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출발점입니다.
우리, 왜 그렇게 갈등 앞에서 쉽게 무너질까요? 생각해보면, 직장 상사의 말도 안 되는 지시나 배우자와의 사소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 같은 일상의 마찰 속에서 우린 종종 무너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무너지는 건 그 문제의 ‘사실’이나 ‘불합리성’ 때문이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 욱하고 올라오는 그 격앙된 ‘감정’에 잡아먹히는 거죠. 갈등이 통제 불능이 되는 건,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걸 겪는 내 ‘감정’ 때문이라는 겁니다.
저도 겪어봐서 아는데, 사소한 갈등에도 쉽게 위축되는 사람은, 사실 자기 감정이 문제를 더 크게 부풀리는 데 속고 있는 거더라고요.
이 혼돈을 해결하려고놀랍도록 단순한 3단계 법칙은 바로 ‘감정-이성-직관(Emotion-Reason-Intuition, E-R-I)’ 모델입니다.
- 1단계 (E): 감정 제어하기 (Emotion). 이게 무조건 ‘일순위’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상태에선 문제의 본질이 보일 리가 없죠. 격앙된 감정을 통제한다는 건, 일단 혼돈의 현장에서 빠져나와 문제 해결을 위한 ‘입장권’을 따내는 것과 같습니다.
- 2단계 (R): 이성 적용하기 (Reason). 감정의 폭풍이 가라앉으면, 그 자리에 논리와 분석을 투입합니다. 이 단계는 갈등의 진짜 원인을 찾고, 여러 대안을 생각해보고,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이에요.
- 3단계 (I): 직관 사용하기 (Intuition). 이성적인 분석이 막다른 길에 부딪혔을 때.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존의 논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할 때, 바로 이 직관을 쓰는 겁니다.
이 칼럼의 목표요? E-R-I 모델을 그냥 1-2-3 순서대로만 보지 말자는 겁니다. E-R-I 모델은 (1) 창의적 문제 해결, (2) 전략적 상상, (3) 전문가적 통찰로 나아가는, 굉장히 역동적인 ‘인지 프레임워크’라는 걸 증명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 모델은 **E(감정)라는 혼돈의 원재료에서 출발해, R(이성)이라는 정제된 구조를 거쳐, I(직관)라는 통찰의 도약을 이루어내는… 와, 이건 ‘갈등의 연금술’**에 가깝습니다.
1부. 브레인스토밍과 창조적 문제 해결: ‘오렌지’와 ‘포스트잇’에서 찾은 E-R-I의 비밀
E-R-I 모델의 진짜 힘은, 갈등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굴지 않고, 마치 _외부인처럼 문제를 ‘관찰’하고 그 ‘근원’을 파악해서 ‘대안’을 생각하게 돕는다_는 데 있습니다. 이건 갈등을 ‘위기’에서 ‘창조적 문제 해결’의 기회로 바꿔버리는 첫걸음이죠. 진짜 브레인스토밍의 목표는 고통스러운 ‘타협’이 아니라 제3의 ‘창조’에 있으니까요.
일화 1: “두 자매와 오렌지” - 무엇이 최선의 해결책을 가로막는가?
그 유명한 협상 우화 “두 자매와 오렌지” 얘기, 다들 아시죠?
이게 E-R-I 모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가 막히게 보여줍니다. 오렌지 딱 하나를 두고 두 자매가 격렬하게 싸웁니다. 둘 다 오렌지 ‘전체’를 원해요.
E-R-I 분석 (실패한 브레인스토밍: 타협)
- E (감정): “내가 다 가져야 해!” 두 자매는 ‘오렌지 전체’라는 **‘입장(Position)’**에 감정적으로 완전히 꽂혀있습니다. 상대방은 그냥 이겨야 할 ‘적’이죠.
- R (이성 - 1차): 부모가 개입해서 ‘공평한’ 해결책을 냅니다. “공평하게 반으로 잘라”. 겉보기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죠. 하지만 이건 그냥 갈등 해결 양식 중 **‘타협형(Compromising)’**일 뿐이에요. 둘 다 50%의 불만족을 안고 떠나는 방식. 대부분의 브레인스토밍은, 아쉽게도 여기서 멈춥니다.
E-R-I 분석 (성공한 브레인스토밍: 창조)
- R (이성 - 2차): 현명한 중재자(혹은 E-R-I를 훈련한 당사자)는 묻습니다. “왜(Why) 그 오렌지가 필요한데?”
- 이 질문. 아, 이 ‘왜?‘라는 질문. 이게 E(감정적 ‘입장’)에서 R(이성적 ‘이해관계(Interest)’)로 초점을 강제로 옮겨버리는 스위치입니다.
- I (직관/창의성): “왜"라는 질문의 답은 놀라웠습니다. 한 명은 주스를 만들 **‘과육(Fruit)’**이, 다른 한 명은 빵 구울 ‘**껍질(Peel)’**이 필요했던 겁니다. ‘과육’과 ‘껍질’이라는 답이 나오는 순간, “둘 다 100% 만족시킬 수 있다!“는 ‘직관’이 터지는 거죠.
통찰: 창조적 문제 해결이란 ‘하나의 파이(One Orange)‘를 나누는 이성(R)적 단계를 넘어서, ‘두 개의 파이(Peel & Fruit)‘를 발견하는 직관(I)적 단계로 도약하는 겁니다. E-R-I 모델에서 ‘이성’은 그냥 계산기가 아니라 “왜?“라고 묻는 탐구의 도구고, ‘직관’은 그 대답에서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는 혁신의 엔진인 셈이죠.
‘입장’에만 매몰되면 ‘타협’에 그치지만, ‘이해관계’를 물으면 ‘창조’가 가능합니다.
일화 2: “3M 포스트잇” - ‘실패’라는 감정이 ‘혁신’이라는 직관으로
오렌지 이야기가 숨겨진 자원을 찾는 법을 보여줬다면, 3M 포스트잇 발명 일화는 ‘실패’를 자원으로 바꾸는 E-R-I 사이클을 보여줍니다.
E-R-I 분석 (혁신의 E-R-I 사이클)
- R (이성 - 1차 / ‘실패한 데이터’):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초강력 접착제’를 만들려다, 의도와 다르게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이지 않는’ 물질을 만들었어요. 당시의 ‘이성’은 이걸 명백한 ‘실패’로 규정했죠. 이 ‘실패한’ R 데이터는 그냥 창고로 향했습니다.
- E (감정 / ‘문제 제기’): 몇 년 후, 다른 3M 직원인 아서 프라이(Art Fry)가 성가대 연습 중에 찬송가에 끼워둔 책갈피가 자꾸 바닥에 떨어져서… 아, 정말 짜증 났겠죠. 상당한 ‘좌절감(Frustration)’과 ‘곤란함’을 겪습니다. 이게 바로 **E-R-I 모델의 강력한 출발점, ‘감정적 문제 제기’(E)**입니다.
- R (이성 - 2차 / ‘탐색’): 프라이는 이 ‘좌절(E)‘을 해결하려고 **‘이성(R)’**을 돌렸습니다. “책에 손상 없이, 붙였다 뗄 수 있는 게 필요한데…”
- I (직관 / ‘창의적 연결’): 바로 그 순간! 프라이의 **‘직관(I)’**이 작동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실버가 발표했던 그 ‘실패한’ 접착제(R 데이터 1)를 자신의 ‘좌절’(E 데이터)과 번개처럼 연결시킨 겁니다.
통찰: 포스트잇은 E-R-I 모델의 완벽한 기업 사례입니다. (감정: 프라이의 좌절)* 해결 과제를 던졌고, R(이성: 실버의 실패한 데이터)이 재료를 줬으며, I(직관)* 이 둘을 연결해 ‘실패’를 ‘혁신’으로 재정의했죠. 3M의 그 유명한 ‘15% 원칙’(근무 시간 15%를 딴짓에 쓰는)이 바로 이 E-R-I 사이클이 조직에서 자유롭게 돌아가도록 판을 깔아준 장치였던 겁니다. 솔직히 놀랍습니다.
‘실패’라는 데이터(R)와 ‘좌절’이라는 감정(E)이 만나 ‘혁신’(I)을 이룹니다.
2부. 갈등 해결 양식을 고르기 위해 상상력 사용하기: 당신의 ‘이성(R)‘은 5개의 무기를 가졌다
그럼 E-R-I의 두 번째, ‘이성(R)’ 단계는 뭘까요? 그냥 논리적으로 따지는 단계가 아닙니다. 책은 이 단계에서 감정에 휘둘려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해요. 대신, 갈등에 대처하는 ‘5가지 양식’을 파악하고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죠.
이론 심화: 5가지 갈등 양식 - 토마스-킬만(Thomas-Kilmann) 모델
책에서 말한 5가지 양식은 심리학자 토마스-킬만(TKI)의 갈등관리유형으로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R(이성) 단계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5개의 강력한 전략적 도구 상자예요.
이 모델은 ‘자기중심(내 이익 주장)‘과 ‘상대방중심(상대 이익 고려)‘이라는 두 축으로 5가지 전략을 나눕니다. E(감정)를 제어한 뒤, 우리는 이 5가지 전략 카드 중 하나를 ‘이성적’으로 골라야 하는 거죠.
| 유형 (Style) | 축 (자기중심 / 상대방중심) | 결과 (Win/Lose) | 비유 (Metaphor) | 전략적 사용 시점 (When to use) |
|---|---|---|---|---|
| 강요형 (Competing) | 높음 / 낮음 | Win-Lose | 불도저 | 신속한 결정이 필요할 때, 내가 100% 옳다고 확신하는 중대 사안일 때. |
| 양보형 (Accommodating) | 낮음 / 높음 | Lose-Win | 도어매트 | 이슈가 나에게 덜 중요할 때, 조화를 유지하거나 미래를 위해 신뢰를 쌓을 때. |
| 회피형 (Avoiding) | 낮음 / 낮음 | Lose-Lose | 거북이 | 이슈가 매우 사소할 때, 혹은 감정이 격해져 잠시 냉각기가 필요할 때. |
| 타협형 (Compromising) | 중간 / 중간 | (Mini-Win / Mini-Lose) | 파이 나누기 | 시간이 촉박해 빠른 임시방편이 필요할 때, 양측의 힘이 동등할 때. (예: 오렌지 반 자르기) |
| 협력형 (Collaborating) | 높음 / 높음 | Win-Win | 파이 키우기 | 창의적 해결책이 필요할 때, 양측의 완전한 합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때. (예: 오렌지 껍질과 과육 찾기) |
핵심 분석: ‘상상력’은 이 5가지 도구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다
E-R-I 모델의 ‘이성(R)’ 단계는 이 5가지 양식을 그냥 외우는 게 아닙니다. 이 단계의 진짜 핵심은 키워드였던 ‘상상력(Imagination)’을 쓰는 거예요. 여러분,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상상력’은 R(이성) 단계의 핵심 엔진이자 I(직관) 단계로 넘어가는 필수적인 다리입니다. E(감정)를 딱 통제한 뒤, 우리 뇌는 이 5가지 시나리오를 ‘상상’을 통해 시뮬레이션 돌려보기 시작하는 겁니다.
- E (감정 통제): “화가 난다. 하지만 일단 멈춘다.”
- R (이성/상상력 가동): “잠깐, 여기서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5개다(R).
- (1) 강요(Competing)하면? 당장은 이기겠지만 저 팀이랑 관계 박살 나겠네.
- (2) 회피(Avoiding)하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저 문제는 다음 분기에 두 배로 터진다.
- (3) 타협(Compromising)하면? ‘오렌지 반으로 자르면’ 둘 다 50%만 만족하고 찜찜하게 끝나겠지.
- (4) 협력(Collaborating)하면…? 협력이 가능할까? 저 사람이 저렇게 ‘입장’을 고수하는 진짜 ‘이해관계’는 뭘까?”
- I (직관 도약): 바로 이 ‘상상력’을 통한 치열한 시뮬레이션, 특히 **“저 사람의 진짜 이해관계(Interest)는 뭘까?”**라고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하는 그 행위가, ‘협력(Win-Win)‘이라는 직관적 해법(I)을 찾아내는 유일한 경로입니다.
3부. 본능이나 직감을 사용해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기: ‘이성’이 축적될 때 ‘직관’이 폭발한다
드디어 마지막 E-R-I의 I(직관) 단계입니다. 책은 ‘하나하나 끝까지 따지는 사람’, 즉 R(이성)의 논리적 계산에만 파묻힌 사람은 이 창의적 단계로 갈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직관(I)은 R(이성)을 보완하고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엽니다.
그렇다면 이 ‘직관’이란 뭘까요? 그냥 ‘촉’? 신비로운 영감? 아뇨, E-R-I 모델의 맥락에서 **‘직관’은 그보다 훨씬 더 깊고 강력한, ‘훈련된 이성의 정수’**입니다.
일화 3: 케쿨레의 뱀 - “이성"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19세기 화학자 케쿨레(Kekulé)는 당시 난제였던 벤젠(C₆H₆)의 분자 구조를 밝히려고 머리를 쥐어뜯었죠. 그는 수개월간 ‘밤낮없이’ 벤젠 구조를 ‘이성적(R)‘으로 파고들었지만, 모든 선형 구조는 모순에 부딪혔습니다.
- R (이성 / 과부하): 케쿨레의 ‘이성(R)‘은 가능한 모든 논리적 경로를 탐색했지만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뇌는 데이터로 꽉 차버렸죠.
- I (직관 / 꿈): 지친 그가 난로가에서 깜빡 잠이 들었을 때, 꿈에서 ‘스스로의 꼬리를 물고 빙빙 도는 뱀(Ouroboros)’ 이미지가 나타났습니다. 잠에서 깬 케쿨레는 “혹시 벤젠 구조가 뱀처럼 고리 형태가 아닐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건 유기화학의 역사를 바꾼 발견이 되었죠.
통찰: 케쿨레의 직관은 R(이성)을 건너뛴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극도의 ‘이성적 몰입(R)’이 무의식에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부은 ‘결과물’**니다. ‘직관(I)‘은 의식적인 이성(R)이 못 푼 문제를 ‘패턴 인식’이라는 무의식적 방식으로 풀어낸 뇌의 고차원적 결과물이죠.
케쿨레의 직관은 이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무의식적 패턴 인식’**이었습니다.
이론 2: 카너먼의 “시스템 1"과 “시스템 2” - 직관은 게으른 생각이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두 가지 사고 시스템’ 얘기로 E-R-I 모델을 설명하면 더 명확해져요.
- 시스템 1 (직관/본능): 빠르고, 자동적이고, 감정적이며, 노력이 거의 안 듭니다. 이게 바로 E-R-I의 ‘E(감정)’ 단계, 즉 갈등 상황에서 즉각 욱하고 튀어나오는 ‘미숙한 시스템 1’의 반응입니다.
- 시스템 2 (이성): 느리고, 노력이 필요하며, 논리적이고 계산적입니다. 이게 E-R-I의 ‘R(이성)’ 단계, 즉 ‘시스템 2’를 의식적으로 활성화해서 상황을 분석하고 5가지 양식을 시뮬레이션하는 행위죠.
E-R-I 모델의 재해석: 그렇다면 I(직관)는 뭘까요? E-R-I 모델은 ‘미숙한 시스템 1’(E)의 자동 반응을 ‘시스템 2’(R)로 의식적으로 통제하고 분석한 뒤, 이 분석 데이터를 다시 ‘숙련된 시스템 1’(I)에게 넘겨 최종 판단을 내리게 하는 고도의 인지 훈련 프로세스입니다. 즉, E-R-I의 I(직관)는 E(감정)와 같은 본능이 아니라, R(이성)의 훈련이 수없이 쌓이고 쌓인 **‘전문가적 직관’**입니다. E랑은 차원이 다른 거죠.
일화 4: 하워드 슐츠의 밀라노 - “이성"이 반대하는 “직관”
때로는 R(이성/데이터)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 I(직관/비전)가 ‘예’라고 말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1983년 밀라노 여행에서 겪은 경험이 딱 그렇죠.
- E (감정/경험): 슐츠는 밀라노의 작은 에스프레소 바에서 ‘사람들 간의 깊은 유대감과 로맨스’를 ‘경험(E)‘했습니다. 그건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문화’였죠.
- R (이성 / ‘데이터의 반대’): 그가 이 ‘경험(E)‘을 시애틀로 가져오려 하자, 당시 스타벅스 창업주들은 ‘이성(R)‘을 들어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하워드, 우린 원두 파는 소매상이지, 음료 파는 카페가 아니오”. 모든 R(이성/데이터)가 ‘반대’를 가리켰어요.
- I (직관 / ‘비전’): 슐츠는 R(데이터)가 아닌 E(경험)에서 비롯된 자신의 ‘직관(I)‘을 따랐습니다. 그것은 ‘집과 직장 사이의 제3의 공간(Third Place)‘이라는 강력한 ‘비전’이었죠.
Starbucks Third Place
통찰: 슐츠의 직관은 데이터 분석(R)이 아닌, 시**장의 ‘감성(E)‘을 읽어낸 감각적 통찰(I)**이었습니다. E-R-I 모델은 때로 E → I로 직접 연결되며 R을 압도하는 비전의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일화 5 & 이론 3/4: “허드슨강의 기적” - 궁극의 직관은 ‘응축된 이성’이다
E-R-I 모델의 끝판왕, 궁극의 종합은 2009년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든 설리 설렌버거(Sully Sullenberger) 기장의 의사결정에서 나타납니다. 이륙 2분 만에 새떼와 충돌, 양쪽 엔진이 모두 꺼졌습니다.
E-R-I 분석 (극한의 의사결정)
- E (감정 / 위기): “양쪽 엔진 상실.” 즉각적인 공포와 위기 상황(E).
- R (이성 / ‘관제탑의 절차’): 관제탑(ATC)은 매뉴얼에 따라 ‘이성적(R)’ 절차를 제시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라과디아 공항 31번 활주로로 회항하라.”
- I (직관 / ‘기장의 결단’): 설리는 관제탑의 ‘이성적’ 지시를 1초 만에 거부했습니다. “We can’t do it… We’re gonna be in the Hudson” (할 수 없습니다… 허드슨강에 내리겠습니다). 그는 42년의 비행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고도와 속도로는 공항까지 절대 못 간다는 걸 **‘직관적’**으로 계산한 겁니다.
통찰: 아니, 어떻게 설리의 직관(I)이 관제탑의 이성(R)보다 정확했을까요?
이건 단순한 ‘본능’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심오한 뇌과학적 원리가 작동합니다.
- 다마지오(Damasio)의 ‘신체 표지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
Somatic Marker
신경과학자 다마지오에 따르면, 우리의 ‘직감(Gut Feeling)‘은 신비로운 게 아닙니다. 그건 과거의 경험과 감정이 결합돼 뇌에 저장된 ‘신체 표지(Somatic Marker)‘예요. 설리가 42년간 쌓아온 수만 시간의 R(이성/훈련)은 그의 뇌와 몸에 ‘신체 표지’로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관제탑의 R(라과디아 회항)이라는 옵션을 떠올리자마자, 그의 뇌는 ‘이건 실패한다’는 강력한 부정적 ‘신체 신호(Gut Feeling)’(E)를 보냈습니다. 반면, 허드슨강은 ‘생존 가능’이라는 긍정적 신호를 보냈죠. 설리의 I(직관)는 **42년치 R(이성)이 압축된 ‘신체적 결론’**이었습니다. - 기거렌처(Gigerenzer)의 ‘빠르고 간편한 휴리스틱(Fast & Frugal Heuristics)’
Fast & Frugal Heuristics
심리학자 기거렌처에 따르면, 설리처럼 시간이 극도로 부족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카너먼의 느린 ‘시스템 2’(R)가 작동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때 전문가는 복잡한 계산(R) 대신, ‘정보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단순하고 빠른 ‘휴리스틱(Heuristic)’(I)을 씁니다. 설리는 42년의 경험(R)을 통해 ‘활주로가 시야에서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활주로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강력한 ‘휴리스틱’을 체득했습니다. 이 ‘전문가적 직관(I)‘은 모든 변수를 계산하려는 관제탑의 ‘논리적 이성(R)‘보다 그 순간, 그 환경에서 훨씬 더 정확하고 합리적인(Ecologically Rational) 결정이었습니다.
설리 기장의 ‘직관’은 42년의 ‘이성’이 압축된 전문가적 휴리스틱의 정수였습니다.
3부 결론? I(직관)는 신비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1)이성의 과부하를 뚫어내거나(케쿨레), (2)감성적 비전을 제시하거나(슐츠), (3)방대한 이성(R)이 ‘신체 표지(E)‘와 결합해 초고속 ‘휴리스틱(I)‘으로 터져 나오는(설리) ‘전문성의 정수’, 아니 ‘전문성의 끝판왕’**입니다.
<종합 결론> E-R-I,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연금술
자, 정리해볼까요?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의 E-R-I(감정-이성-직관) 모델. 이게 단순한 3단계 갈등 해소법을 넘어서, 인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이 터져 나오는 심오한 인지 프로세스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 E(감정)는 더 이상 통제해야 할 ‘적’이 아닙니다. 그건 아서 프라이의 ‘좌절’이자 하워드 슐츠의 ‘경험’이며, 설리 기장의 ‘신체 표지’로서, 우리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마운 **신호(Signal)**예요.
- R(이성)은 단순히 ‘따지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건 ‘오렌지 우화’에서 “왜?“라고 묻는 깊은 탐구이며, 토마스-킬만의 5가지 무기를 ‘상상력’을 통해 시뮬레이션하는 **전략(Strategy)**이죠.
- I(직관)는 근거 없는 ‘본능’이 아닙니다. 그건 이성(R)이 한계까지 축적되어(케쿨레), 카너먼의 ‘전문가 시스템 1’과 기거렌처의 ‘휴리스틱’으로 폭발하는, 훈련된 이성의 가장 빛나는 **정수(Apex)**입니다.
갈등은 ‘실수’가 아닙니다. E-R-I라는 연금술을 통해 ‘감정’이라는 값싼 납을 ‘직관’이라는 고귀한 황금으로 바꾸는, 정말 정말 ‘스마트한 기회’입니다.
이 E-R-I 모델의 훈련은, 우리를 갈등의 무기력한 피해자에서 문제 해결의 설계자로 거듭나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길이 될 겁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참고자료
-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 (지니 그레이엄 스콧 / 불교신문)
-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 (지니 그레이엄 스콧 / 수성대학교 전자책도서관)
-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 (지니 그레이엄 스콧 / 알라딘)
- \[전자책\]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 (지니 그레이엄 스콧 / 알라딘)
-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 (지니 그레이엄 스콧 / 교보문고)
- Mediation and the Infamous Orange Story (Jaburg Wilk)
- The art of negotiation - dividing up an orange without cutting it in half (Catching the Curveball)
- Integrative Negotiation – Tale of two sisters and an ORANGE (Business Concepts Applied)
- 갈등이 생겼을 때 행동하는 5가지 유형 (TKI 모델 / Daum Brunch)
- Two sisters were fighting over an orange (Lingwood Mediation)
- Two Girls and an Orange (YouTube)
- \[글로벌 Biz리더\]20세기 10대 상품 ‘포스트잇’은 실패의 산물 (한국일보)
-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2 (지니 그레이엄 스콧 / 영남신학대학교 전자책도서관)
- 케쿨레의 벤젠 고리 발견 (조선일보)
- 꿈을 저장한다는 꿈 (Neuroscience Study / 티스토리)
- 생각에 관한 생각: 시스템 1과 시스템 2 (대니얼 카너먼 / Daum Brunch)
- 2가지의 사고 모드 (시스템 1, 시스템 2) (Medium)
-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1/2) (내 삶을 만나다. / 티스토리)
- System 1 and System 2 Thinking (The Decision Lab)
- Thinking, Fast and Slow (Wikipedia)
- Inspired by Italy, reimagined in Seattle (Starbucks Stories)
- How one trip to Italy shaped the coffee industry around the world! (Rossa)
- From Milan Alley to $35B Empire: Howard Schultz’s Starbucks Story (The Storytelling for Entrepreneurs Newsletter)
-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대순진리회 웹진)
- Somatic Marker Hypothesis (The Decision Lab)
- Somatic marker hypothesis (Wikipedia)
- The somatic marker hypothesis and the possible functions of the prefrontal cortex (Royal Society Publishing)
- What are some of the key ideas associated with the work of Gerd Gigerenzer? (Tutor2u)
- The power of simplicity: a fast-and-frugal heuristics approach to performance science (Frontiers in Psychology)
- Fast and Frugal Heuristics for Making Decisions Under Uncertainty (Serendipitism)