 틈이 생기는 조건이다. 플라스틱 유전체가 구리와 광섬유 사이에 제3의 자리를 만들어낸 것은 단순히 더 나은 케이블 하나가 발명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AI 인프라의 물리적 제약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그 AI를 돌리는 전선이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드물다. 그런데 전선 하나가 수조 원짜리 클러스터의 실질 성능을 좌우한다면, 그 전선을 만드는 회사에 대한 질문은 결국 AI 인프라의 미래에 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다.
참고자료
- Point2 Technology Inc. — e-Tube RF Dielectric Waveguide Architecture White Paper (2024)
- Why E-Tube Cables Offer a Promising Alternative to Copper and Optical Interconnects
- waveguide
- Point2 Technology Inc. — 25G Range Extender and Sumitomo Electric Partnership Technical Report (2023)
- Bloomberg NEF Pioneers — 2026 Point2 Technology Technology Assessment (2026)
- NVIDIA NVentures — Series B Investment Announcement (2024)
- IEEE Transactions on Microwave Theory and Techniques — "Dielectric Waveguide for On-Board and Short-Reach Interconnects" (2022)
- AI, data centers, and the energy equation: What business leaders should know
- IEEE 802.3 Task Force — "200G/lane Electrical Signaling and Copper Cliff Analysis" (2023)
- Home » Signal Integrity » Futuring Interconnect Infrastructure for AI: RF Transmission over Plastic Cable Surpasses Copper and Optics at Terabit Scale Signal Integrity Futuring Interconnect Infrastructure for AI: RF Transmission over Plastic Cable Surpasses Copper and Optics at Terabit Scale
- Hyperscale Data Center Market Size & Share 2026-2035
- IEC 62149 Series — Fibre Optic Active Components and Devices: Reliability Standards for Laser Diodes in Data Center Environments
- Semiconductor Business Models: Fabless and Fearless
- Point2 and FIT partner on terabit-speed interconn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