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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로켓의 시대, 로켓랩은 왜 아직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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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로켓의 시대, 로켓랩은 왜 아직 살아있는가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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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ectron 로켓 발사 장면. 로켓랩은 2025년 한 해 21번의 발사를 모두 성공시켰다.


2010년대 중반, 벤처캐피털은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 열광했다. 큐브샛 붐이 오고 있었고, 그에 맞는 소형 로켓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기대가 넘쳤다. 전 세계에서 200개가 넘는 소형 발사체 프로그램이 동시다발로 시작됐다. 그 중 대부분은 이제 없다. 버진 오빗은 파산했고, 아스트라는 발사체 사업을 접었다. 릴래티비티 스페이스는 자사 로켓을 포기하고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로켓랩은 살아있다. 살아있을 뿐 아니라, 지금이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년 로켓랩의 Electron은 21번 발사돼 21번 모두 궤도에 페이로드를 올렸다. 100% 성공률이다. 연간 매출은 6억 달러를 넘겼고, 미 우주개발청(SDA)으로부터 미사일 경보 위성 18기 제조 계약을 따냈다—단일 계약으로 8억 1,600만 달러 규모다. 2026년 1분기에는 수주 잔고가 22억 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시가총액은 37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숫자들은 사실 설명이 필요하다. 어떻게 소형 로켓 하나를 만드는 회사가 이 정도 규모로 성장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팰컨 9이 kg당 6,000달러에 라이드쉐어를 제공하고 스타십이 그 가격을 다시 한번 뒤집으려는 이 시대에, 로켓랩은 어디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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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발사 시장 구조. 스페이스X 라이드쉐어가 상업 물량 대부분을 흡수하고, 전용 발사 수요는 별도 세그먼트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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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벡 CEO는 “스페이스X 라이드쉐어는 우리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거듭 말해왔다. 이것이 단순한 홍보 발언처럼 들릴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맞는 말이다. 라이드쉐어는 원칙적으로 세 가지를 보장하지 못한다. 첫째, 발사 시점의 통제권. 트랜스포터 미션은 스페이스X 스케줄에 종속되며, 군사 정찰위성처럼 특정 발사 창에 정확히 올라가야 하는 미션에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 둘째, 정확한 궤도 파라미터. 여러 위성이 함께 탑승하면 궤도는 필연적으로 타협의 산물이 된다. 전용 발사에서 고객은 원하는 고도, 경사각, 현지 태양시(LTAN)를 지정할 수 있다. 셋째, 미션 보안. 국가안보 고객은 공개된 라이드쉐어 미션에 민감한 페이로드를 실을 수 없다.

로켓랩의 Electron이 공략하는 것은 바로 이 세 조건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객군이다. 그 고객들에게 Electron은 지구상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다. 시장이 작아도 경쟁이 없으면 강하다. 실제로 Electron의 발사 단가는 약 750만 달러로 라이드쉐어와 단순 비교하면 비싸지만, “이 궤도에, 이 시각에, 이 위성 하나만” 이라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로켓은 없다.

그러나 피터 벡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진짜 전략은 로켓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접근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지붕 아래 두는 것이었다.

2020년부터 로켓랩은 일련의 인수를 단행했다. 위성 자세제어 부품 업체 Sinclair Interplanetary, 비행 소프트웨어 회사 Advanced Solutions, 위성 분리 시스템 업체 Planetary Systems, 우주용 태양전지 제조사 SolAero, 그리고 2025년에는 광학 페이로드와 우주 도메인 인식 센서를 만드는 GEOST를 인수했다. 현재 로켓랩이 자체 제작하는 위성 부품은 별 추적기, 반응 휠, 태양전지 패널, 전기 추진 시스템,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DR), 복합 구조물, 분리 시스템, 전기·광학/적외선 센서에 이른다.

이 전략의 영리함은 부품을 자사 위성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판다는 점이다. 경쟁 위성 제조사들도 로켓랩 부품을 산다. 즉, 라이벌조차 로켓랩의 수익원이 된다. 그 결과 2026년 1분기에는 Space Systems 부문 매출이 처음으로 Launch Services를 추월했다. 로켓랩은 이미 발사 회사보다는 우주 시스템 회사에 더 가깝게 변해있다.

이 구조의 정점이 Photon이다. 로켓랩의 자체 위성 버스 플랫폼인 Photon은 추진, 전력, 자세제어, 통신을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해, 고객이 미션 아이디어만 가져오면 위성 설계·제조·발사·궤도 운용까지 로켓랩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NASA의 CAPSTONE 달 미션과 ESCAPADE 화성 미션 위성이 Photon 기반으로 제작됐다. 로켓랩 자체적으로 금성 탐사 미션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회사가 스스로를 단순 발사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뉴트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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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utron 로켓 아티스트 렌더링. 높이 42.8m, 직경 7m의 중형 재사용 로켓으로, 2026년 하반기 첫 비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Electron은 탁월한 로켓이지만 저궤도 기준 탑재 중량이 300kg이다. 이 한계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문제가 된다. 우선 메가콘스텔레이션 배치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스타링크, 아마존 카이퍼, AST SpaceMobile처럼 수백~수천 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성좌를 구축할 때는 300kg 탑재 로켓을 수십 번 쏘는 것보다 수 톤을 한 번에 올리는 중형 로켓이 압도적으로 경제적이다. 그리고 미 국방부의 NSSL(국가 우주 보안 발사) 프로그램 같은 핵심 정부 발사 계약들은 Electron의 탑재 중량으로는 입찰 자격 자체가 없다.

뉴트론은 이 두 천장을 동시에 뚫기 위한 로켓이다. 높이 42.8m, 1단 직경 7m, 재사용 모드 저궤도 탑재 중량 13톤, 완전 소모 모드 15톤. 발사 목표 단가는 약 5,000만 달러다. 팰컨 9과 직접 경쟁하는 스펙이다.

설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사용 아키텍처다. 팰컨 9은 페어링을 별도로 바다에서 회수한다. 뉴트론은 “오픈 클래미셸” 방식을 택했다. 1단 꼭대기가 조개껍데기처럼 열리는 구조물로 되어 있고, 2단과 탑재물이 그 안에 들어있다. 발사 후 1단이 귀환할 때 이 구조물이 다시 닫히며 2단을 보호하는 덮개로도 기능한다. 별도의 페어링 회수 작업이 필요 없다. 1단 회수는 발사장 직접 귀환(RTLS), 해상 드론쉽 착륙(DRL), 완전 소모 세 가지 모드로 운용된다.

추진제는 액체산소와 메탄이다. 엔진 이름은 Archimedes. 1단에 9기, 2단 진공형 1기가 탑재된다. 메탄을 선택한 이유는 케로신 대비 재사용 후 세척이 훨씬 쉽고, 그을음이 적어 엔진 수명이 길어진다는 데 있다. 스페이스X의 랩터, 블루오리진의 BE-4와 같은 세대의 메탄 엔진이다. 1단과 2단 구조물 모두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CFRP)로 제작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 규모의 로켓 전체를 탄소복합재로 만드는 것은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시도다.

개발 현황은 진전과 시련이 교차하고 있다. 2025년 2단 탄소복합재 구조가 130만 파운드 인장력 테스트를 통과했고, 비행 소프트웨어와 항공전자, 유도 시스템이 극저온 환경에서 검증됐다. 2026년 1월에는 1단 탱크 수압 테스트 중 파열이 발생했다. 로켓랩은 “구조물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자격 시험의 통상적 과정"이라고 설명했으며, 다음 탱크는 이미 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첫 발사 목표는 2026년 하반기. CEO 피터 벡은 “12월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발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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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월롭스 섬 LC-3 뉴트론 발사 복합단지. 400피트 드론쉽 ‘Return On Investment’의 항구도 인근에 건설 중이다.

뉴트론이 성공한다면 로켓랩이 열 수 있는 문은 명확하다. NSSL 인증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의 국방 발사 시장에 진입하고, 메가콘스텔레이션 배치 계약을 경쟁할 수 있게 된다. 미 공군 연구소(AFRL)와의 점대점 화물 운송 시연 계약, USTRANSCOM과의 로켓 기반 글로벌 화물 협정은 이미 체결된 상태다.

물론 뉴트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작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비행 시점이 공식 발표보다 1~3년 늦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재무적으로도 2025년 영업 손실이 2억 2,900만 달러였다. 뉴트론이 수익을 내기 전까지 Electron과 Space Systems 부문이 현금을 만들어내야 한다. 파이어플라이 알파의 성숙, 유럽 신생 사업자들의 진입 등 중형 로켓 시장 자체가 뉴트론 진입 전에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로켓랩의 강점은 정확히 이 불확실성에서 드러난다. 다른 소형 발사체 경쟁자들이 하나의 로켓 제품에 사활을 걸었던 반면, 로켓랩은 발사가 안 되는 날에도 위성 부품을 팔고, 위성 버스를 납품하고, 정부 시스템 계약을 수행한다. Space Systems가 Launch를 추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피터 벡이 10년 전부터 구상한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로켓랩의 생존 전략은 단순한 가격 경쟁도, 기술 과시도 아니다. 거대 로켓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남들이 못 채우는 빈자리를 정확히 찾아 들어가고, 그 자리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발사 회사에서 우주 인프라 회사로 변환하는 것이다. 뉴트론은 그 변환의 마지막 퍼즐이다. 로켓 하나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로켓랩이 이미 쌓아 올린 수직 통합 구조 위에서 뉴트론이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스페이스X를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채우지 못하는 우주를 채우는 것은 가능하다. 그게 로켓랩이 하고 있는 일이다.


참고: NASASpaceFlight, Rocket Lab SEC Filings, Space Capital, New Space Economy, PBS NewsHour, TipR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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